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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가 스티븐 킹이 원작인 '덜' 무서운 영화

성찬얼기자

'TV 틀면 맨날 하는데 이상하게 매번 보게 되는 영화'. 사골처럼 우려낸다는 케이블TV 단골 영화 중 <쇼생크 탈출>은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마성의 영화'로 유명하다. 스케일이 큰 것도, 충격적인 소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쇼생크 탈출>은 특유의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쇼생크 탈출>은 5월 8일, 다시 한번 극장가를 찾는다. 이 영화의 최고 반전이라면 공포소설 작가로 유명한 스티븐 킹이 원작자라는 사실 아닐까. <쇼생크 탈출> 재개봉과 더불어 스티븐 킹 원작의 '덜 무서운' 영화를 소개한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쇼생크 탈출>

원작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표지(왼쪽), 영화 〈쇼생크 탈출〉
원작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표지(왼쪽), 영화 〈쇼생크 탈출〉

 

먼저 <쇼생크 탈출>부터 설명하자. 아내 살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은행업자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악명 높은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곳에서 수감되는 동안 그는 '레드'(모건 프리먼)와 다른 수감자들과 친해지고, 그리고 교도소장 노튼 및 교도관들과도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소설집 「사계」에 수록된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원작이다. 이 소설집은 소설집 제목처럼 공포를 유발하는 상상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거의 없는, 현실에 착 붙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상의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 묘사 등이 무척 현실적인데 각본가로 활동한 프랭크 다라본트가 영화에 걸맞은 각색과 연출력을 발휘해 더욱 흥미로운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의 가장 재밌는 지점은 영화의 화자와 실제 주인공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앤디 듀프레인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이를 서술하는 건 레드이기 때문에 앤디가 주변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레드 역이 목소리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모건 프리먼에게 돌아간 것도 분명 이런 이유일 것이다. 두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뿐만 아니라 쇼생크 교도소를 구성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풍부해서 영화 한 편 이상의 다양한 감정을 유발한다. 공개한지 30주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영화.

 

그 유명한 맥주 장면도 (〈쇼생크 탈출〉)
그 유명한 맥주 장면도 (〈쇼생크 탈출〉)
앤디가 화자가 아니기에 앤디가 더욱 빛나는 장면이다. (〈쇼생크 탈출〉)
앤디가 화자가 아니기에 앤디가 더욱 빛나는 장면이다. (〈쇼생크 탈출〉)

 「시체」 → <스탠 바이 미>

원작 「스탠 바이 미」 표지(왼쪽), 영화 〈스탠 바이 미〉
원작 「스탠 바이 미」 표지(왼쪽), 영화 〈스탠 바이 미〉

 

'공포소설 작가'라는 칭호와는 어울리지 않게도, 스티븐 킹이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바로 어린 시절 어떤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그의 대표작이자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그것」, 역시 영화화된 「드림캐쳐」 등이 있다. 그중 해당 주제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은 소설은 「시체」일 것이다. 「사계」에 수록된 「시체」는 친구의 사망 소식을 신문기사로 접한 주인공이 어린 시절 '시체'를 보겠다고 가출했던 친구들과의 기억을 회상한다는 내용이다. 영화화하면서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한 동명의 노래를 작품 제목으로 삼았다. <스탠 바이 미>는 그렇게 태어났다.

 

사람에 따라 몰입이 썩 쉬운 작품은 아닌데, 극중 고디, 크리스, 테디, 번 네 친구의 행태가 워낙 제멋대로이기 때문. 시체를 보겠다고 여행을 떠난 것부터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입에서 쏟아지는 욕지거리까지 한국인 내면의 유교드래곤을 건드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여행을 거듭하는 와중 천천히 드러나는 이들의 속사정은 관객 각자가 어린 시절 겪었을 고충을 떠올리게 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받치고 있는 이들의 우정을 응원하게 한다. 일찍 세상을 떠나 전설이 된 리버 피닉스의 대표작 중 하나.

〈스탠 바이 미〉 크리스를 연기한 리버 피닉스.
〈스탠 바이 미〉 크리스를 연기한 리버 피닉스.

「그린 마일」 → <그린 마일>

원작 「그린 마일」 표지(왼쪽), 영화 〈그린 마일〉
원작 「그린 마일」 표지(왼쪽), 영화 〈그린 마일〉

<쇼생크 탈출>로 스티븐 킹과 궁합이 좋았던 프랭크 다라본트는 차기작도 스티븐 킹의 소설 원작 영화였다. 1999년 영화 <그린 마일>은 사형수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던칸)와 그가 수감된 교도소의 교도관 폴(톰 행크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동 살해 혐의로 수감된 존이 실제로는 선한 것을 넘어 순박하고 신비한 인간이라고 밝혀지면서 주변이 변화한다는 내용. 원작이 다소 짧았던 <쇼생크 탈출>과 달리 <그린 마일>은 장편소설이라서(번역본 기준 500페이지 이상) 영화도 3시간이 넘는다. 그럼에도 <그것>이 개봉하기 전까지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 흥행 1위' 자리를 지킬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끌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잔인한데, 또 생각보다 따뜻하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폴과 존의 관계는 세상을 보는 시각을 한층 넓혀주는 온기가 있으나, 교도소 수감자들의 행적이나 존이 겪는 사회적 핍박은 관객들의 피를 멎게 할 만큼 차갑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다. 2012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마이클 클락 던칸의 대표작으로, 그의 순박하고도 천진난만한 연기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할리우드 국민배우 톰 행크스의 섬세한 감정연기도 영화의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든다. 참고로 프랭크 다라본트는 이후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소설 「미스트」까지 영상화하는 데 성공해 '믿고 보는 조합'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린 마일〉 마이클 클락 던칸의 존 커피
〈그린 마일〉 마이클 클락 던칸의 존 커피
드류 스트루전(Drew Struzan)이 그린 '스티븐 킹+프랭크 다라본트 조합' 영화 포스터.
드류 스트루전(Drew Struzan)이 그린 '스티븐 킹+프랭크 다라본트 조합' 영화 포스터.

「돌로레스 클레이본」 → <돌로레스 클레이븐>

원작 「돌로레스 클레이본」 표지(왼쪽),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븐〉
원작 「돌로레스 클레이본」 표지(왼쪽),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븐〉

 

한국에선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영화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가 출연한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븐>. 언뜻 보기에 '스티븐 킹'과 '캐시 베이츠'라는 키워드 때문에 삭막한 스릴러나 섬뜩한 호러가 아닐까 싶지만(국내 개봉 당시에도 '미저리 이후…' 같은 문구를 썼다) 의외의 감동을 선사한다. 물론 스티븐 킹 소설 원작답게 전반적인 이야기는 섬뜩하다. 부자 베라 도노반의 사망에 그의 하녀 돌로레스 클레이본(캐시 베이츠)이 용의자로 떠오른다. 돌로레스는 과거 남편이 사망한 전적 때문에 용의자로 의심받으면서도 태연하게 생활한다. 그의 딸 셀레나(제니퍼 제이슨 리)마저도 그가 용의자라고 의심한다.

이렇게 시놉시스를 봐도 영락없는 스릴러인데, 영화는 생각보다 감성적이다. 영화는 현재 일어난 살인사건, 과거 일어난 사건, 그리고 돌로레스와 셀레나의 기억을 치밀하게 쌓아 올리며 관객에게 미스터리의 묘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에서 관객이 보지 못한 면이 드러나는 순간, (그가 시나리오까지 쓴 건 아니지만) 스티븐 킹이 이야기꾼으로서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깨닫게 된다. 캐시 베이츠는 어떤 의미에선 이 영화가 쓰는 트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원작 「」 표지(왼쪽), 영화 〈〉
〈돌로레스 클레이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