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을 지켜야만 살아남는다. 독특한 설정과 군더더기 없는 스릴러로 사랑받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가 돌아온다. 6월 26일에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프리퀄로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하는 괴생명체의 출현 이후 모두가 침묵하게 된 세상의 시작을 그린다. 이번 영화는 <피그>의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자이자 이번 영화의 제작을 맡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프리퀄에서 긴장감, 스펙터클, 캐릭터의 균형을 맞춰 줄 감독을 찾던 중, 마이클 사노스키의 데뷔작 <피그>를 보고 바로 그에게 맡겼다고 한다.
외딴 농가에서 대도시 뉴욕으로 로케이션을 옮긴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전작보다 더 커진 스케일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는 스케일과 침묵의 개념을 동시에 탐구하며, 상충하는 두 가지를 한 프레임에 담아낸다. 더 거대해진 영화를 책임지게 된 마이클 사노스키는 ‘거대한 스케일’을 도리어 ‘내밀하게’ 풀어낸다. 이번 영화로 그는 “세상이 끝나가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평화와 교감의 순간을 찾을 수 있을”지 질문한다.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에게 이번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 2에 이어 세 번째 시리즈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관객이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
뉴욕의 첫째 날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전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처음으로 되돌린다. 크고, 시끄럽고, 인구도 많은 대도시에서 벌어진 그들의 첫 공격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하고자 했다. 1, 2편의 훌륭한 점은 한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주변에 괴생명체들이 있었지만 그 영화의 핵심은 가족 이야기였다. 이번 영화에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1, 2편과 다르지 않다. 대도시에서 엄청나게 거대하고 미칠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야기는 친밀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스케일이 엄청난 장면들이 친밀한 순간들과 짝을 이루어서 재미있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적인 아이디어였다.‘세상이 끝나가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평화와 교감의 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루피타 뇽오가 맡은 주인공 사미라와 조셉 퀸이 맡은 에릭의 관계가 궁금하다.
루피타 뇽오가 연기하는 사미라는 세상을 등졌지만 모험을 하고 싶어서 한때 그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이 도시로 돌아온다. 그녀는 모험이 진행되는 동안 조셉 퀸이 연기하는 낯선 이를 만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돕고 함께 생존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에릭은 세상의 혼란 속에서 침착과 안전을 가져다줄 사람을 찾고 있고, 사미라는 그에게 일종의 캠프파이어 같은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원하지도, 동의하지도 않기 때문에 처음에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순탄하지 않다. 이 영화는 세상이 멸망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탐구한다.
시리즈의 원작자이자 이번 영화의 제작자 존 크래신스키와의 작업 과정은 어땠는가?
존 크래신스키는 내 영화 <피그>를 굉장히 좋게 봐주었다. 그는 <피그>를 보고 나에게 이 영화를 제안했다. 그는 정말 너그럽게도 이 영화에 내가 원하는 것을 보탤 수 있도록 많은 자유를 주었다. 그는 “내가 만든 이 세계관에서 첫째 날의 뉴욕 침공을 다루려고 한다. 그 세계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라는 식이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대한 스케일치고는 내밀한 성격을 띠는 것이었다. 존 크래신스키는 그 방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우리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이 이야기의 세상을 열고 그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혼돈과 공포, 캐릭터의 균형을 찾고,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존은 결과물에 매우 만족했다.

1, 2편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영화는 낯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사실이 창작과 관련해 어떤 기회를 주었는가?
많은 기회를 주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가) 무엇보다 나를 열광시킨 것은 우리가 서로를 지키고 서로를 위해주는 가족에게 기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서로를 위하고 챙겨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남남인 두 사람이 끔찍한 상황을 겪으면서 관계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질 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루피타 뇽오와 조셉 퀸은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시리즈 전작에서 등장한 디몬 하운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이번 이야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 나온 그는 그들(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에밋과 밀리센트 시몬스가 연기한 리건)이 마지막에 도착하는 섬에 살고 있었다. 우리 영화 <첫째 날>의 초기 콘셉트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 침략이 일어났을 당시 디몬 하운수의 캐릭터가 뉴욕에 있었고, 사람들이 배를 타고 대피하려고 했다고 말한 이야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가 말한 그대로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이야기의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었던 캐릭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영화의 초반에 사미라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디몬 하운수가 두 번째 영화에서처럼 리더 역할을 맡기 시작한 모습도 볼 수 있다.

괴생명체의 첫 지구 공격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될까? 그 스케일을 어떻게 구현했는가?
이 영화에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여러 장면이 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전적으로 런던에서 촬영했다. 이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사이먼 보울스(Simon Bowles) 덕분에 가능했다. 그의 사무실은 마치 연쇄 살인마의 방처럼 뉴욕의 여러 동네에 관한 정보가 담긴 포스트잇이 벽에 빼곡하게 붙어있었는데, 그는 정보를 바탕으로 영국의 야외 스튜디오에 세트장을 지었다. 진짜 뉴욕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복잡한 퍼즐 상자와도 같았다. 이 영화를 뉴요커들에게 보여줬더니 진짜 뉴욕 거리에서 촬영한 줄 알더라. 정말로 이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세상처럼 느껴졌다.
이번 영화에는 괴생명체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이 영화는 괴생명체가 수천 마리, 아니,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암시한다. 공교롭게도 뉴욕은 엄청나게 많은 괴생명체가 착륙한 장소다. 뉴욕은 엄청나게 시끄러운 도시이기 때문에 그들이 끌리는 것이다. 괴생명체들이 떼 지어 모인 모습이 어떤지 보여주는 동시에 미스터리함도 유지하며 균형을 맞춰야 했다. 특히 이 괴생명체들에 대해 아직 거의 알지 못하는 캐릭터들의 입장에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거대한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미스터리함도 유지하고 싶었다. 괴생명체들이 정말로 사방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객이 영화 속 캐릭터보다도 괴생명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가?
관객이 캐릭터보다 한발 앞설 때마다 서스펜스를 만드는 기회가 되게끔 했다. 관객이 “아, 안 돼!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이런 부분을 이용할 기회가 많았다. 관객은 초기에 사람들이 이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면서 캐릭터들이 규칙을 배우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들은 이미 규칙을 대부분 알고 있다. 관객에게 흥미로운 것을 보여주고 만족시키는 동시에 1, 2편에 나온 것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괴생명체들은 소리를 듣고 사냥을 한다. 1, 2편의 배경은 외딴 지역이었지만, 이번에는 괴생명체들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한 뉴욕에 착륙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번에 우리는 침략 초기의 괴생명체들을 본다. 2편에서 그들은 지구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냥 대상에 대해 파악해야 하는 만큼 약간 서투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뉴욕에는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많은 소리가 있지만, 너무 튼튼하고 무시무시한 그들에게는 별로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도시에는 캐릭터들이 생존하기 위해 조심하거나 또는 활용해야 하는 많은 소리가 있다. 또 이 영화는 훨씬 더 수직적인 영화다. 고층 건물들이 많은 대도시가 배경인 만큼, 괴생명체가 고층 건물을 가지고 놀 것이다. 도시는 괴생명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놀이터를 열어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을 준비하면서 참고한 다른 작품들이 있나?
촬영감독 팻 스콜라(Pat Scola)와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거론된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이다. 이 영화는 액션신에서 거대한 이야기를 매우 내밀한 관점으로 훌륭하게 그려낸다. 마치 캐릭터들과 함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사실감도 느껴진다.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이 그 순간에 경험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긴장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인데, 긴장감을 기준으로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물에 잠긴 지하철 터널에서 인물들이 괴생명체를 따돌리려고 하는 장면이 있다. 익숙한 장소가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뒤바뀌고, 인물들은 괴생명체를 마주하기 때문에 마치 밀실에 갇힌 듯 상당한 긴장감을 느낀다.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과 저 물속에 도사리는 알 수 없는 위협이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이곳에서 사미라와 에릭은 힘을 합치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