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과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

영화 현장에 오기 전 CF 현장에서 활약해 두각을 드러낸 감독들이 있습니다. 12월 20일 개봉한 <위대한 쇼맨>의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도 휴 잭맨과 CF 촬영에서 만나 영화감독으로 발탁됐죠. 그 유명한 리들리 스콧 역시 CF 감독 출신이고요. 또 어떤 감독들이 CF 현장을 거쳐 영화로 들어서게 됐을까요?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이 연출한 '립톤' 광고
위대한 쇼맨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

출연 휴 잭맨, 미셸 윌리엄스, 잭 에프론, 레베카 퍼거슨, 젠다야 콜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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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거장 등극
리들리 & 토니 스콧

CF계에서 출발한 영화인을 꼽으라면 반드시 1순위에 들 두 사람입니다.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이죠.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얻은 두 사람이 광고계를 거치게 된 건 형인 리들리 스콧 때문입니다. BBC에서 TV 시리즈를 제작하던 리들리 스콧은 동생과 함께 1986년 RSA(Ridley Scott Associates)를 설립해 광고계에 뛰어들었습니다.

Apple Mac 1984

리들리 스콧은 1973년 '호비스' 사의 광고와 1977년 '기네스' 사의 '쟁기(Ploughman)' 광고 등을 연출했는데요, 대표작은 영화감독 데뷔 후 애플과 작업한 '1984'입니다. 매킨토시를 처음 발표하는 해가 1984년이란 점에 착안, 조지 오웰의 1984를 패러디합니다. IBM을 빅브라더로, 애플을 구원자로 묘사한 이 광고는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 중계 도중 단 한 번 방영됐는데도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고 광고상도 수상했죠.

故 토니 스콧은 특유의 비주얼을 살린 광고로 주목받아 영화감독에 발탁됩니다. 1983년 SAAB 사의 광고 'Nothing On Earth Comes Close'를 촬영하는데요, <탑건>의 제작자 제리 브록하이머와 돈 심슨이 이 광고를 보고 '영화에 딱 맞는 비주얼을 찾았다'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SAAB - 'Nothing On Earth Comes Close'
에이리언: 커버넌트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서린 워터스턴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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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건

감독 토니 스콧

출연 톰 크루즈, 켈리 맥길리스

개봉 198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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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

CF계가 탄생시킨 또 한 명의 거장, 데이비드 핀처입니다. 스콧 형제가 자신들의 비주얼에 스토리텔링을 결합시켰다면, 데이비드 핀처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스타일까지도 변화시켜 인정받았습니다. 초창기의 화려했던 비주얼에서 <조디악>을 기점으로 묵직한 컷을 더욱 세세하게 채우는 방식을 택했죠.

1985 American Cancer Society Commercial - YouTube

그는 원래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 특수효과를 전담했던 회사 ILM에 입사합니다. 영화계에서 일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영상 작업을 위해 광고계로 진로를 바꾸죠. 첫 광고는 미국 암협회(ACS)의 공익광고였는데요, 태아가 담배를 피우는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사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를 디스토피아와, '나이키'를 오페라와 결합시키는 등 전복적인 발상을 구현했죠. 

Coca-Cola Blade roller David Fincher

1983년 스티브 골린, 나이젤 딕, 시그론 시그밧손과 함께 '프로파간다 필름즈'를 설립합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영화까지 영상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회사인데요, 마이클 베이, 잭 스나이더, 스파이크 존즈, 알렉스 프로야스, 그리고 데이비드 린치와 협업한 바 있습니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개봉 2011 미국, 스웨덴, 영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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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로 먹고 산 그 사람들
마이클 베이

세간의 평과 별개로 CF 감독 출신 중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감독, 마이클 베이입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수명이 길어질 만큼 욕을 먹고 있지만, 언제나 흥행은 보장하는 감독이죠. 사실 지금도 필요 이상의 강렬한 비주얼을 선사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앞서 언급한 '프로파간다 필름즈'와 일하면서 광고계에 입문했습니다. 1992년 적십자 광고로 클리오 광고제에서 상을 받고, 1993년 '굿바이, 실버스테인 & 파트너스'의 'Got Milk?' 광고로 유명해집니다. 26살엔 칸 국제 광고제에서 금사자상과 은사자장을 모두 받았고요. 

Original "got milk?" commercial - Who shot Alexander Hamilton?

이렇게 광고계에서 주목받으면서 제리 브록하이머와 돈 심슨에게서 <나쁜 녀석들> 감독 자리를 제안받습니다. 이후는 더 설명할 것도 없죠?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 <트랜스포머> 시리즈까지. 찍으면 대박을 내는 감독으로 등극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어린 나이에 전세계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감독으로 기록돼있다고 합니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마크 월버그, 로라 하드독, 조쉬 더하멜, 안소니 홉킨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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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

여기 또 비주얼 하나만은 최상급인 CF 출신 감독이 있습니다. 잭 스나이더와 마이클 베이는 아트 센터 디자인 대학교 졸업 동문이자 '프로파간다 필름즈'에서 함께 일한 사이기도 합니다. 영상과 현실의 속도 감각을 잘 활용하는 감독답게 아우디, 스바루, BMW 등 차량 광고가 유명합니다.

정확히 언제 첫 광고를 찍었는지 기록돼있지 않으나, 1997년 '지프' 사의 '프리스비' 광고로 클레오 광고상을 수상했습니다. 차량 광고만큼 맥주 광고도 많이 찍었는데요, 그 중에서 '버드와이저' 사의 '리플레이' 편과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스펙트' 편이 주목받았습니다. 

Budweiser - Respect (2002, USA)

이후 2004년 <새벽의 저주>로 영화감독에 데뷔했습니다. <300>, <왓치맨>, <맨 오브 스틸>을 비롯한 DC 영화들을 작업하면서도 종종 CF를 촬영했습니다. 가족의 불행한 일로 <저스티스 리그>에서 하차하고 휴식기를 가지던 그는 연출 감각이 무뎌질까 걱정됐는지 '스노우 스팀'이란 단편영화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애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레이 피셔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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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

미셸 공드리 감독은 사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입성했습니다만, CF에서도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활약했습니다. <매트릭스>의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한 '불릿 타임' 효과도 미셸 공드리가 1996년 먼저 사용했던 걸로 유명합니다.

영화 <스토아웨이 인 더 스카이>(Stowaway in the Sky, 1960)를 본 후 미셸 공드리 감독은 본격적으로 영상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밴드 '우이우이'의 드러머로 직접 뮤직비디오도 찍었는데요, 이 뮤직비디오가 유명해지면서 비요크, 롤링 스톤스, 다프트 펑크, 라디오헤드 등과 작업합니다. 그리고 1996년 '스미노프 보드카' 광고에서 독창적인 연출로 CF계에도 눈도장을 찍습니다.

Michel Gondry TRIBUTE • All the commercials !

<휴먼 네이처>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후 2004년 '리바이스 501 진'의 '약국' 편으로 광고 관련 상을 대거 수상합니다. 실제로 2004년 기네스북에 "가장 상을 많이 받은 TV 광고'로 기록됐을 정도지만, 정작 북미에서는 라텍스 콘돔을 권장하는 듯한 내용으로 방영되지 못했다네요.

마이크롭 앤 가솔린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앙쥬 다르장, 테오필 바케, 오드리 토투, 디안느 베니에

개봉 2015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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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꽃피우는 신예들
닐 블롬캠프

그 많은 감독 중에서 이 감독의 행보는 참 유별납니다. <디스트릭트 9>으로 데뷔하며 화려한 찬사를 받았지만 <엘리시움>, <채피>의 실패로 지금은 마땅한 차기작도 없거든요. 현재 '오츠 스튜디오'를 설립해 SF 단편영화를 꾸준히 제작, 공개하고 있습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1990년대부터 3D 애니메이터로 일했습니다. <스타게이트 - 시리즈>, <뉴욕 대지진> 등에 참여했죠. 그러다 2003년, '나이키' 사의 광고를 연출하게 됩니다. '게(Crab)' 편은 닐 감독의 장기인 CG를 최대한 활용해 나이키를 신은 기계 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나이키 신발의 과거부터 신모델까지의 모습을 30초에 보여주는 '진화(Evolution)'도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이죠.

Nike Crab

2005년에는 '크리트로엔' 사의 'Alive With Technology'를 제작했습니다. 이 광고로 '시각효과협회(VES) 어워즈'에서 "'광고에서 우수한 VFX(Outstanding VFX in a commercial)'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게토레이' 사의 '비(Rain)' 광고도 제작하고, 2009년 마침내 자신의 단편 영화를 장편화한 <디스트릭트 9>을 연출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합니다.

채피

감독 닐 블롬캠프

출연 휴 잭맨, 샬토 코플리, 시고니 위버, 데브 파텔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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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할리우드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CF로 활동하던 감독이 종종 영화 감독으로 데뷔합니다. 박광현 감독은 CF 감독으로 활동하는 동안 당시 사회에 유행어에 가까운 CF들을 남겼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CF라면 역시 '선영아 사랑해'입니다. 여타 광고와 달리 브랜드, 메이커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이 CF는 궁금증을 자극하는 티저 형식을 차용했죠.

선영아 사랑해.mp4

또 CF에서 배우를 대단히 인상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맥도날드' 사의 '버스 안에서' 편에서 신하균이 정말 '일반인'스러운 생활연기로 활약해 2002년 칸 국제광고제 은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최민식의 이미지를 <올드보이> 오대수에서 다시 친근한 아저씨로 바꾼 '교보생명' 사의 '마음에 힘이 되는 시 하나 노래 하나' 편도 박광현 감독의 작품이죠.

맥도날드_버스안에서_2002 칸 은사자상
웰컴 투 동막골

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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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열

2015년 <뷰티 인사이드>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도 대표적인 CF광고 출신 감독입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부터가 인텔과 도시바가 진행한 '뷰티 인사이드' 캠페인 영상을 모티브로 했죠.

사실 백종열 감독을 단순히 'CF 감독'이라 규정하기엔 폭넓게 활동해왔습니다. CF에 직접 쓴 캘리그래피가 인기를 얻어 '산돌 백종열체'가 제작되고, <설국열차>, <올드보이>, <그놈 목소리> 등 영화의 타이틀 디자인도 참여한 '금손'이기도 하거든요.

[2006] 현대카드 The Purple - Dare to be the Purple편 (30")

하지만 CF계에서 인상적인 광고를 남긴 것도 확실합니다. 2006년 광고 잘 만들기로 유명한 '현대카드'의  'The Purple' 중 Dare to be the Purple' 편과 '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 편을 제작했습니다. 차기작을 준비 중인 지금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SSG.COM' 광고와 워너원의 뮤직비디오 '활활'로 감각을 갈고 닦고 있습니다.

뷰티 인사이드

감독 백종열

출연 한효주,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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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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