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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9호] 〈타츠미〉 쇼지 히로시 감독 인터뷰

“속죄라는 테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고 싶었다”

추아영기자

자신의 단편 영화를 장편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켄과 카즈>(2016)에서 마약 판매상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쇼지 히로시 감독은 이번에는 마약을 판매하는 야쿠자의 뒤처리를 도와주는 시체 청소부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의 관심은 분명 같은 곳으로 향했지만, 더 아래 깊은 곳을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영역에 다다랐다. 짧은 순간 만나본 바로 감히 말해보자면, 쇼지 히로시 감독은 소위 ‘모범생’같은 감독이다. 답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좋아하는 작품을 줄줄 외는가 하면, 전형적인 장르의 컨벤션과 포뮬라를 성실히 파악한 그런 창작자. 그의 노력으로 빚어낸 탄탄한 기본기가 벌써 두 번째 작품에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쇼지 히로시 감독을 만나 영화 <타츠미>의 인물 설정과 연출 의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쇼지 히로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쇼지 히로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첫 장편 영화 <켄과 카즈>는 마약 판매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범죄물이었다. 이번 영화 <타츠미>도 마약을 판매하는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같은 소재와 장르를 반복해서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일본의 지방 도시인 히로시마현에서 자랐다. 히로시마는 내가 작품에서 그리는 세계와 정반대되는 분위기의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그렇다 보니 나에게 있어 이런 장르와 소재는 판타지와 같다. 그래서 나와 가장 먼 곳에 있는 그것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두게 되었다.

타츠미는 야쿠자들의 시체 청소부다. 보통의 갱스터나 누아르 영화에서 이들은 조연이나 대개는 엑스트라 정도로 다루어진다. 주인공을 시체 청소부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일본에는 아마 시체 청소부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주류가 아니라 어둠 속에 있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메인으로 등장시키면 세계관이 확장될 거라고 생각했다. <타츠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비록 야쿠자이긴 하지만 모두 다 잘 살지 않는다. 정말 사회의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을 조명하게 되면 지금의 일본, 또 아시아의 답답한 현실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왼쪽부터 아오이, 타츠미. 〈타츠미〉 스틸컷
왼쪽부터 아오이, 타츠미. 〈타츠미〉 스틸컷

타츠미는 죽은 동생을 지키지 못한 후회에 사로잡혀 전 연인의 동생 아오이의 복수를 돕는다. 야쿠자의 마약을 훔치는 철없는 아오이의 모습을 보며 같은 행위를 저질렀던 그의 친동생을 떠올린 것 같다.

아오이는 타츠미의 동생을 대체하는 존재다. 타츠미가 아오이의 복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은 동생을 구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후회이자 속죄이기도 하다. 근데 이 속죄라는 것은 고전에서도 계속 존재해 왔다. 속죄라는 테마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치관으로 재해석해 보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최근의 영화 경향인 것 같기도 하다.

 

과거부터 존재해 왔던 속죄 의식을 다루는 스토리를 지금의 가치관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는 의도가 흥미롭다. 혹시 속죄를 다룬 최근의 영화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나.

조금 개봉 시간이 지났지만,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와 뤽 베송의 <레옹>(1994),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1980)를 좋아한다. 말하고 보니 최근 영화는 아니지만. (웃음) 이 작품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속죄를 테마로 두고 있다. 그리고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그 작품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작품이다. 나의 등뼈 같은 작품이다.

〈타츠미〉
〈타츠미〉

 

​극 중에서 “류지는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살인을 즐긴다”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류지는 누군가를 죽이려는 순간을 섹슈얼한 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점이 보통의 야쿠자 악역과 류지를 다르게 느끼게 한다. 류지의 캐릭터 설정이 궁금하다.

폭력과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성적 욕구를 이어지게 그리고 싶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운데 아마 내가 그 요소들에 대해서 상당한 두려움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욕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무서운 부분이라고도 생각한다. 인간의 모든 잔혹한 부분들을 한 데 담아놓은 존재로서 류지라는 캐릭터를 설정하고자 했다.

류지는 동성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맞다면 이렇게 설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맞다. 아예 대본에 동성애자라고 적어두었었다. 예전부터 일본에서는 야쿠자라는 것이 남성들의 세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세상에서 그들만의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동성애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쇼지 히로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쇼지 히로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아오이가 류지의 형 타케시를 죽일 때 조명 연출이 인상 깊다. 주황빛 조명이 가로등 불빛을 연상시키면서 현실의 층위에 닿아있지만 동시에 장르 영화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한다. 이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오렌지색을 이번 영화의 메인 컬러로 사용했다. <글로리아>라든지 <레옹> 같은 작품처럼 복수를 다루는 작품들을 보면 오렌지에 가까운 색을 많이 활용한 것 같다. 차가운 색감이 아니라 좀 따스한 그런 톤을 기조로 사용한 영화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전체적인 톤을 오렌지색에 가깝게 표현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묻고 싶다. 아오이가 차를 타고 떠나가는데, 카메라는 아오이를 따라가지 않고 호수 건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가 아오이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고 고려해 보았을 때, 고정된 카메라의 시점이 죽은 타츠미의 시점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연출한 이유가 궁금하다.

제대로 본 것 같다. 남아 있는 카메라는 아오이의 새로운 출발을 바라보는 타츠미의 시점이라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동시에 타츠미 자신이 속했던 세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