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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10호]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 맷 오닐 프로듀서 인터뷰

“단 한 테이크로 엔딩 장면 완성해”

성찬얼기자

​발 빠른 관객이라면, 프란시스 갈루피라는 이름을 그의 작품보다 빨리 만났을 것이다. 이 감독은 장편 데뷔작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를 공개한 후 최근 <이블 데드> 신작에 합류하는 쾌거를 이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를 초청해 이 허무주의로 가득한 프란시스 갈루피 월드를 관객들 앞에 세웠다. 유마 카운티의 마지막 주유소에서 기름 트럭을 기다리는 식칼 판매원, 그리고 그 주유소에 도착한 2인조 무장강도의 이야기는 다른 방문객들의 합류로 예상 밖의 전개를 보여주며 전 세계 관객들을 흔들었다. 이 지독한 세계를 완성한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 그리고 맷 오닐 프로듀서에게 영화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왼쪽), 맷 오닐 프로듀서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왼쪽), 맷 오닐 프로듀서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운이 정말 좋았다 싶은 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 감독 준비를 엄청 열심히 했다. 샷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을 써서 사전시각화도 하고, 언리얼 엔진으로 비주얼라이징도 했다. 줌 인터뷰로 배우들하고도 얘기하고.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운이 좋았다. 시나리오를 쓸 때 각 배우들을 상상하고 맞춤으로 썼는데 그 배우들을 다 캐스팅할 수 있어서 가장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짐 커밍스 배우는 프로듀서님처럼 연기와 영화를 만드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프란시스 갈루피 제가 진짜 팬이어서 (작품을) 쓸 때도 이 캐릭터에 이 배우를 생각했다. 전에 만난 적은 없어서 이메일로 연락했는데, 한 번 만나자고 하더라. 만나서 몇 시간 동안 <사우스파크> 얘기만 했다. (웃음) 독립영화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드는 정신이 잘 맞아서 친해졌고, 본인이 배우와 감독의 관계를 잘 알고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짐 커밍스는 감독도 했으니) 선 넘은 적 없냐고 묻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나는 배우일 뿐”이란 태도를 유지했다. 그래도 혹시 현장에 비가 오거나 하면 “우리 영화 되게 잘 되려나 봐” 이런 식으로 얘기하며 기운을 붙들어줘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였다.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촬영한 장소가 굉장히 다양한 영화의 촬영장인 걸로 알고 있다. 이곳을 촬영장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맷 오닐 프로듀서 감독이 알아왔다.

프란시스 갈루피 단편을 만들 때부터 구체적인 장소를 정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는 무료로 쓸 수 있는, 친구 집이나 사막에 버려진 집 같은 곳으로 정했는데, 이번엔 어떤 곳으로 할까 하고 LA를 돌아다니던 중 찾았다. 그때는 이렇게 상업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곳인지 몰랐다. 무료도 아녔고 비쌌다. 그래도 그 안에 필요한 모든 공간이 다 있었기에 예산 대부분을 대여에 썼지만 너무 좋았다. 만일 대여할 수 없었다면 완전 제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프로듀서님에게 질문드리자면, 감독님의 요구 중 어려웠던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맷 오닐 단편 시절엔 펑크록 스타일로 “일단 해보자!”하고 시작하지만, 이번 영화는 장편인 데다 규모가 있었다. 거기에 배우조합의 허가도 필요했고. 그래서 행정적으로 준비하는 것에서 어려웠지, 제작 과정에선 크게 어려운 것이 없었다.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개인적으로 1시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부조리극의 느낌을 받았다.

프란시스 갈루피 대사가 많고 한 공간이다 보니 공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긴 했다. 실제로도 연극처럼 느꼈다는 사람들도 있고. 제작 단계에선 그런 느낌이 안 들도록 인테리어나 디테일을 영화적으로 하기 위해 애를 썼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건 알프레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였다.

영화 안에 영화 관련 대사가 많은데, 감독님의 영화 취향인지 궁금하다.

프란시스 갈루피 마일스와 시빌 캐릭터가 영화를 정말 많이 언급하는데, 마일스를 시네필이자 영사기사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사로 <황무지>(테렌스 멜릭), <리피피>(Rififi, 줄스 다신)를 언급하는데, <싸이코>(알프레드 히치콕)도 그렇고. <황무지>와 <리피피> 모두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그중 <리피피>를 정말 좋아한다. 아주 훌륭한 영화다. 원래도 돈 시겔이나 샘 페킨파의 영화를 좋아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유재선 감독의 <잠>을 보았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호러 중 하나다.

황무지에서의 일이라서 감독님의 단편 <하이 데저트 헤일>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런 배경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면.

프란시스 갈루피 일단 싸다.(일동 웃음) 먼지가 휘날리는 그런 모습에서 미국스러운 요소가 있다. 고립된 사막의 느낌, 먼지가 휙 날리는 그런 모습에 제가 미학적으로 끌리는 것 같다.

맷 오닐 프로듀서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맷 오닐 프로듀서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맷 오닐 촬영 첫날은 정말 좋았다. “이번 영화 쉽게 찍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그 사막에 폭우가 쏟아졌다. 바람 불고 조명 다 꺼지고 물 새고 난리도 아녔다. 그거 말고도 마지막 트럭 폭파 장면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폭풍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방정부에서 화기 관련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래서 풍속을 계속 체크하면서 안된다, 이러면 안 된다, 하고 있었는데 딱 가능한 시점에 “지금밖에 없어!”하고 한 번에 찍었다. 다행히 VFX 단계에서 촬영한 것의 두 배 가량 크게 만들어서 그 한 장면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프란시스 갈루피 좋은 일도 많았지만 원래 안 좋은 일이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차가 안 움직여서 스태프들이 차를 밀면서 찍었다. (일동 웃음) 폭우가 쏟아져서 추운 날이 있었는데, 그날은 샷 하나 찍고 다 옷 갈아입고. 감독 입장에선 상황이 최악이었다. 촬영 중 한 배우를 교체하게 돼 전날 찍은 걸 다시 찍은 것도 있고. 그렇지만 같이 있을 때는 여름캠프처럼 재밌게 지냈다. 서로 굉장히 잘 맞아서 즐겁게 지냈던 기억도 난다.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감독은 그걸 다 해결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장면마다 그런 코멘터리 자막을 달 수도 없는 노릇이고.(웃음)

오늘 (인터뷰를 진행한 10일) 저녁에 영화 상영 후 GV도 진행한다. 한국 관객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으면 싶은 포인트가 있다면.

프란시스 갈루피 상영할 때 걱정을 한다. 스페인에서 상영할 때도 그랬다. 굉장히 다크코미디, 블랙코미디로 웃기는 영화인데 동시에 미국적인 요소가 많다. 그래도 스페인에서 상영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짐 커밍스랑 얘기하면서 “우리만 재밌나 봐 어떡하지” 그랬는데 관객들이 재밌게 받아들여 주셨다. <파고>가 코미디 영화지만, 시리어스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맷 오닐 그런 부분이 정말 재밌다. 미국에서 상영했을 때 관객들이 영화 속 코미디를 이해하고 있다고 알 수 있었다. 스페인 상영 때 확실히 걱정이 됐는데, 미국 관객들이 웃지 않는 곳에서 웃더라. 잔인하고 피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좀 더 반응이 좋았고. 그래서 한국관객들이 어디서, 어떤 것에 웃을까, 우리의 코미디를 느끼실 수 있을까 궁금하다.

프란시스 갈루피 전 니힐리스트, 그러니까 허무주의자여서 이런 허무주의적 개그를 정말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정말 웃긴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느낌을 관객들이 받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그 작품은 마스터피스에 감독님은 거장이시지만.

감독님은 <이블 데드> 스핀오프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혹시 얘기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프란시스 갈루피 작업 중이긴 하지만 아직 말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이블 데드>는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어지도록 영감을 준 영화였기에, 굉장히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