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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대세 소재? 다인 1역을 선택한 드라마들

성찬얼기자

 

이렇게 보는 재미가 다른 드라마라니! 6월 15일부터 방송 중인 <낮과 밤이 다른 그녀>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년 공시생으로 알바 경력만 쌓다가 벼락을 맞고 낮에는 50대 중년이 되는 이상한 증상이 생긴 이미진(정은지)이 시니어 인턴 임순(이정은)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을 그린다. 정은지-이정은의 찰떡같은 2인 1역 연기에 힘입어 2024년 JTBC 토일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화제성 4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요즘 이 드라마처럼 여러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한, 다인 1역 드라마가 적지 않은데 그동안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확인해보자.

 


동료배우도 인정한 쿵짝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정은(왼쪽), 정은지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정은(왼쪽), 정은지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2인 1역 드라마의 묘미를 정말 잘 담아냈다. 이정은과 정은지는 겉모습만 바뀔 뿐, 내면은 그대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서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예를 들면 이정은은 정은지의 사투리톤을 재현하기 위해 그의 음성을 녹음해 꾸준히 들었고, 정은지도 촬영 중 틈이 날 때마다 이정은을 찾아가 리딩으로 대사를 주고받았다. 특히 극중 춤추는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이정은이 춤 레슨을 수료해 아이돌 출신 정은지의 춤선까지 따라한 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부분. 그 덕에 두 사람은 완벽하게 한 사람으로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믿고보는 배우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두 배우와 대면하는 장면이 많은 최진혁도 비슷해서 놀랄 때가 많았다고.

 


3인 1역으로 완성한 모미의 삶

마스크걸

 

〈마스크걸〉 (왼쪽부터) 나나, 이한별, 고현정 (사진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마스크걸〉 (왼쪽부터) 나나, 이한별, 고현정 (사진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근래 다인 1역 드라마라면 <마스크걸>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온갖 지리멸렬한 일을 겪은 김모미의 인생을 그리는데, 파격적이게도 세 배우를 김모미 역으로 내세웠다. 특히 성형 전 김모미를 연기할 신인배우의 이름까지 꼭꼭 숨겨뒀다가 정식 공개 4일 전에야 캐스팅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마스크걸>로 연예계에 공식 데뷔한 이한별은 극중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이후 캐릭터를 이어받는 나나, 고현정 못지않은 존재감을 남겼다. 나나는 성형 후 김모미를 맡아 극의 화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을 소화했고, 고현정은 김모미의 지난한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연기로 극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채웠다.

엄밀히 따지면 <마스크걸>의 김모미는 3인 1역도 아니고, 6인 1역인데 어린 시절을 연기한 이하린, 하주애, 그리고 '마스크걸'의 댄스를 담당한 지지안이 있기 때문. 이한별 또한 춤 레슨을 받아 춤 장면을 찍었다고 하니, 마스크걸 시절 춤 장면은 두 사람의 촬영본을 적절하게 섞은 것으로 보인다. 아역이야 일반적인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지만, 모미의 욕망이 중요한 드라마답게 댄스를 제대로 표현해 줄 대역까지 함께 했다는 부분이 포인트.

 


12인 1역, 이론상은 맞는데…

이재, 곧 죽습니다

 

 

12명이 한 명을 연기한다? 그리고 그 12명이 각각 '이름값' 좀 하는 배우들이다? 드라마 시청자라면 지나칠 수 없는 <이재, 곧 죽습니다>. 이 드라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이재 앞에 나타난 '죽음'이 그에게 12번의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한다는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다. 웹툰의 인기도 인기지만, 드라마 방영 전 화제가 된 건 출연진 라인업 때문. 작중 최이재, 그리고 그가 경험하게 되는 12명을 서인국, 최시원, 성훈,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등이 맡았다. 물론 환생이란 개념으로 짤막하게 그려진 인물들이 많고, 실제로 다른 인물이니까 '다인 1역이 맞는지'는 시청자마다 받아들이기 나름. 그렇지만 어쨌든 그 내면엔 최이재라는 인격이 존재하긴 하니까 이론상 다인 1역이 맞긴 하다.

 


2인 1역 같은 2인 다역

환혼

 

〈환혼〉 정소민(왼쪽), 〈환혼: 빛과 그림자〉  고윤정
〈환혼〉 정소민(왼쪽), 〈환혼: 빛과 그림자〉 고윤정

 

<환혼>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이걸 2인 1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2인 1역을 당돌하게 활용한 <환혼>을 (위의 12인 1역도 넣은 마당에) 제외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싶다. <환혼>은 여러모로 특이한 드라마였다. 1부와 2부를 나눠 방영하는데 일반적으로 쓰는 '파트 1' '파트 2'가 아니라 <환혼>·<환혼: 빛과 그림자>라는 개별 작품처럼 이름을 붙이고 다른 여자 주인공을 내세웠기에 특히 화제를 모았다. <환혼>에서 <환혼: 빛과 그림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정소민(무덕이 역)이 아닌 고윤정(낙수 역)으로 배우가 바뀐다는 소식은 설왕설래를 불렀고, 작품 특성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방영 전까지 각종 추측과 루머를 낳았다. 그러다 <환혼: 빛과 그림자>가 방영되며 <환혼>의 배우 교체 혹은 주연 캐릭터 교체 빌드업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충분했다. <환혼>과 <환혼: 빛과 그림자> 사이의 호불호는 분명 존재하지만, 독특한 방식의 기획이 주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른데 한 사람

배드 앤 크레이지

 

〈배드 앤 크레이지〉 위하준(왼쪽), 이동욱
〈배드 앤 크레이지〉 위하준(왼쪽), 이동욱

 

해리성 정체 장애 캐릭터를 내세울 때면, 보통은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에게 해당 역할을 맡겨 캐릭터를 소화하곤 한다(지성의 히트작 <킬미, 힐미> 처럼). 혹은 해당 캐릭터가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꼭꼭 숨겼다가 막판 반전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는 독특하게도 해리성 정체 장애 캐릭터를 두 배우에게 각자 다른 성격으로 연기하도록 해 한 인간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전개를 선택했다. 류수열과 K, 전혀 달라보이던 두 인물이 드라마 초반, 사실은 같은 인물인 것이 밝혀지는데 이는 즉 두 인물을 연기한 이동욱과 위하준이 결국 한 사람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해리성 정체 장애'라는 말이 의미하듯 두 인물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이동욱과 위하준은 상반된 성격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소화한다. 이렇게 전혀 다른 배우, 전혀 다른 성격, 그런 둘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설계를 보면 다른 다인 1역 드라마에서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감상을 안겨준다.

 

 


 

세월이 탄생시킨 다인 1역

전원일기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 캡처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 캡처

 

근래 방영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워낙 특이해서 화제였던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최장수 한국드라마 <전원일기>.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한 드라마 <전원일기>는 자연스럽게 배우가 교체되는 경우가 적잖게 있었다. 그중 최근 화제가 됐던 건 '노마'를 연기한 배우가 4명이었단 사실. 예능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는 <전원일기> 멤버들이 뭉쳤던 예능프로그램인데, 여기서 노마를 연기한 김태진이 깜짝 등장했던 것. 그와 출연진이 대화를 나누던 중 극중 아빠를 연기한 이계인은 “노마가 4번인가 바뀌었다”고 말했던 것. 이에 함께 있던 일부 출연진도 놀랐기도. 김태진은 임진욱 다음으로 노마를 연기했고, 그의 하차 후엔 김상현이, 김상현 다음으론 정인호가 노마 역을 이어받았다. 드라마에서의 배우 교체가 내부 불화, 전개나 설정에 의한 것과 달리 <전원일기>는 방영 장기화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 남다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