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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물다! 국내 3대 OTT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이진주기자

OTT는 더 이상 TV와 극장의 축소판이 아니다.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요즘 그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는 주로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드라마), <환승 연애> 시리즈(티빙 예능) 등과 같이 극영화, 드라마, 예능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사 교양 장르에도 오리지널 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다.

 

그간 다큐멘터리는 한정적인 소재를 학술적인 태도로 견지하는 다소 딱딱한 연출로 담아내 다수의 흥미를 이끄는 데 실패했다. 이에 OTT발(發) 다큐멘터리는 기존의 문법을 벗어나 각자의 색이 돋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시장에 나서고 있다. 그 선두에 있는 세 개의 OTT, 넷플릭스와 티빙 그리고 웨이브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넷플릭스

 

원조 다큐멘터리 맛집 넷플릭스는 특히 해외 웰메이드 다큐 라인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범죄, 종교, 자연, 음식,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중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의 비하인드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막강한 자본을 가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리티가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 아메리카나>

〈미스 아메리카나〉(2023)
〈미스 아메리카나〉(2023)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2024 새로운 억만장자’ 명단에 올랐다. 포브스는 그의 순자산이 11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라고 밝히며 “작사와 작곡, 공연만으로 억만장자가 된 최초의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2006년 기타를 튕기며 사랑을 노래하던 국민 여동생은 험난한 연예계의 풍파를 견디고 미 대륙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육각형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미스 아메리카나> 속 테일러 스위프트는 눈물을 흘리며 “지쳤다”고 말한다. 데뷔 앨범부터 엄청난 성과를 거둔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간 미 연예계의 승리자이자 동시에 희생자였다. <미스 아메리카나>는 늘 착한 사람이 되고자 자신을 억압했던 그가 자신을 향하는 근거 없는 비난 속에 자기 자신을 지키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뎁 vs 허드>

〈뎁 vs 허드〉(2023)
〈뎁 vs 허드〉(2023)

 

​다른 가정의 이혼 소송을, 그것도 톱스타 부부의 거침없는 싸움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니, 새삼스럽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는 할리우드 대표 막장 커플 조니 뎁과 엠버 허드의 법적 공방을 다루었다. 2009년 영화 <럼 다이어리>를 통해 만난 조니 뎁과 엠버 허드는 2015년 2월 웨딩 마치를 울렸다. 둘의 뜨거운 사랑도 잠시, 불과 1년여 후 엠버 허드는 조니 뎁이 가정폭력을 일삼는다며 법원에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장장 6년간 그들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조니 뎁과 엠버 허드의 이혼 소송이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모으며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하게 된 건 두 사람의 진실 공방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6년 공식적으로 이혼했다. 그러나 엠버 허드가 2018년 워싱턴 포스트에 ‘나는 가정폭력을 대표하는 유명인이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2019년 조니 뎁은 엠버 허드를 폭행한 적이 없다며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학대당했다며 폭로전을 이어갔다. 2022년, 긴 싸움 끝에 재판은 조니 뎁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티빙

 

최근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의 흥행으로 영화 <파묘> 이후 또 한 번 샤머니즘 붐을 일으킨 티빙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간 VFX(영상시각효과)를 활용한 다큐멘터리에 집중했다. 다양한 최신 기술을 활용한 VFX는 영화를 보는 듯 몰입도 높은 화면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실존하는 사물이나 사건 등을 다루는 장르인 ‘다큐멘터리’의 틀을 깨고 상상을 기반으로 가상 세계와 미래 사회를 구현해낸다. 티빙은 이렇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얼라이브>

〈얼라이브〉(2022)​
〈얼라이브〉(2022)​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 적이 있을 것이다. 티빙 <얼라이브>는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AI(인공지능) 복원 기술로 우리 앞에 다시 서게 했다. 1년여간의 복원 과정 끝에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울랄라 세션의 리더 임윤택(2013년 사망)과 단 하나의 음반으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인상을 남긴 가수 유재하(1987년 사망)가 노래하는 모습을 구현해 냈다.

 

<얼라이브>는 AI를 활용한 VFX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를 합성하는 ‘딥페이크’의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건으로 먼저 알려지며 상용화 이전부터 대중을 공포와 걱정에 빠뜨렸다. 그러나 <얼라이브>는 이 기술을 통해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었다. 특히 복원된 뮤지션들이 현존하는 아티스트들과 합을 맞추는 XR뮤직스테이지는 시공간을 뛰어넘은 음악의 힘을 깨닫게 한다.

<미래 엔딩>

〈미래 엔딩〉(2023)
〈미래 엔딩〉(2023)

 

<미래 엔딩>은 현실의 문제를 기반으로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재난을 시뮬레이션 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뿐 아니라 마약 중독, 에너지 고갈 등 사회적 문제까지 아직 한반도에서 벌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각종 가능성들을 촘촘하게 다룬다.

 

<미래 엔딩> 4화 ‘바이러스’편은 2029년 신종 괴질 바이러스가 한국에 전파되었다는 설정으로 우리에게 벌어질 재앙을 그렸다. 이는 불과 5년 전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시나리오 속 바이러스는 동물과 인간을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 그중에서도 우리 곁을 늘 지키는 반려동물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끝난 것 같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최근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로 전이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요즘, 이 같은 <미래 엔딩>의 가상 시나리오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웨이브

웨이브는 <국가수사본부>, <악인취재기> 등의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가 연달아 주목받으면서 시사 다큐멘터리에 특화된 OTT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에는 KBS의 <추적 60분>, MBC의 <PD 수첩>,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채널 별 대표 시사 교양물이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OTT가 극영화뿐 아니라 시사 교양물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후 저널리즘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 웨이브가 앞장서 있다.

<국가수사본부>

〈국가수사본부〉(2023)
〈국가수사본부〉(2023)

<국가수사본부>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를 연출했던 배정훈 PD의 첫 OTT기획작이다. 배정훈 PD는 10년간 두 작품을 연출하면서 현장에서 애쓰는 지역 경찰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싶다는 마음에 <국가수사본부>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국가수사본부>는 증거 자료로 현장을 유추해야 하는 기존의 시사다큐물과는 달리 현장에서 촬영을 시작해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시청자들에게 생동감을 전한다.

 

<국가수사본부>의 구심점에는 경찰이 있다. 특정 사건을 담당한 경찰들의 인터뷰는 사건의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용의자를 검거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나아가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고충을 담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9화 ‘형사의 낮과 밤’에서 경북경주경찰서 강력계 형사 임문규 팀장은 팀원들과 변사현장 수사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임 팀장은 “사람이 무뎌져야 하는데 사람의 죽음은 안 무뎌지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한편,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OTT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교양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악인취재기>

〈악인취재기〉 시리즈
〈악인취재기〉 시리즈

JTBC 탐사보도팀과 협업해 선보인 <악인취재기>는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정유정, 일명 ‘돌려차기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현우, 필리핀에서 수감 중인 한국인 마약왕 박왕열 등 화제의 범죄자들을 집중 조명했다. 기존 뉴스의 포맷과 형식적인 보도 문법을 완전히 탈피해 이들의 추악한 실체를 수면 위로 낱낱이 끄집어 내는 것이 목표라는 <악인취재기>는 지난 12월 후속작 <악인취재기; 사기 공화국>으로 또 한 번 큰 관심을 모았다.

 

<악인취재기; 사기 공화국>은 2023년 10월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사기꾼 전청조와 그 아버지의 사기행각을 시작으로 가스라이팅으로 신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파면 신부와 그 양어머니 김 아녜스, 성희롱을 일삼는 성인 용품 회사의 CEO 등의 악행을 담았다. <국가수사본부>가 경찰들의 수사 과정을 따라 전개되었다면 <악인취재기> 시리즈는 담당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함께 밟아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