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1월 20일, 영화 <위키드>가 국내 개봉한다. 북미 개봉 예정일 22일보다 앞서 한국을 방문하는 <위키드>에 심장이 뛰는 건 영화 팬만이 아니다. 영화 <위키드>의 원작은 브로드웨이 동명의 뮤지컬. 2013년 국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성공적으로 올린 바 있다.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과 풍성한 넘버(뮤지컬 작품에 삽입된 곡) 등 이미 원작의 매력을 맛본 기존 뮤지컬 팬들 역시 영화 <위키드>의 개봉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얼마 전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영화 <위키드>의 주역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영화 속 두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와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기도. 영덕(영화 덕후)와 뮤덕(뮤지컬 덕후), 만만치 않은 두 덕후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는 뮤지컬 원작의 영화를 소개한다.
*이하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다룬다.
그래,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해.
뮤지컬 '헤드윅' 중
<헤드윅>

영화 <헤드윅>과 뮤지컬 ‘헤드윅’은 둘 중 어느 것이 원작인지 헷갈릴 정도로 모두 큰 사랑을 받았다. 원작인 뮤지컬 '헤드윅'은 파격적인 소재와 독창적인 비주얼, 짙은 감성의 음악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쇼뮤지컬의 요소를 갖추었다. 하지만 이보다 원작과 함께 영화 <헤드윅>까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작품을 관통하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 덕일 것이다.
이야기는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는다. 과장된 헤어스타일에 짙은 화장으로 가려진 헤드윅의 깊은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으로 인해 생겼다. 어릴 적부터 성적 학대를 받으며 자란 헤드윅은 동성 연인과 결혼하기 위해 불법 성전환을 감행하지만 이내 버림받는다. 이어 만난 남자 토미에게 홀리듯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에게 곡을 빼앗기고 또다시 혼자가 된다. 헤드윅은 자신의 곡으로 인기를 끌며 투어를 다니는 토미를 따라다니고 그가 공연하는 곳 근처에서 자신도 공연을 연다.
1998년 미국에서 첫 공연을 올린 뮤지컬 ‘헤드윅’은 2014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으로 개막 후 미국 연극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토니상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헤드윅과 밴드 앵그리 인치의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 ‘헤드윅’은 타이틀롤 헤드윅이 극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을 맡아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조드윅(조승우), 뽀드윅(조정석), 윤드윅(윤도현), 오드윅(오만석), 마드윅(김재욱) 등 2005년 국내 개막 이후 역대 헤드윅을 맡은 배우들은 각자를 칭하는 시그니처 별명이 생길 정도로 진성 팬을 양성하기도 했다.
2001년 영화화된 <헤드윅>은 뮤지컬의 각본과 주인공을 맡은 존 카메론 미첼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뮤지컬과 비슷한 플롯으로 진행되면서도 다양한 앵글과 적극적인 카메라 무빙 등을 활용하여 영화적 재미를 가미했다. 그중에서도 작품의 메인곡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과 함께 가사의 내용을 충실히 담아낸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영화 <헤드윅>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키치한 매력을 뿜어낸다.
사실은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 한 게 아니라
그만큼 절실하지 못해서 말 꺼낼 용기가 안 생긴 거였더라고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김종욱 찾기>

영화 <김종욱 찾기>는 독특하게도 동명의 원작 뮤지컬에서 뮤지컬 요소를 제외하고 극영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이야기보다는 음악의 힘이 강한 장르이기에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로 재창작된다. 하지만 영화 <김종욱 찾기>는 음악의 힘에 기대지 않고 원작의 컨셉과 서사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며 리메이크 영화의 훌륭한 예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이 이 '극화'에 직접 뛰어들어 팬들의 호기심을 모았다.
여행사 퇴사 후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연 기준(공유)은 10년 전 인도에서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잊지 못하는 여자 지우(임수정)를 첫 손님으로 맞는다. 지우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은 이름 뿐’이라며 인도에서 그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이후 영화는 지우가 전하는 인도에서의 러브 스토리(과거)와 이를 근거로 남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애쓰는 기준의 모습(현실)을 나란히 보여준다. 두 사람은 흐릿한 기억 속에서 진실에 다가가지만 김종욱의 존재가 선명해질수록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공유, 임수정의 풋풋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압도적이다. 티격태격하며 마음을 쌓아가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공유와 임수정의 말간 얼굴 덕이다. 영화는 두 배우의 다소 과장된 코미디 연기를 균형 있게 잡아나간다. 더해 오만석, 엄기준, 신성록 등 뮤지컬에서 역대 김종욱을 맡은 배우들과 오나라, 이제훈 등 지금은 잘 알려진 배우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이들의 얼굴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2006년 초연한 원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이다. 국내 뮤지컬 중 최초로 영화화가 되었고 뮤지컬 각본집이 출간되기도 한 이례적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단 3명의 등장인물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타 뮤지컬에 비해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대신 그 자리를 탄탄한 서사로 매우며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전설이라고 평가된다.
You were always my friend. And it's hard to say good-bye.
뮤지컬 '드림걸즈' 중
<드림걸즈>

2000년대 후반, 노래방을 장악한 팝송이 있었다. 영화 <드림걸즈>의 주제곡 ‘리슨(Listen)’ 이다. 원작 뮤지컬에는 없는 이 곡은 개봉 후 숱한 실력파 가수들에 의해 재탄생되었고 영화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대중들에게 짙은 인상을 남겼다.
<드림걸즈>는 에피, 디나, 로렌 등 세 명의 흑인 여성 멤버로 구성된 ‘더 드림즈’의 꿈과 사랑, 갈등과 화해 등을 담아냈다. 영화는 1960년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한다. 슈프림스의 얼굴 다이애나 로스는 극 중 디나 존스(비욘세)로, 그에게 자리를 빼앗긴 플로렌스 발라드는 에피 화이트(제니퍼 허드슨)로, 또 다른 멤버 메리 윌슨은 로렐 로빈슨(애니카 노니 로즈)으로 재탄생하였다. <드림걸즈>는 리드 보컬의 교체, 멤버 간의 갈등과 탈퇴 등 늘 환한 얼굴로 무대에 선 슈프림스의 뒷모습을 조명했다.
영화 <드림걸즈>는 제이미 폭스, 비욘세, 에디 머피 등 엄청난 배우들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당시 그룹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벗어나 솔로 활동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팝스타 비욘세는 가창력과 스타성,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2006년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영화의 메인곡 ‘리슨(Listen)’은 비욘세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이후 뮤지컬 ‘드림걸즈’에 넘버로 편입되기도 했다.
원작 뮤지컬 ‘드림걸즈’는 1981년 12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여 이듬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국내에서는 뮤지컬과 영화의 연이은 흥행으로 2009년 리메이크되며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에피 화이트 역을 맡은 배우 홍지민은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제5회 골든티켓 어워즈 뮤지컬 여자배우상,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어워즈 올해의 스타상 등을 수상하며 뮤지컬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씨네플레이 이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