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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변산의 영화 축제, ‘팝업 시네마: 부안무빙’으로 오세요!

주성철편집장
지난해 부안무빙 개막식
지난해 부안무빙 개막식

올해도 변산해수욕장 일대가 영화로 물든다. 청량한 바다와 붉게 물든 노을, 로맨틱한 영화가 함께하는 제2회 ‘팝업 시네마: 부안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 이하 부안무빙)이 오는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변산해수욕장 일대에서 개최된다. 부안무빙은 국내 최초로 ‘팝업 스토어’ 개념을 영화제에 도입한 새로운 컨셉의 영화 축제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하는 팝업 스토어처럼 변산해수욕장이 단기 한정 상영 야외극장으로 변모한다. 물론 전국 지도를 펼쳤을 때 대한민국의 명소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영화 팝업’이 뜨는 것처럼, 곳곳에서 영화 축제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희망도 담겼다. 바로 그 팝업에서 영화인들과의 대화도 이뤄진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2018)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변산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 중 하나로 무려 1933년 개장했다. 노을바라기전망대, 노을쉼터 등 서해안의 멋진 일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수욕장 외에도 오토캠핑장, 야영장, 암벽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으며 일과 휴식의 조화를 꿈꾸는 ‘변산 워케이션센터’도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기존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형태를 의미하는데, 기업의 업무변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북자치도는 지방소멸기금을 통해 남원(백두대간 생태공원), 순창(쉴랜드), 부안(변산해수욕장, 줄포만 노을빛 정원), 장수(와룡자연휴양림내) 워케이션 거점센터 등 5개의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조성했다. 올해는 바로 이곳에서 배우 박정민이 참여하는 ‘필름 토크’도 열린다.

 

올해 부안무빙 공식 포스터와 전혜정 예술총감독(오른쪽)

부안과 변산을 영화와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글로컬’(Glocal: Global+Local) 명소로 알리고 싶다는 전혜정 예술총감독은, ‘무빙’(moving)이라는 컨셉에 대해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를 찾아 ‘움직이며’ 지역별 테마에 맞는 영화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한다. 영화와 여행의 결합으로서, 영화(movie)가 이곳저곳으로 현재진행형으로 움직인다(move)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지난해 첫선을 보인 부안무빙은 2000년대 중반부터 런던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한국과 아시아 영화와 문화를 소개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온 런던아시아영화제(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의 전혜정 집행위원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아 기획한 글로컬 페스티벌이다. 특히 지난해 8회까지 이어진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초창기부터 전혜정 집행위원장이 진두지휘하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꾸준히 소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이 개막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폐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연배우 박보영이 ‘베스트 액터상’, 경쟁부문 초청작인 <화란>의 주연배우 홍사빈이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직접 영화제를 찾은 박보영과 홍사빈은 레드카펫 행사로 현지 관객과 만났다. 또한 김성환 감독의 <만분의 일초>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홍콩 등 10편이 오른 경쟁부문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랜 시간 성공적으로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전혜정 총감독의 역량이 이제 막 부안무빙에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부안무빙을 찾은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과 차태현 배우,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오른쪽 사진)

 

지난해 역시 8월에 열린 제1회 부안무빙은 ‘청춘’을 메인 테마로 3일에 걸쳐, 제목부터 그러하지만 실제로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서 촬영한 <변산>을 개막작으로 상영하고 이준익 감독과의 대화, <엽기적인 그녀>(2001) 상영과 함께 곽재용 감독, 차태현 배우와의 대화, <태양은 없다>(1999) 상영과 김성수 감독과의 대화, <델타 보이즈>(2016) 상영과 백승환 배우, 김충길 배우와의 대화, <젊은 남자>(1994) 상영과 배창호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지며 변산해수욕장을 찾은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해 부안무빙을 찾은 〈델타 보이즈〉 김충길, 백승환 배우와 상영 현장(오른쪽 사진)

 


부안무빙 2024 프로그램 일정표

올해 2회 부안무빙이 선정한 주제는 ‘사랑’이다. ‘변산 비치 시네마’라는 타이틀로 펼쳐지는 제2회 부안무빙에는 3편의 영화와 더불어 다양한 기획전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특히 배우 박정민과 신은수를 비롯해 엄태화, 조근식, 송해성 감독,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등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프닝 행사는 탱고밴드 ‘라벤타나’의 정태호와 재즈보컬 유사랑이 들려주는 영화음악 콘서트로 시작한다.

 

〈가려진 시간〉

개막작은 강동원, 신은수 주연의 판타지 멜로 <가려진 시간>(2016)으로 8월 15일 오후 6시 30분 개막식에 이어 상영된다. 엄마를 잃은 후 새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신은수)은 성민(이효제)이라는 반 친구와 추억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산에 갔다가 모두 실종된 채 유일하게 수린만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이 성민(강동원)이라는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고즈넉한 바다를 배경으로 ‘멈춰진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가려진 시간>은 변산 비치 시네마라는 컨셉과 더없이 어울린다. 상영 후에는 엄태화 감독과 신은수가 무대에 올라 영화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해 여름〉
〈그​해 여름〉

16일 오후 7시에는 이병헌, 수애 주연의 <그해 여름>(2006)이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상영된다. 한평생 한 여자만을 그리워하는 남자 석영(이병헌)과 행복한 여름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여자 정인(수애)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그해 여름>은, 드라마 <시그널> <킹덤>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김은희 작가의 영화 시나리오 데뷔작이기도 하다. 코믹 청춘영화 <품행제로>(2002)로 주목받으며 데뷔한 뒤 <그해 여름>의 섬세한 연출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조근식 감독이 참석해 그때 그 시절 풋풋했던 이야기를 다시 들려줄 예정이다. 그리고 <그해 여름> 상영 전에는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2019)이 해변을 찾은 가족 관객을 반갑게 맞는다. 전설 속 보물을 찾아 떠난 뽀로로와 친구들이 우연히 손에 넣은 지도를 따라 신비의 보물섬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특별한 추억의 순간을 남길 수 있도록 캐릭터 뽀로로와 함께하는 ‘변산 비치 포토존’도 마련된다.

 

〈반장선거〉
〈반장선거〉

행사 마지막 날에도 풍성한 행사가 기다린다. 17일 오후 3시에는 ‘명장면으로 보는 한국 영화 걸작선’ 필름 토크가 변산 워케이션센터에서 열린다. <변산>의 박정민 배우와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이 한국영화의 빛나는 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서 박정민 배우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2021)가 같은 날 오후 6시에 상영되며,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무대에 오른다. 박정민이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과 함께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하드컷 X 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로 만든 단편 옴니버스 <언프레임드> 속 작품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마치 누아르 영화처럼 담아내 권력의 허상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파이란〉
〈파이란〉

17일 오후 7시, 부안무빙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2001)이다.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삼류 건달 강재(최민식)에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내 파이란(장백지)의 부고가 전해지며 시작되는 두 사람의 애틋하고도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이 또한 서해 인천 바다와 더불어 반대편 동해 고성군 대진항의 풍광이 어우러지며, 항구와 바다의 정서를 절묘하게 포착한 한국영화 중 하나다. 당시 <쉬리>(1999)와 <해피엔드>(1999)로 주목받던 최민식 배우와 떠오르던 중화권 스타 장백지가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주연배우 최민식으로서는 <취화선>(2002)과 <올드보이>(2003) 이전 출연작이기에, 최근 천만영화 <파묘>(2024)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지는 상영이다.

 

한편, 2024 부안무빙 변산 비치 시네마는 포스코스틸리온의 신기술을 적용하여 입체감이 살아있는 작품 전시와 축하 공연, 영화 속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는 ‘부안네컷’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더해진다. 특히 부안네컷은 <접속>(1997),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을 작업한 신보경 미술감독의 자문을 얻어 영화 촬영 세트처럼 꾸며 관객의 발길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서 부안무빙을 찾을 관객을 위해 개막식과 폐막식 당일, 강남과 부안을 오가는 무료 고속버스도 선착순 예약으로 운행된다. 변산 비치 시네마는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이 주최하고 주관하며 후원과 협력으로는 한국관광공사, 한국영상자료원, 포스코스틸리온, 네이버 영화 콘텐츠 공식 파트너사 ‘씨네플레이’,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Snow Peak), 토종 OTT의 시조 ‘왓챠’가 함께 한다.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