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다. 동물복지운동단체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한 고양이를 위해서 2002년 제정한 날로, 매년 이날이 되면 전 세계 집사들은 SNS 등에 해시태그를 달아 '세계 고양이의 날'을 축하한다.
'가낳지모(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신다)' 하기 위해 열일하는 인생살이, 배우라고 다를 건 없다. 귀여워서 할퀴고 깨물어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 도도해 보이면서도, 어떨 땐 다가와 먼저 몸을 부비는 밀당의 대가.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연예계 소문난 냥덕후 배우들과 그들을 보며 떠오른 고양이 영화, 드라마를 소개한다.
유승호
동물보호소 운영하고 싶은 찐 고양이 덕후

유승호의 고양이 사랑은 '찐'이다. 9년 전 전역식에서 부모님과 고양이가 보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렸고(참고로 유승호에게는 누나가 있다), 제대 뒤 복귀작으로 국내 최초의 고양이 드라마 <상상고양이>(2015)에 출연했다. 길고양이를 후원하기 위해 동물자유연대에서 판매하는 팔찌를 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유기묘인 심바와 가을이를 키우기 위해 독립도 감행했다. 고양이를 키우며 갖게 된 남다른 꿈도 화제다. 최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유승호는 향후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싶다며 “그건 돈이 많이 필요한 일인 것 같더라. 연기하며 돈을 최대한 무작정 많이 모을 계획”이라 밝히며 많은 이들의 만면에 훈훈한 미소를 자아냈다.
유승호는 현재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1980년대 보수적인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동성애자, 흑인, 유대인, 몰몬교인, 에이즈 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다룬 극에서 백인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은 것.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배우 유승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보호소 소장' 유승호의 미래도 기대해 본다.
유승호가 선택한 국내 최초 고양이 소재 드라마 <상상고양이>(2015)

<상상고양이>는 고양이와 인간의 동거를 다룬 인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각자 다른 상처를 가진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로 극중 유승호는 웹툰작가 겸 서점 아르바이트생 현종현 역을 맡았다. 꿈 많은 청년이지만 꺾이지 않는 고집과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문제를 겪는 종현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반려묘 복길에게 위로받는다. 왓챠 등 OTT에서 시청 가능.
조승우
세 반려동물의 극성 학부모

시청자피셜 '나혼자 산다' 섭외 1순위 조승우의 집은 고양이와 개로 그득하다. 그는 "아빠를 닮아 뒹굴거리는 곰자(반려견). 아빠의 귀여움을 쏙 빼닮은 코봉(반려묘), 새침한 매력을 닮은 곰순이(반려묘)"와 함께 사는데, 조승우의 반려견, 반려묘 사랑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그는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개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집에만 있는 집돌이”라며 “반려동물을 위해 집안 인테리어를 직접 생각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 복무 때는 당시 반려견이었던 삽살개 단풍이를 보기 위해 휴가마다 그를 맡긴 삽살개 재단을 방문했고, 이 인연으로 조승우는 2013년 삽살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유기묘를 거두어 키우는 조승우가 영화 <명당> 촬영장마다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깡통을 싸 들고 다녔다는 일화 또한 그의 지극한 고양이 사랑을 보여준다. 강아지 유치원에서 주최한 '가꾸(가방 꾸미기)' 대회에서 보여준 극성 학부모적 면모는 안락사 직전에 입양한 반려견 곰자에 대한 배우의 무한 애정 드러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입양러 조승우를 보며 떠올린 영화, <고양이 집사>(2020)

이희섭 감독의 <고양이 집사>에서는 각자의 이유로 고양이를 보좌하는 다양한 집사들을 만날 수 있다. 직장에서 돌아오는 지친 귀갓길에서, 허전한 밤 야식을 사러 나가던 골목길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길고양이들을 모른 척하지 못해 사료 한 줌을 던져주던 것이 어느새 사료 봉투와 캔을 챙겨 어두운 밤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자발적인 집사가 되어가는 사람들. 길고양이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수난을 당하지만 멈출 순 없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앉아 한없이 기다리다 자신들을 알아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기에.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체와 공존하지 못하는 세상은 그 누구와도 공존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하는 얼굴들이 뭉클하다.
이준호
네 반려묘의 '고양이 바보 집사'!

2PM의 멤버이자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킹더랜드>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거듭난 이준호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냥집사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반려묘 쟈니, 쿠키, 월이, 복이를 공개하며 반려묘에게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고양이 바보 집사'의 면모로 시선을 끌었다. 일어나자마자 반려묘에게 "잘 자쪄요?"라며 애교 넘치는 모닝 뽀뽀를 퍼붓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거나 탁자 밑에 숨은 반려묘를 찾아내면서 반려묘를 향한 외사랑을 표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2017년에는 하늘나라로 떠난 반려묘 람보를 추모하는 노래 '파인(Fine)'을 발표하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내보이기도.
다정한 고양이 바보 집사가 나오는 <고양이와 할아버지>(2020)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버려 노인들과 고양이들만 남은 섬. 이곳에서 다이키치 할아버지(타테카와 시노스케)는 6살 고양이 타마(베이컨)와 단둘이 평온하지만 조금은 지루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에서 온 미치코(시바사키 코우)가 카페를 열며 섬은 기분 좋은 활기를 되찾고, 이웃들은 미치코에게 새로운 음식을 배우기 시작한다. 다이키치도 죽은 아내가 남긴 미완성 레시피 노트를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레시피로 비어있는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된 다이키치는 선택의 순간에 몰리고, 그 순간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다름 아닌 타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사진작가 이와고 미츠아키의 감독 데뷔작인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동물들의 표정, 태도 등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이치현의 사쿠시마의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묘'공 타마의 연기력이 단연 눈에 띄는데 그는 영화 속에서 그 어떤 CG의 도움 없이 미친 연기를 완성했다(고양이를 키워본 이들은 이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감독은 배우의 포텐셜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아침 타마에게 각본을 보여주며 '오늘은 이 장면을 찍을거다' 라며 일일이 설명을 해줬다고. 타마가 장롱을 밟고 올라가 죽은 부인의 레시피 노트를 찾는 명장면은 감독의 친절한 디렉팅과 책장에 넣어둔 간식 덕분에 한방에 완성됐다. 필자의 올해 최고의 고양이 영화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