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이제부터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인데 다들 어디로 여행갈지 정했어? 해외여행 가고 싶다고? 파리? 런던? 도쿄? 아직 고민중인 사람이 많을 거야. 자, 지금부터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니는 게 싫은 여행자들을 위해 특별한 제안을 할까 해. 영화에 등장한 도시를 찾아 영화 속 모습과 비교하는 거야. 영화를 본 감흥도 배가 되고, 그 장소에 대한 특별한 추억도 남길 수 있어. 아래 추천 도시들을 여행하기 전에 미리 보고 가면 좋을 영화들을 해시태그로 정리했어. 본 보야지(bon voyage)!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로우랜드, 스페이사이드,
캠벨타운, 아일레이, 스카이
<엔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
<엔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스코틀랜드는 싱글몰트의 대표적인 생산지야. 싱글몰트는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된 여러 통의 몰트(보리를 발아 건조시킨 맥아) 원주를 섞어 만든 위스키야. 켄 로치가, 그러니까 노동계급의 이야기를 만들어온 좌파 감독과 위스키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가 연출한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감독 켄 로치, 2012)에서 위스키가 직업도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주인공 로비(폴 브래니건)에게 새로운 재능이 있다는 희망을 주는 걸 보면서 위스키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어. 로비가 위스키를 시음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위스키 경매가 이루어지는 장면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발블레어(Balblair) 증류소에서 찍었대. 전세계 싱글몰트 애호가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페이사이드(맥캘란, 글렌피딕, 글렌리벳, 크래간모어, 발베니), 하이랜드(글렌모렌지, 달모어, 달위니, 글렌 오드, 로열 로크나가, 오반), 로우랜드(클렌킨치, 오큰토션), 캠벨타운(스프링뱅크, 글렌 스코시아, 글렌 가일), 아일레이(라가불린, 아드벡, 보모어, 라프로익), 스카이(탈리스커) 등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증류소들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이 코스들로 여행 계획을 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발블레어 증류소(출처 www.balblair.com)
스코틀랜드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원데이 #론리플레이스투다이 #퍼펙트센스

파리
<미드나잇 인 파리>
<미드 나잇 인 파리>

파리는 산책하기 아주 좋은 도시야. 관광지든, 주택가든 천천히 걸어야 더 많은 매력이 눈에 들어오지. <쥴 앤 짐>(감독 프랑소와 트뤼포, 1961)이나 <네 멋대로 해라>(감독 장 뤽 고다르, 1959) 같은 누벨바그 세대의 영화부터 <미드나잇 인 파리>(감독 우디 앨런, 2011) 같은 최근작까지 영화 속 남녀 주인공들이 파리를 걷고 또 걸었던 것도 그래서일 거야.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생투앙 벼룩시장(Saint-Ouen flea market)이 등장해. 현재 시점의 길(오언 윌슨)의 로맨스가 시작되는 곳인데, 고가구, LP판, 각종 소품들이 길거리 양쪽에 줄지어 있어. 한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몽쥬 약국에 비하면 이름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세월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면 생투앙 벼룩시장이 있는 파리 북구 클리낭쿠르역에 가보길 권해. 내 파리 여행 코스도 이참에 공개하지. 영화를 좋아한다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필수 코스야. 매달 좋은 영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니 이곳에서 영화를 한번 봐봐. 기념품을 파는 매장에서는 온갖 영화 서적, 포스터, DVD, 블루레이도 팔아. 또,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보다는 파리 공용 자전거를 빌려 센 강변을 달리는 것도 괜찮아. 아, <비포선셋>과 <미드 나잇 인 파리>에 등장한 서점인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도 추천할 만한데, 얼마 전에 그곳에 가보니 관광객이 어마어마하더라. 사람 많은 게 질색인 사람에게는 '비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펩시
파리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비보선셋 #아멜리에 #물랑루즈 #사랑해,파리 #수면의과학 #13구역:얼티메이텀 #러브미이프유데어 #다빈치코드 #밤과낮



런던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마지막 추격 장면은 런던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만들려고 했다." 톰 크루즈의 말처럼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2015)은 피카딜리 서커스,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같은 런던 명소들을 스크린에 펼쳐낸 작품이야. 런던이 초행길인 여행자들에게는 런던 가이드북보다 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거야. 이 영화가 런던의 주요 공간을 이야기의 무대로 불러들인 이유는 간단해.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하긴 어렵지만, 영국 총리만 풀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결국 이야기의 마무리를 런던에서 끝맺게 돼. 축구팬인 나는 관광지보다는 프리미어리그를 보기 위해 축구장에 갈 테지만 말야.

런던의 중심지이자 쇼핑 거리인 피카딜리 서커스(출처 위키피디아)
런던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 #토르:다크월드 #엣지오브투모로우 #패딩턴 #모데카이 #노팅힐



베를린
<베를린>
<베를린>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가난한 예술가들이 활력을 붙어넣은 도시. 런던이나 파리에 비해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싸고, 관광지가 아닌 까닭에 조용해. 베를린 장벽이 잘 보존돼 차가운 냉전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 배경 때문에 지금도 이곳에서 냉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찍고 있어. 그중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2)은 베를린의 현재 모습을 잘 담아낸 영화야. 남한 정보요원 정진수(한석규)가 북한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가 대치하는 장면이 혹시 기억나는지 모르겠어. 베를린 하늘에 우뚝 솟은 TV타워가 보이는 알렉산더플라츠 역에서 이 장면을 찍은 건 좋은 선택이었어. 냉전 시대 동베를린의 '포스'를 뽐내는 동네 분위기와 달리 실제 이곳은 교통과 쇼핑의 중심지로,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이야. 베를린을 대표하는 클럽인 위크엔트가 위치한 동네이기도 해(그래도 베를린 클럽하면 역시 베르그하인(berghain)이지).

베를린의 중심지이자 동베를린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알렉산더플라츠. @펩시
유럽 최고의 클럽 베르그하인. 물관리가 무척 까다롭다. @펩시
베를린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본시리즈 #스파이브릿지 #베를린천사의시 #더리더



부다페스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베를린만큼 냉전시대의 스파이들이 활발하게 첩보전을 펼친 도시가 있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야.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2011)에서 이 도시는 소름 끼칠 정도로 서늘해. 내용은 다들 알 거야. 영국 정보부 서커스의 수장 컨트롤(존 허트)이 정보국 고위 관료 넷 중 하나가 소련의 첩자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요원 프리도(마크 스트롱)가 소련이 심어놓은 첩자를 밝혀내다가 살해되고, 컨트롤과 그의 오른팔인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먼)가 책임을 지고 은퇴해. 그때 서커스 요원 리키 타르(톰 하디)가 컨트롤을 찾아가 서커스 내부에 소련 첩자가 있다고 보고해. 프로도가 죽기 직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 부다페스트의 유명한 쇼핑 거리에 있는 파리지앵 아케이드야. 1909년 설립된 파리지앵 아케이드는 부다페스트 시티은행의 본사로 쓰이기도 했어. 물론 지금 부다페스트는 파리, 프라하와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낭만적인 도시야. 부다페스트에 여행가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어. 헝가리 대표 음식 굴라쉬를 꼭 먹어보고 싶어. 소고기, 파프리카, 고추, 감자, 당근이 들어간 스튜 요리인데 기가 아주 막히는 맛이래.

부다페스트 파리지앵 아케이드(출처 위키피디아)
부다페스트에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글루미선데이 #스파이게임



로마
<그레이트 뷰티>
<그레이트 뷰티>

로마의 과거를 찬란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던 감독이 페데리코 펠리니(특히, 1972년작 <로마>)였다면, 현대 로마를 기품있게 표현하는 감독은 단연 파올로 소렌티노야. <그레이트 뷰티>(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2013)는 삶과 죽음, 젊음과 나이듦, 예술과 아름다움, 믿음과 신념 등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다루는 이야기야. 젊은 친구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어. 그럼에도 노년의 소설가 젭(토니 세르빌로)이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사망 소식을 듣고 로마의 밤거리를 거닐 때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 지금까지 매달려온 삶의 모든 것들이 부질없고,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거든. 그때 그가 지나는 곳이 로마 성 아그네스 성당이야. 그의 새로운 '눈'에 비친 이 성당은 무척 아름다워.

로마 성 아그네스 성당(출처 위키피디아)
로마에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로마 #로마위드러브 #로마의휴일 #무방비도시 #달콤한인생 #아카토네 #자전거도둑 #천사와악마



하와이
<쥬라기 월드>
<쥬라기월드>

<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2015)의 배경이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이슬라 누블라섬이라고 해서 그곳에서 찍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타조처럼 생긴 갈리미무스 불아투스가 무리지어 평원을 질주하는 장면도, 주인공 그레이(타이 심킨스)와 자크(닉 로빈슨) 형제가 원형의 이동기구를 타고 코뿔소처럼 생긴 스테고사우루스 무리 사이를 오가는 장면도 전부 하와이 쿠알로아 랜치(Kualoa Ranch)에서 촬영했대. 울창한 열대우림, 높은 계곡, 들쭉날쭉한 산맥, 반짝반짝 빛나는 해변, 깊은 협곡 등 다양한 자연이 어우러져 있어 있는 곳이야. 하와이 하면 서핑하기 좋은 파도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공룡 대신 풀 뜯어먹는 소들이 반겨줄 거야.

하와이 쿠알로아 랜치(출처 위키피디아)
하와기 가기 전에 봐야 할 영화 #디센던트 #첫키스만50번째 #알로하 #진주만 #헝거게임:캐칭파이어

씨네플레이 에디터 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