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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기 잘하지 말라고요~ 사이버렉카스러운 캐릭터들

성찬얼기자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 렉카. 원래 도로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차량을 견인하는 사설 구난차(Wreck car)를 이르는 단어이지만, 지금은 그런 차량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슈가 발생하면 해당 이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이른바 '사이버렉카'가 성행하면서 렉카는 사설견인차량보다 이슈를 다루는 분류를 이르는 단어가 됐다. 무슨 이슈가 터졌다 하면 자신의 콘텐츠로 만드는 행태가 소유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단 사고차량을 견인하고 보는 사설렉카의 행태를 담았다고 붙은 멸칭인 것이다. 사람 사는 방법이야 각자의 방식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들은 이슈를 더욱 자극적으로 포장하거나 이슈 당사자를 향한 '좌표'를 찍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최근엔 일부가 연합을 이루고 특정인을 협박한 것이 밝혀졌다).


아무튼 1인 미디어의 발달로 많은 크리에이터가 탄생했고, 그 반대급부로 수많은 사이버렉카도 등장했다. 그리고 시대에 맞춰 영화나 드라마 또한 이런 사이버렉카를 캐릭터화해 시대를 풍자하거나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에 공개한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을 시작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 속 사이버렉카들을 모아봤다. 혹시 이곳에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해 피해를 방지(?)하자.


혼란유발형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가면남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가면남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가면남


가면남은 사이버렉카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악질이다. 신분을 숨긴 채 라이브 방송을 하는 가면남은 특정 인물을 특정한 방법으로 해할 시 특정 금액을 주겠다는 일종의 '현상수배'를 하는데, 룰렛을 돌려 인물/조건/금액을 무작위로 뽑는다. 그 룰렛이 하필 이제 막 출소를 앞둔 강간살인범 '김국호(유재명)를 죽일 시 200억 원'에 걸리면서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의 이야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가면을 쓰고 있는데 돈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냐 의심하는 시청자들에게 쿨하게 풍선에 띄워 10억 원을 살포하는 등 배포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남다르다. 그러나 "형이야"로 시작하는 인사부터 거들먹거리는 말투는 누가 들어도 비호감 캐릭터. 무엇보다 본인이 200억 현상금을 걸어 생기는 여러 사고에 "앞으로 이러면 반칙이야"라고 마치 스포츠맨십을 운운하는 듯한 모습은 그야말로 내로남불. 그의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4화를 기점으로 새로운 사실이 공개돼 과연 이 악질 스트리머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런지. 이 가면남 외에도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이슈를 찾아 가면남의 말에 따라 현장에 나타나는 다수의 사이버렉카들을 묘사하며 그들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을 은연 중에 내비치기도 한다. 이 모습은 세간이 충격을 안긴 모 범죄자가 출소했을 당시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그 장면을 생중계하던 걸 연상시킨다.

 

현장투입형
<소셜포비아> 양게

 

양게(가운데)
양게(가운데)
〈소셜포비아〉양게
〈소셜포비아〉양게


아마 양게라면 지금쯤 김국호 집 앞에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 BJ양게는 <소셜포비아>에 나오는 캐릭터로, 한 악플러를 만나러 가겠다는 '현피집단'의 행적을 생중계하는 BJ다. 류준열의 영화 데뷔 캐릭터인데,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찰떡같은 연기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BJ들의 그 이상하리만큼 높은 텐션과 살짝 껄렁하다 느껴지는 말투까지 완벽 장착했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인물은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이지만, 양게야말로 <소셜포비아>의 핵심에 맞닿은 캐릭터이다. 그의 라이브 방송 때문에 일이 점점 커지는 데다 이 영화의 소재 '인터넷 마녀사냥'과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 영화 초반, 그냥 이슈 좀 끌어보려는 BJ처럼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자신이 하는 일의 영향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소시오패스적인 모습도 보여줘 웬만한 자극엔 무뎌진 군상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제 딱 10주년을 맞이한 영화인데, 영화 속 풍경은 과거여도 일어나는 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도리어 소름이 돋는다.

 

여론선동형
<지옥> 화살촉 리더

 

〈지옥〉 화살촉 리더
〈지옥〉 화살촉 리더


서두에 설명한 '사이버렉카'에 딱 알맞은 캐릭터라면 <지옥>의 화살촉 리더일 것이다. <지옥>은 죽은 일시를 고지 받은 인간이 (악마로 보이는) 무언가에게 살해당하는 일(시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화살촉 리더는 이 고지 받은 인물들이 죄인이라고 낙인을 찍고 이들의 신상을 방송으로 공개한다. 죄가 있든 없든 이미 죄인으로 상정하고 방송을 하기 때문에 이 자극적인 방송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당사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 이른바 '아님 말고' 식의 방송이지만 자신감에 찬 격양적인 태도에 시청자들도 넘어가고 마는 듯하다. 이 캐릭터는 김도윤이 맡아 연기했는데, 방송 장면만 봐서는 도통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분장에 본인을 맡겼다. 목소리마저 평소보다 격양되고 허스키하게 내 사이버렉카스러운(?) 특색을 잘 살렸다. 다만 현실적인 연기와는 별개로 이렇게까지 콘셉트를 가지고 방송하는 사람은 없다 보니 그 부분에서 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사이버렉카의 행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건 화살촉 리더 말고는 없는 듯. 시청자들을 선동해 반대 의견까지 묵살하고 본인의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나는 모습까지 무책임한 사이버렉카 판박이다.

 

???형
<그녀가 죽었다> 호루기

 

〈그녀가 죽었다〉  호루기
〈그녀가 죽었다〉 호루기


인플루언서 문화를 전면으로 다룬 영화 <그녀가 죽었다>. 제목에서 가리키는 '그녀' 한소라(신혜선) 외에도 인플루언서 한 사람이 더 등장하는데, 바로 한소라의 실종을 신고하는 호루기(박예니)이다. 호루기는 한소라로부터 '연락이 두절되면 신고해달라'는 말을 듣고 경찰에 그의 실종을 신고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신고는 한소라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가 도리어 용의선상에 오른 구정태(변요한)를 더욱 초조하게 해 영화를 더욱 극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신호탄이 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이 무척 다양하기에 일종의 스포일러 방지 차원으로 앞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유형을 따로 적지 않았다. 특히 이 캐릭터가 갖는 의미는 바로 그 실체에 있으니 한 번쯤 확인해봐도 좋을 듯하다. 호루기는 지난해 <사냥개들>, <셀레브리티>에 출연한 박예니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