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의 한 주방을 종횡무진하며 '황금 인턴', '만능 인턴'으로 불리는 배우가 있다. tvN <서진이네2>에서 뷔를 대신해 새롭게 인턴으로 합류한 배우 고민시다. 수많은 알바 경력으로 빛나는 활약을 선보이며 예능계 다크호스로 부상한 그는 8월이 가기 전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도전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어느 여름, 펜션에 찾아온 미스터리한 손님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고민시는 주인공 영하(김윤석)의 일상을 뒤흔드는 미스터리한 여성 성아로 분해 그간 보여준 적 없는 광기 어린 모습으로 극 전반을 휘어잡으며 서늘한 긴장감을 부여할 예정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 주연을 맡았다는 고민시는 그간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라이징 스타에서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였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대중들의 머릿속에 '고민시'를 각인시킨 대표 캐릭터를 선정해 봤다.


<마녀> 도명희 역
단편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 조연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오던 신인배우 고민시는 2018년 영화 <마녀>를 만나게 된다. 전반적으로 잔혹하고도 어두운 분위기 속에, 고민시는 주인공 구자윤의 단짝 친구 도명희 역을 맡아 극 초반의 분위기에 발랄함을 더하며 감초 역할을 해냈다. 거대한 비밀을 품고 있는 자윤과 달리, 명희는 외모와 연애에 관심을 쏟는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다. 구르프에 돌돌 만 앞머리와 귀여운 외모가 상반되게 명희가 뱉는 모든 말엔 자윤을 걱정하는 애정 어린 욕설이 섞여있다. <마녀>의 주요한 시작을 담당하는 기차씬에서 고민시는 상대 배우였던 최우식이 실제로 상처를 받았다는 후일담이 있을 만큼 거칠지만 찰진 욕설로 웃음을 자아내며 극 초반에 몰입감을 더하는 동시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좋아하면 울리는> 박굴미 역
<마녀> 속 명희의 모습과는 사뭇 달리,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고민시는 박굴미 역으로 분해 표독스러운 악인의 모습을 선보인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사촌 조조(김소현)에게 악담을 퍼붓는 것은 기본,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조조의 삶을 순탄치 못하게 만든다. 주변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박굴미는 조조의 좋알람이 울리고, 그 알람의 주인공이 학교 최고의 인기남 선오(송강)인 것을 알자 조조에게 날것 그대로의 증오심을 꺼내 보이기 시작한다. <마녀>에서처럼 같은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지만, 전작에서의 순박하고 발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등장하는 모든 순간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분노를 유발하게 만든 고민시는 박굴미 역으로 악역 변신에 성공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스위트홈> 이은유 역
주목받는 신예 배우에서 '넷플릭스의 딸' 그리고 글로벌 스타로 도약하기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은 고민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준 작품이다. 극 중 발목 부상으로 인해 발레리나의 꿈을 접게 된 이은유 역을 맡아 시즌 1부터 3까지 출연했다. 특히 고민시는 툴툴거리고 반항기 어린 여동생의 모습에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재난 상황 속 성장해나가는 성장형 캐릭터로서 활약하며 시리즈의 진주인공에 준하는 존재감을 보였다. 고민시와 함께 연출자로서 5년간 호흡을 맞춘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은 고민시에 대해 "시즌 1 전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캐스팅이 됐는데 너무 잘해서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작품 밖에서도 최선을 다해 활력소가 되어줘 힘을 많이 받았다"라며 소회를 밝히는 한편, "(앞으로의 활동에) 팬으로서 박수 쳐주고 싶다"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오월의 청춘> 김명희 역
1980년 5월, 광주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나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고민시는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서 애절한 로맨스와 짙은 슬픔까지 깊은 감정 연기를 섬세하게 소화하여 배우로서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데 성공했다. 극 중 광주 평화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3년 차 간호사 김명희 역으로 출연한 그는 극 중 찰진 사투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단단함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의 두려움 등 디테일한 표정 연기로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고민시는 <오월의 청춘>을 통해 2021년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과 더불어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 감명 깊은 수상 소감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밀수> 고옥분 역
고민시는 과거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정확히는 도전이 수반되는 과거에 기꺼이 제 자신을 데려다 놓는다. 시대를 그리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고민시는 <오월의 청춘>에선 80년대 광주를, <밀수>에서는 10년 더 거슬러 올라가 70년대를 찰떡같이 소화하였다. <밀수>에선 촌스럽게 그려진 갈매기 눈썹과 다소 우스꽝스러운 짙은 화장, 꽃무늬 한복을 입은 다방 주인 고옥분으로 분해 70년대 스타일을 선보이며 출연하는 모든 컷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스로도 "외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캐릭터였다"라고 밝혔을 정도. 이처럼 <밀수>의 고옥분은 고민시의 도전이자 재발견이나 다름없었다.

고민시는 주눅 들지 않는 톡톡 튀는 말투와 뻔뻔한 애교, 천연덕스러움으로 극 중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사랑스러운 스파이로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 가장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담으로 고민시는 <밀수>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혜안으로 캐스팅됐는데, 류승완 감독이 <마녀> 속 계란을 먹고 최우식에게 욕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덕분이라고. 그 결과, 고민시는 제32회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