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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꽃미남 늙어서는 꽃중년 된 브래드 피트의 리즈 시절 5

성찬얼기자

배우이자 스타, 그리고 이제는 제작자로서도 정점에 선 브래드 피트의 리즈 시절을 담은 영화가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입점했다. 2004년 개봉작 <트로이>인데,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 신화를 다룬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는 반신이자 완벽한 영웅 아킬레우스 역을 맡았다. 당시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 올란도 블룸, 에릭 바나 등 서로 다른 매력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눈을 홀리게 하는 마성의 영화로도 유명했다. 이렇게 <트로이>가 돌아온 것을 기념, 지금까지도 할리우드 꽃미남/꽃중년의 타이틀을 쥔 브래드 피트의 리즈 시절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최신작부터 구작순으로 소개한다.

 


<얼라이드>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2016 / 쿠팡플레이

고전영화 시대에 브래드 피트가 있었다면 볼 만한 패션 다 볼 수 있음
고전영화 시대에 브래드 피트가 있었다면 볼 만한 패션 다 볼 수 있음

근래 브래드 피트는 (본인이 밝힌 대로) 배우 활동을 줄이고 있고, 거기다 출연작 대부분에서 '더티한' 외모를 뽐내는 작품이 많다. 그래서 영화에서보다 일상이 더 배우스러워 보일 때도 있는데, 근래 영화 중 <얼라이드>가 그의 꽃중년 면모를 가장 잘 포착했다. <얼라이드>는 2차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장교와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부부를 위장했다가 정말로 사랑에 빠지는 첩보 로맨스 영화다. 장발이나 덥수룩한 수염 없이 포마드로 고정한 머리와 정장이나 군복을 입은 브래드 피트를 보면 그에게 따라붙었던 '꽃미남'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전쟁이 배경이라고 하나 로맨스를 표방한 만큼 멜로 눈빛이 자주 나오는 것도 팬이라면 반길 부분. 특히 위장 부부에서 사랑으로 거듭나는 상대 역으로 마리온 꼬띠아르가 함께 했으니 두 사람의 외모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영화 자체는 고전적인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일품인데, 반면 '첩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너무 느긋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의심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천천히 고조되는 긴장감과 두 사람이 영위하고 싶었던 일상이 대비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단점.

〈얼라이드〉일단 두 사람의 외모합이 미쳤다
〈얼라이드〉일단 두 사람의 외모합이 미쳤다

 


<트로이>

감독 볼프강 페터젠 / 2004 / 넷플릭스

〈트로이〉 반인반신 투신 아킬레우스
〈트로이〉 반인반신 투신 아킬레우스

<트로이>는 그리스 신화, 그리고 그리스 서사시의 정점이라 하는 「일리아드」(호메로스)를 기반으로 트로이 전쟁의 발발과 과정을 그린다. 당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레골라스로 인기를 모은 올랜도 블룸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역할이 역할인지라(파리스 왕자) 브래드 피트와 에릭 바나만 남는다는 후기가 많았다. 브래드 피트는 그리스군을 이끄는 전설적인 인물 아킬레우스 역을 맡아 스크린을 누빈다. 브래드 피트는 오만하면서도 누구와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전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트로이 전쟁의 방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립과 관계성은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봐도 훌륭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아킬레우스의 영웅 이미지가 부각된 것이 브래드 피트에겐 꽤 못마땅했던 듯하다. 그는 <트로이>를 보고 나서 더 다양한 작품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은 불만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브래드 피트'라는 스타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한 편의 영화에 남았다는 건 관객 입장에서 감사할 따름.

〈트로이〉
〈트로이〉
〈트로이〉알파이자 오메가 삼인방 (에릭 바나, 브래드 피트, 올란도 블룸)
〈트로이〉알파이자 오메가 삼인방 (에릭 바나, 브래드 피트, 올란도 블룸)

 


<파이트 클럽>

감독 데이비드 핀처 / 1999 / 넷플릭스, 쿠팡,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왓챠

〈파이트 클럽〉타일러 더든
〈파이트 클럽〉타일러 더든
〈파이트 클럽〉, 반삭도 외모빨 받는다고
〈파이트 클럽〉, 반삭도 외모빨 받는다고

'꽃미남'에겐 보통 여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데, 브래드 피트는 남성 팬도 적지 않다. 아마도 그가 꽃미남 시절에도 배드애스(Badass)스러운 캐릭터를 다수 보유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 더든이다. 주인공(에드워드 노튼)이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이 남자는 시종일관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를 퍼붓는다. 실제로 그는 거주지도 없이 떠도는 '진짜 반골'인데다 나중엔 남자들끼리 아무 이유 없이 1대1 싸움을 하는 소규모 모임까지 만들어 추앙받는 존재가 된다. 브래드 피트는 허풍선이 같은 이 타일러 더든의 여유로움을 과시하며 관객마저 홀렸다. 특히 상체 탈의가 잦은 영화인데, (타일러가 말하는 대로) 보여주기식 근육이 아닌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깡마른 근육질로 육체미까지 한껏 발산했다. 영화의 반골 매력과 브래드 피트의 더티미가 시너지를 내며, 개봉 당시보다 점점 더 인기 많아지는 작품이 됐다. 정작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핀처는 딸에게 <파이트 클럽>을 좋아하는 친구랑 가까이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고.

〈파이트 클럽〉, 남자 관객들도 치골에 눈이 갔다는 브래드 피트의 육체미
〈파이트 클럽〉, 남자 관객들도 치골에 눈이 갔다는 브래드 피트의 육체미

 


<조 블랙의 사랑>

감독 마틴 브레스트 / 1998 / 웨이브, 왓챠

〈조 블랙의 사랑〉
〈조 블랙의 사랑〉
〈조 블랙의 사랑〉, 사진과 달리 마냥 아름답기만 한 내용은 아니다
〈조 블랙의 사랑〉, 사진과 달리 마냥 아름답기만 한 내용은 아니다

<조 블랙의 사랑>은 브래드 피트 필모그래피에서 그렇게 특출난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미모를 중점으로 살핀다면, 이 영화가 빠지면 불경함 그 자체일 것이다. 죽음을 앞둔 대기업 회장 앞에 젊은 남성의 모습을 한 사신이 나타나 세상을 보여달라며 함께 이승에 머무는데, 문제는 이 사신과 회장의 딸이 점점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로맨스처럼 시작하지만 178분이란 긴 시간이 알려주듯, <조 블랙의 사랑>은 사랑을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선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브래드 피트는 사신 조 블랙으로 출연해 영화를 이끄는데, 멀끔한 양복 차림을 하고는 눈빛을 반짝이며 세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사신이란 실체를 잊지 말라는 듯 종종 의미심장한 미소로 안소니 홉킨스를 바라보는 순간들도 마음에 콕콕 박힌다. 세상사에 닳을 대로 닳은 회장과 죽음을 추종하면서도 삶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신의 동행은 사신이란 다소 우스꽝스러운 설정조차 개연성 있게 만드는 브래드 피트의 존재감으로 완성된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감독 닐 조단 / 1994 / 스트리밍 X ·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 등 구매 및 대여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살짝 세기말 샴푸 광고 같기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살짝 세기말 샴푸 광고 같기도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이런 조합이' 소리가 절로 나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에 안토니오 반데라스에 (지금은 세 사람보다 입지가 많이 줄었지만) 크리스찬 슬레이터까지 함께 한 초호화 영화다. 거기에 앞선 세 배우가 뱀파이어로 등장한다니, '이미지 쇄신하려는 뱀파이어들의 음모'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왔다. 브래드 피트는 뱀파이어 레스타트(톰 크루즈)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루이로 영화의 화자를 담당한다. 루이는 뱀파이어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나 다름없어서 레스타트와 달리 인간성을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의 본성과 주변 환경은 그를 끊임없이 위기로 몰아간다. 하얗게 질려버린 피부와 이글거리듯 번뜩이는 브래드 피트의 눈빛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드라큘라, 뱀파이어의 이미지와 또 다른 얼굴을 각인시킨다. <가을의 전설>과 같은 해에 개봉해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고, 이듬해 <12 몽키즈>과 <세븐>으로 선구안과 연기력까지 확실한 스타로 자리 잡았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제는 할리우드 거물이 된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투샷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제는 할리우드 거물이 된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투샷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