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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부자 에단 호크 배우, 감독, 작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추아영기자
에단 호크
에단 호크

올해도 어김없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 8월 재개봉했던 <비포 선셋>에 이어 9월 4일 <비포 미드나잇>이 재개봉했다. 비포 시리즈의 주연인 에단 호크는 동시에 공동 각본가이기도 하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상대역인 줄리 델피와 함께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 사실 배우로서 친숙한 에단 호크는 <비포> 시리즈의 각본 작업뿐만 아니라 직접 여러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했다. 이에 더해 소설과 에세이, 그래픽 노블 등 작가로서의 활동도 부지런히 이어 나가고 있다. 그의 다양한 면모를 재조명해보았다.  

에단 호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첼시 호텔〉
에단 호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첼시 호텔〉

에단 호크는 단편 영화 <스트레잇 투 원>(1993)의 제작과 각본, 연출 작업을 시작으로 2001년 첫 장편 영화 <첼시 호텔>을 연출했다. <첼시 호텔>은 과거 마크 트웨인, 앤디 워홀, 버질 톰슨, 레너드 코헨과 같은 예술가와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머물렀던 첼시 호텔을 배경으로 한다. <첼시 호텔>은 1950년대 비트 세대의 순수한 정신을 불러일으키며, 가난 속에서 예술을 창작하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것을 고귀하게 여기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에단 호크는 그들에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의 영화는 패턴의 중첩과 이상한 노출, 시적인 전환, 거친 색상이 돋보이는 미장센으로 그들의 삶을 표현했다.  

〈비포 선셋〉(왼),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셋〉(왼), 〈비포 미드나잇〉

에단 호크는 <비포 선셋>(2004)과 <비포 미드나잇>(2013)에서 상대역을 맡았던 줄리 델피,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두 영화의 각본을 썼다. 두 배우는 비포 트릴로지의 시작점인 <비포 선라이즈>를 작업할 때도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두 동의해야만 촬영을 진행하는 등 감독과 전적으로 협업하며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이는 트릴로지의 두 번째 영화인 <비포 선셋>에서 더욱 심화하여 크레딧에 나란히 오를 정도의 비중으로 각본 작업을 함께 했다. 시리즈를 누구보다 아끼는 셋의 협업은 “가장 위대한 일인 인간과의 교감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목표를 이뤄주었다.  

〈블레이즈〉
〈블레이즈〉

이어서 에단 호크는 영화 <블레이즈>(2018)의 각본과 감독, 제작을 맡았다. <블레이즈>는 텍사스 출신의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블레이즈 폴리의 전기 영화다. 시빌 로젠의 회고록 「오두막집에 살다: 블레이즈 폴리를 기억하며」를 원작으로 삼아 시빌 로젠과 에단 호크가 함께 각본을 작업했다. 영화는 블레이즈 폴리의 삶과 그의 연인이자 뮤즈인 시빌 로젠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에단 호크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역으로 출연했던 영화 <본 투 비 블루>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블레이즈>에서 예술가의 삶뿐만 아니라 예술관까지 녹여내려는 시도를 한다. 영화는 블레이즈의 실제 노래에 맞춰 몽타주를 구성했으며 이러한 방식은 그의 음악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블레이즈>는 재치 넘치는 감성주의자이자 사랑과 술, 대마초의 열광적인 애호가였던 블레이즈의 생전의 모습을 잘 살렸다며 전기 영화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에단 호크의 데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
에단 호크의 데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

에단 호크는 배우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그의 데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The hottest state, 1996)은 그가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영문학을 배웠던 이 시기에 쓰인 작품이다. 소설은 스무 살에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주인공 윌리엄이 유치원 교사이자 가수 지망생인 사라를 만나 수치심과 열망으로 가득한 첫사랑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순간을 담는다. 그들의 로맨스는 부모의 이혼을 겪었던 윌리엄의 불안정한 유년 시절의 기억과 겹치고 교차한다. 에단의 데뷔작은 힘 있는 문체와 섬세한 감정의 묘사로 뉴욕 타임스와 런던 타임스 등의 해외 유수 매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 인터뷰에서 에단 호크는 배우를 꿈꾸고, 성장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인공 윌리엄이 자신의 자전적인 요소를 많이 함축한 캐릭터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소설이 회고록은 아니지만, 나와 내 친구들이 당시 생각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담은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어쨌든 이 소설의 목표는 내가 경험하고 아는 얘기를 쓰는 것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직접 맡으며 영화화했다. 또 주인공의 아버지로 출연하기도 했다.

책  「웬즈데이」
책 「웬즈데이」

이어서 그는 두 번째 소설 「웬즈데이」(Ash Wednesday, 2003)를 썼다. 「웬즈데이」는 부모가 되는 문턱에서 마주하는 설렘과 두려움, 환희의 순간을 포착한다. 미성숙한 지미는 여자 친구 크리스티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 한다. 크리스티는 지미가 있든 없든 텍사스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상처 가득한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지미는 크리스티를 따라 올버니에서 뉴올리언스, 오하이오, 텍사스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시작한다. 「웬즈데이」는 1인칭 내레이션을 통해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소설 전반에 점철되어 있는 유머는 장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소설가 에단 호크의 진일보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책 「기사의 편지」
책 「기사의 편지」

에단 호크의 세 번째 책 「기사의 편지」(Rules for a Knight, 2015)에는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가 자신의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묻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규칙을 주제로 아내와 나눈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답했다. 평소에 기사도에 흥미를 느껴왔던 그는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기사의 우화를 빌려 「기사의 편지」를 써 내려갔다. 「기사의 편지」는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덕목에 대한, 기나긴 설교가 아닌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고독과 겸손, 용서, 정직, 용기, 은혜, 자부심, 인내심에 대한 그의 반추를 통해 삶을 헤쳐 나갈 짧은 가이드를 제공해 준다. 책의 그림과 만화는 그의 아내 라이언 호크가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