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오전 회의를 위해 에디터들이 테이블에 모였다. 개봉 전부터 극장가를 장악하며 KTX처럼 질주하는 <부산행>은 오늘도 회의의 핫이슈. 이 대담은 에디터 한 명이 던진 '<부산행>, 천만 넘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부산행>? 천만?
이 두 단어에 갑자기 너도 나도 '저요, 저요!' 손 들고 말하기 시작하는 에디터들(넘나 적극적인 것). 천만은 당연히 넘는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천만은 힘들지! 천만 넘나, 못 넘나, 내기해봐요! 무슨 내기, 만원 내기?(씨네플레이 회의 분위기 넘나 화목) 그렇다. 따끈따끈, 4시간 전의 대화다. 뜨든! 이렇게 급 토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
닉 : 자, <부산행>이 드디어 개봉했다. 올 여름 빅4 중에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영화인데, 시사회 직후 나는 한 600만~700만은 기본으로 가고, 잘하면 천만까지도 내다볼 수 있겠다 생각을 했어. 어떨 것 같아? 오늘이 정식 개봉일이니까 천만 관객을 넘을 것인가, 못 넘을 것인가, 전망해보자고!
펩시 : 700만은 기본으로 할 것 같다. 그리고 얼마나 더 갈 것인가가 관건이지.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의 CJ 배급력이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NEW의 <부산행>이 천만에 도전하기에 쉬운 환경은 아니다.
닉 : NEW가 극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힘이 있으면 성공했던 전력이 있다.
펩시 : 지금 극장이 <부산행> 같은 킬러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올해 상반기에 시장이 매우 안 좋거든. <검사외전> 흥행 정도를 제외하면 극장이 굉장히 울상이었기 때문에 <부산행> 첫날 스코어 반응만 좋다면 극장은 <부산행>에 올인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닉 : 그렇지. 첫 주에 잘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상영관 수가 달라지는 거니까.
펩시 : 오늘 개봉 첫날 관전 포인트는 <부산행>이 역대 개봉일 최다 스코어를 깰 것인지다. 현재 역대 개봉일 최다 스코어 순위(!)를 보고 가자. 국내에서는 1위 <명량>이 68만 명, 2위 <군도>는 55만 명, 3위 <검사외전>은 52만 명, 외화 부문에서는 1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72만 명, 2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62만 명, 3위 <트랜스포머3>가 54만 명이다. 예상해보건대 오늘 <부산행>의 오프닝 스코어는 65만~70만 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천만,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거지.
가로등거미 : 나는 천만을 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왜냐하면 스크린 잡기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 8월 첫 주부터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고스트 버스터즈> 등의 외화들이 개봉 대기 중이다. 이 영화들까지 고려하면, 지금 <부산행>이 마음 놓고 흥행을 할 수 있는 주는 개봉 첫 주와 둘째 주, 8월 첫 주 정도 까지인데, 얼마 안 되는 기간이다. 그 안에 <부산행>이 결판을 내야 되는 상황인 거다.
코헤토 : 저도 이 이야기 들으니까 그런 것 같다. <부산행> 평이 그렇게 썩 좋지만은 않다. 장르적으로 클리셰가 많다고도 하고.
닉 : 본인은 그 클리셰 보면서 펑펑 울었잖아!
코헤토 : (당황100)그러네...
닉 : 그게 바로 대중들에게 먹히는 거라니까. 클리셰라고는 해도 결국 대중은 보편적인 정서에 움직이기 마련이니.
코헤토 : 다섯 번이나 울었다... 그래도! 울 땐 울더라도 냉철하게 볼 필요는 있겠지!
펩시 : 다른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다스베이더 : <부산행>이 변칙개봉의 꼼수를 부렸지만 어쨌든 천만을 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힘 있는 배급사들끼리 경쟁을 한다고 해도 첫 주 흥행이 잘 나오는 영화가 스크린을 많이 확보할 것이기 때문. <인천상륙작전> 개봉 첫 주 스코어에 달린 것은 아닐지. <제이슨 본> 같은 외화의 경우에도 흥행 파워 면에서 고정 관객 수는 정해져 있는 것 같고. 아직까지는 <터널>이나 <덕혜옹주>가 홍보 면에서 많이 노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8월 초까지는 <부산행>의 파워가 클 것 같다.
두두 : 천만 가기 어렵다는 의견을 뒷받침해줄 이유는 내 생각에는 40대 관객이다. 내가 생각하는 천만 영화 기준으로는 40대 이상이 봐줘야 되는데, 좀비물 장르는 40대 이상 관객의 유입은 힘들다. 지금 <부산행>에 10대들이 미친듯이 열광하고 있다. 그래도 10대들의 힘이 있으니까, 딱 천만 밑에서 끝날 것 같다.
닉 : 나도 좀비물이어서 한계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게 아니더라고. 중장년층도 끌어들일 수 있는 좀비물이다. 가족 코드가 강하고, 잔인한 장면도 안 나온다.
짐니 : 우리 부모님은 영화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부산행>이 워낙 TV에도 많이 나오고 하니까 저 영화가 뭐냐고 궁금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 그래서 가족적인 영화라고 이야기 했더니 영화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더라.
펩시 : 친구들 반응은 어때?
짐니 : 친구들은 엄청 좋아한다. 동생도 좋아하고, 주위에서 반응도 좋다. <부산행>의 관람등급도 청불이 아니기 때문에 주요한 흥행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가족 단위 관객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닉 : 클리셰, 신파 요소로 영화가 비판받을 수는 있겠지만, '가족 코드'야말로 중장년층까지 끌어안는 중요한 흥행 코드다. 눈물 뽑아내잖아. 스포일러라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모두의 공감을 얻는 소스가 다 들어있으니까. 노년층까지 담아내는 등장인물도 있고. 좀비의 잔인한 장면이 거의 안 나오니까 장르적인 거부감도 없다.
다스베이더 : 그래서 NEW에서 홍보를 할 때도 좀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재난영화'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더라. 전대미문의 재난 블록버스터라면서. 사실 좀비 영화에 대한 장르적인 진입장벽을 걱정하는 거니까. <부산행>에는 좀비 영화의 잔인함, 이런 성격의 장면들보다 다른 성격의 장면이 많이 섞여 있다. 가족이든, 정치 상황이든. 다른 소스들이 많아서 좀비 영화에 거부감이 많은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펩시 : 문 부장은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닉 : 문 부장은 지금 내기에서 얼마를 불러야 이길까 생각하고 있다.
문부장 : 그렇다. 돈은 내 차지가 될 것이다. 음... 개봉주엔 무리 없이 흥행 가도를 달릴 것 같다. 다음주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이 발목을 잡을 것 같지만.
닉 : 이전 사례를 보면 대작 두 편이 흥행 쌍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펩시 : 그렇다. <해운대>와 <국가대표>.
가로등거미 : <명량>과 <해적>도 그랬다.
닉 : 두 편이 서로를 깎아먹는 게 아니라, 한 영화를 봤으면 다른 영화도 봐야 하는. 두 개를 같이 보면서 함께 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지. 10년 전 <실미도>랑 <태극기 휘날리며>가 쌍 천만을 했지 않나. 작년엔 <암살>이랑 <베테랑>이 쌍 천만을 했다.
펩시 : 어떤 영화가 <부산행>의 페이스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닉 : 파트너가 된다면 선호하는 연령대나 성향, 이런 게 대비되는 <인천상륙작전>이 되지 않을까?
펩시 : 같은 의견이다. 가로등거미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로등거미 : 막연하게 <인천상륙작전>일 거라 생각은 하는데 8월 첫째 주를 지나면서 국내 영화 흥행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여름시장에서 외화에 대한 니즈는 아주 뚜렷하니까 말이다. 아까 언급했던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고스트 버스터즈>가 크게 빵 터지는 힘은 없을지 몰라도 <부산행>과 같이 가기 좋은 파트너는 오히려 외화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장르적으로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은 관객층이 쉬이 겹쳐지지 않는다. <부산행> 보러 극장에 갔다가 표 없으면 <제이슨 본> 보러 가지 않을까? <부산행>을 보러 갈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외화로 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느낌적인 느낌인가봐!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수군수군) 관객들의 성향이, <부산행>을 기다리는 관객은 10대부터 30대인데, 그들은 어쨌든 자기 취향이 어떤 세대보다 정확하다. <인천상륙작전>보다는 외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닉 : 일단 <인천상륙작전>을 아직 못 본 상태이기 때문에, 오늘 오후에 <인천상륙작전> 시사회를 다녀와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두두 : 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건다. 마고 로비 짱...(하트)
펩시 : 주말 관객 동원은 어떨까? 지금 <부산행>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군도>의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봐야 한다.
닉 : 초반에 확 땡겼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펩시 : 그래서 주말 관객을 봐야 하는 거다.
닉 : 그래도 <부산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KTX처럼 관객들을 확 끌고 가면서 장악하는 힘이 있지. 주말에 그렇게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
가로등거미 : 천만 영화의 첫 번째 조건은 '신파'다. <부산행>은 <해운대>의 쓰나미가 그냥 좀비로 바뀐 거나 마찬가지다. <칠번 방의 선물>에서도 바로 그 가족애, <명량>조차도 가족애를 등장시켰다. 그러니까 이 영화들의 가족애가 <부산행>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애초 전략적으로 기획해서 담아낸 것이기 때문에 '천만' 언저리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문부장 : 아주 모범적인 상업영화를 지향한 것 같다.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신파를 베이스로 두고, 세태 비판도 아주 온건하게 곁들였다. 수안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아주 단정하고 모범적이어서 다소 김새긴 하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데엔 적절한 수위였다고 생각한다.
닉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아주 영리한 상업영화라는 거지. 어느 정도 작품성을 갖추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흥행코드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 이런 거. 나는 <부산행>이 천만 간다 해도, 기존에 천만 갔던 영화보다 결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천만까지 도달했으면 좋겠고, 천만 갈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더 확신이 생기네.
펩시 : 쌍끌이가 된다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인천상륙작전>이 강력한 러닝메이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부산행>과 전혀 다른 영화인데, 지금은 극장 시장 범위가 넓어지는 시기다. 이게 단순히 10대, 20대에 그치는 게 아니라, 40~50대, 60대까지 늘어나는 시기라서 극장에 와서 <부산행>을 못 보면 전부 <인천상륙작전>에 몰려들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 <인천상륙작전>을 봐야 더 분명해질 것 같다.
닉 : 자, 이제 <부산행> 예상 스코어를 이야기해보자. 나는 1100만!
짐니 : 1035만!
펩시 : 엄청 디테일하네. 나는 790만!
가로등거미 : 850만!
코헤토 : 940만!
문부장 : 음… 1168만!
다스베이더 : 1050만!
두두 : 그럼 나는 900만!
닉 : 이거 거의 경매 같아, 경매. 만원빵입니다. 1등이 다 먹기. The winner takes it all~!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