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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은 두 형사, 돈과 목숨을 건 추격전에 뛰어들다.〈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기자간담회 현장

이진주기자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포스터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포스터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영화계 대표적인 창고 영화였다. ‘창고 영화’란 촬영이 끝났음에도 오랜 기간 개봉이 연기된 작품을 뜻한다. 2019년 3월 크랭크업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무려 6년의 시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시작으로 오는 17일 개봉하며 긴 방황을 끝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제작보고회 현장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제작보고회 현장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되었다. <킹메이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각본에 참여하고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 영화 연출 데뷔를 한 감독 김민수와 배우 정우, 김대명, 박병은이 참석했다. 다소 상기된 얼굴로 취재진 앞에 선 이들은 마치 신인 아이돌 그룹처럼 합을 맞추어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뒷돈을 챙기며 생계를 이어가는 두 형사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이 인생 역전을 위해 더러운 돈에 손을 대며 생기는 일을 담는다. 아픈 딸의 수술비가 필요한 명득과 빚을 탕감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동혁은 우연히 범죄 조직의 검은 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가로채기로 한다. 작전 당일,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돌입했지만 갑작스러운 총격에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일은 꼬이게 된다. 이 사건의 담당자로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이 파견되고 설상가상 사라진 돈을 찾기 위해 범죄조직의 몸통이 모습을 드러내며 명득과 동혁의 숨통을 조여온다.

주인공 명득과 동혁은 경찰의 지위를 이용해 관할 지역의 불법 업장에서 뒷돈을 받는 인물. 이들은 ‘선을 넘지 말자’며 자신들을 ‘생계형 악인’의 경계에 넣고자 한다. 하지만 관객이 이에 동의할지 미지수이다. 명득은 ‘딸의 수술비’라는 영화적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사유를 가진 반면 동혁은 반복적으로 도박에 손을 대며 빚을 지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김민수 감독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김민수 감독

영화는 ‘소(小)악인’ 명득과 동혁이 함께 ‘대(大)악인’에 맞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완전히 다른 국면에 처한다. 이는 김민수 감독의 연출 의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민수 감독은 “살아가면서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쫓아가는 이야기”라며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이 만났다 헤어지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상황, 태도, 행동에 점점 길이 갈라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한 데로 수렴하고야 만다. 대사 몇 마디로 처리된 이들의 느슨한 관계성에 기댄 결과이다. 때문에 영화의 후반부가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민수 감독은 결말에 대해 “소박하고 직설적이며, 정직하고 힘이 있는 제목처럼 결말도 분명하고 시원하게 짓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명득 역의 정우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명득 역의 정우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우 범인을 잡는 직업인 형사가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이 오히려 범죄 조직에게 쫓기게 된다는 설정이 참신하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할 때 경찰 역할임에도 범인들이 느껴야 할 긴장감과 압박감을 연기하는 게 새로웠다.

김대명 당시에 범죄/액션 장르를 처음 접해보았다. 때문에 더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박병은 자신들이 벌인 일을 자신들이 수사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궁금증이 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들이 앞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승찬 역의 박병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승찬 역의 박병은​

당시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정우 모든 작품에서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잘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이 불안을 떨치기 위해 혼자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많은 리허설을 했다. 이 많은 리허설을 다행히 (김)대명 씨가 싫어하는 내색도 없이 잘 맞춰주셨다. 참 좋은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수 감독은 내가 고민에 깊게 빠져 있으면 손을 잡아주었다. 끈끈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김대명 당시 배우, 스태프들 대부분이 또래였다. 덕분에 더욱 똘똘 뭉쳐서 열심히 준비했다. 다들 이 영화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박병은 당시 날씨가 매우 추웠다. 며칠 밤을 새우고 기사식당에 가서 매니저 동생과 맥주 한 잔을 먹고 있는데 대명 씨가 들어왔다. 갑자기 합석을 해서 소맥을 먹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별말도 없었고 서로 '고생했다'라고만 말했다.

 

아픈 딸을 둔 명득 역을 연기하면서 실제 딸을 떠올렸다고 했다.

정우 그렇다. 당시 내 딸아이가 3~4살쯤 되었다. 연기를 하면서 극 중 딸의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실제 내 아이의 이름을 불러서 모두 놀랐다. 그만큼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연기를 했다. 명득의 상황이라면 나도 그런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동혁 역의 김대명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동혁 역의 김대명

배우들도 6년 만에 완성본을 보았다. 어떠한가.

정우 나는 지난 부산영화제에서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오늘 처음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먼저 샤프한 내 얼굴이 눈에 띄었다. (웃음) 당시에 치열하게 연기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니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가 ‘작품마다 무척 애를 쓰는구나’ 싶었다.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김대명 그동안 감독님이 영화를 놓지 않고 계속 작업하셨다. 얼마나 영화에 공을 들였는지 알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았을 때 그 애정이 다 보여서 울컥했다.

박병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나와 뿌듯하다. 개인적으로 10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영화를 보게 되어 더 기뻤다. 부산에서 일반 관객분들과 GV도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정우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뜨거운 피>(2022) 이후 2년 만의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아픈 딸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 하는 아버지로서 앞뒤 없이 뛰어드는 형사 명득을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주었다. 오로지 딸의 목숨을 살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상황도 고려하지 않는 명득의 모습이 이 작품을 끌고 가는 주된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명득과 함께 위험한 판에 끼어드는 형사 동혁 역은 배우 김대명이 맡았다. 동혁은 극 중 가장 많은 수난을 겪는 인물이다. 이에 김대명은 체중 감량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동혁의 상태를 더욱 명쾌하게 표현해냈다. 강인한 명득과는 달리 변화하는 상황에 크게 동요하는 동혁의 모습은 작품의 긴장감을 크게 상승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