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 지난해와 올해 국내 개봉해 팬층을 형성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와 <키타로 탄생 게게게의 수수께끼: 트루 에디션>(이하 <트루 에디션>)이 다시 극장을 찾았다. 두 작품 다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개봉 당시 원작을 본 기존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며 순항했다. 이번 재개봉은 두 작품 다 수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1주년 기념으로 리바이벌 개봉한 <블루 자이언트>는 기존 상영본에서 약 200컷 정도 수정 보완한 스페셜 버전을 상영한다. <트루 에디션>은 극장판 기획 당시 구상했던 원안을 살려 300컷 이상 수정된 버전으로 기존 개봉판보다 더 무섭고 강렬한 버전으로 돌아왔다.
<블루 자이언트>

추운 겨울 강 앞에서 입김을 내뿜으며 색소폰을 부는 한 남자가 보인다. 이윽고 그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될 거라 굳세게 다짐한다. 고등학생 다이(야마다 유키)는 한결같이 꿈만 좇아 전진하는 열혈 소년이다. 입술이 베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내 다시 색소폰을 연습하는 그의 모습은 인물의 숨겨진 시간을 대변한다. 영화는 다이의 과거를 영화의 시작점에 있는 한 장면으로 압축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도쿄로 상경한 다이는 우연히 들른 재즈 클럽에서 엄청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뽐내는 유키노리(마미야 쇼타로)를 만난다. 둘은 찰나의 마주침에도 서로를 알아본다. 유키노리의 연습량을 짐작하게 하는 피아노 연주 실력과 다이의 엄지 위 굳은살은 서로의 과거를 짐작하게 하는 표식이기 때문. 다이와 유키노리는 인상적인 첫 만남 이후 함께 연주 연습을 하며, 죽음의 문턱에 선 재즈를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여기에 열혈 초짜 슌지(오카야마 아마네)까지 합세해 재즈팀 ‘재스(JASS)’를 결성한다. 셋은 도쿄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So Blue)’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하루하루 내달린다.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의 <블루 자이언트>는 일본에서 누계 발행부수 1,100만 부를 넘기며 대히트를 기록한 이시즈카 신이치의 만화 「블루 자이언트」를 영화화했다. 영화는 원작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된 재즈 라이브 장면의 생동감 있는 작화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구현한다. 일본 재즈 씬의 선두주자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우에하라 히로미의 음악은 높은 청각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음악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편집된 몽타주는 마치 영화적 문법으로 재현된 재즈와 같다.

러닝 타임의 1/4을 차지하는 재즈 라이브 장면은 꿈을 향해 걸어가는 청춘의 열기를 그대로 분출한다. 우에하라 히로미가 직접 작곡한 악곡의 선율은 관객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킨다. 이에 더해 영화는 연주자의 손과 감상자의 눈 클로즈업숏을 번갈아 보여주며 관객의 심정적 온도를 높여간다. 모션 캡처를 활용하여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3D CG로 실감 나게 표현한 점은 연주 장면의 리얼리티마저 살려낸다. 영화의 오리지널 악곡 ‘퍼스트 노트’와 ‘뉴’, ‘위 윌’은 다이와 유키노리, 타마다의 솔로(재즈 플레이어의 즉흥 연주)를 각각 표현하는 곡이다. 동시에 세 곡을 연주하는 라이브 장면은 세 인물에게 도약의 계기를 주거나 때론 새로운 갈등을 던져 주면서 서사의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이와 유키노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서로를 거울삼아 성장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둘의 시간과 방식은 달랐다. 다이는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독학으로 색소폰을 연습했지만, 유키노리는 4살 때부터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체계적으로 실력을 다져왔다. 다른 방식으로 꿈에 다가갔던 둘은 서로의 솔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말한다. 외적 갈등의 불씨는 이내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내적 갈등으로 변모한다. 다이와 유키노리는 둘의 갈등에 맞서기보다 각자 결점을 보완하는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또 영화는 슌지의 발전 과정도 비추어 이항대립의 인물 구도에서 벗어나 균형을 이룬다. <블루 자이언트>는 저마다 다르게 성장하는 세 청춘의 모습을 통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도중의 감각을 고스란히 전한다.
<키타로 탄생 게게게의 수수께끼: 트루 에디션>

쇼와 31년(1956년), 도쿄의 혈액은행에서 일하는 미즈키(키우치 히데노부)는 거래처인 류가 제약의 소유주 류가 가문의 새로운 당주가 탄생하는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나구라 마을로 향한다. 그는 외부인의 출입을 극도로 꺼리는 류가 가문의 사람들 속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새로운 당주가 정해진 날 밤,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즈키는 류가 가문의 비밀에 점점 다가선다. 한편, 간밤의 살인사건으로 어수선한 틈에 백발의 외부인 게게로(세키 토시히코)가 잡혀 온다. 사람들의 통제 속에서 게게로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서고, 류가 가문에 얽힌 불사의 묘약 ‘M’을 구하려는 미즈키와 동맹을 맺는다.

<트루 에디션>은 일본 요괴만화의 거장이자 원작자 미즈키 시게루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감독판이다. 작화에 날것의 표현이 더해지면서 일본에서는 PG-12 등급을 받은 기존 개봉판보다 한 단계 더 높은 PG-15 등급을 받았다. 원작자인 미즈키 시게루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왼팔을 잃은 이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에는 전쟁의 참혹함과 일본 군국주의 체제의 부조리를 직접 겪은 작가의 비판의식이 오컬트 장르의 문법으로 그려져 있다.
※ 이하 문단은 <트루 에디션>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류가 제약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시대적 배경을 딛고 성장했다. 또 태평양 전쟁으로 크게 실적을 올리며 절대 권력의 제약 회사로 거듭난다. 류가 가문에게 권력을 쥐여준 건 다름 아닌 불사의 묘약 M이다. 그들은 유령족의 피를 강제로 채취해 만든 약 M을 일본군에 팔아넘겨 부를 쌓고, 일본 군은 식사와 수면 없이도 살아 있을 수 있는 불사신 부대를 만들어 전쟁을 치른다. 이들의 모습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식민지였던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을 약탈해 전쟁 물자를 동원하고, 타국의 국민들을 징병해 총알받이로 내세운 일본의 파렴치한 처사를 떠올리게 한다. 또 류가 가문 저택 지하에 붙잡혀 있는 유령족의 모습은 731부대의 마루타 생체 실험을, 자살 공격을 자행한 부대에서 살아 돌아온 미즈키의 회상은 가미카제를 연상시키며 일본 군국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