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가 오랜만에 OTT산 예능붐을 몰고 왔다. <흑백요리사>는 요리로 승자를 가른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요리 서바이벌 예능에 '엘리트 요리사' '사파 요리사'를 상징하는 백팀/흑팀이란 진영을 만들어 보는 맛을 더했다. 이번에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에도 오르며 전 세계 화제를 모은 <흑백요리사>는 시즌 2 제작을 예고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사실 OTT산 프로그램 중 예능프로그램은 특히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편이라, 시즌제로 이어가는 것부터가 그 인기를 보여주는 셈. <흑백요리사>처럼 시즌을 거듭했던 OTT산 예능프로그램을 모아봤다.
<범인은 바로 너!>

최초의 OTT산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 2018년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힘을 주기 시작하던 시점에 첫 시즌을 방영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 그리고 유재석-김종민-이광수-안재욱-박민영-김세정-세훈이란 화려한 출연진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SBS의 주력 예능 <X맨>, <런닝맨> 등을 연출한 조효진-장혁재-김주형PD 삼인방의 조합도 유재석이란 메인MC와의 호흡을 더욱 기대하도록 했다.

다만 시즌 1 공개 당시, 반응은 다소 미적지근했는데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소 다른 풍이었기 때문. <범인은 바로 너!>라는 제목은 마치 '마피아 게임'처럼 출연진들 간의 심리싸움이나 두뇌 대결을 연상시켰지만, 프로그램 내용은 출연자들이 제작진에서 준비한 퍼즐을 풀어 벌어진 사건에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식이었던 것. <크라임씬>을 기대했는데 상황극이 기반인 <런닝맨>에 가까웠던 것이다.

실망스러운 반응에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후속 시즌 제작에 착수한 <범인은 바로 너!>는 시즌 1에서 단점으로 비판받은 부분을 다수 보완했다. 전 시즌보다 스토리를 더 뚜렷하게 구축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거듭 자극했고, 이에 따라 탐정단(주연 출연진) 외에도 주변 인물을 투입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물론 여전히 추리보다는 퍼즐에 방점이 찍혀있었으나 프로그램의 특징을 부각하는 방법으론 유효했다. 이광수가 하차하고 이승기가 합류한 시즌으로 굉장히 많은 '떡밥'을 뿌리고 2021년 시즌 3로 해당 이야기를 어느 정도 갈무리했다(정작 시청자들은 떡밥이 다 안 풀렸다고 아우성이긴 했다).
<더 존: 버터야 산다>

국민MC는 국민MC다. OTT산 예능 잔혹사에서 유재석은 <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또 하나의 시즌제 예능을 이어갔다. <범인은 바로 너!>에서 만났던 유재석과 이광수, 조효진PD가 다시 한번 힘을 합쳤고, 여기에 권유리가 가세했다. 넷플릭스가 아닌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둥지를 옮겼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미래 재난 시뮬레이션 존에서 살아남기 위한 세 사람의 고군분투.



디즈니+가 한국 론칭 후 거의 1주년을 맞이한 2022년 11월 방영됐다. 재난 시뮬레이션이란 설정에 맞춰 다양한 환경을 제시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그 와중 1시간 동안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유재석-이광수-권유리의 케미스트리가 빛났다. 다만 전체적인 반응은 <범인은 바로 너!> 때와 유사했는데 국내 시청자들은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반응이었다. 대부분 유재석-이광수라는 검증된 콤비와 거기에 지지 않고 활약한 권유리의 활약상이 다했다는 반응.

반면 국내 반응처럼 해외 반응도 비슷했는데, 유재석-이광수라는 <런닝맨> 콤비와 권유리의 인기에 힘입어 동남아에서 흥행했다. 이렇게 시즌 2 제작이 이어졌고, 시즌 3에선 이광수가 하차한 대신 덱스와 김동현을 투입해 더 다채로운 그림을 포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처음부터 시즌 3까지는 제작을 보장받았는데 2022년, 2023년, 2024년 매해 시즌을 선보이며 현재로선 디즈니+의 유일무이 한국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여고추리반>

가장 먼저 소개한 <범인은 바로 너!>에 실망한 '찐추리예능' 마니아들이 정착한 OTT산 예능은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등 두뇌 게임 중심의 프로그램을 예능계 중심에 세운 정종연PD의 신작이었기 때문. 넷플릭스의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강세에 티빙도 2020년대 들어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파악했고, 그 첫 타자로 정종연PD의 <여고추리반>을 선택했다.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최예나 다섯 출연자가 새라여자고등학교로 전학 온 전학생이 돼 학교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을 담았다.


첫 번째 타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개 이후 그대로 홈런을 날렸다. '실제 학교에서 하는 <크라임씬> 같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퍼즐과 스토리, 두뇌 싸움과 캐릭터성 모두 챙기며 정종연PD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역할 연기를 동반하는 프로그램 구성상 초반은 다소 밍숭맹숭하다는 평가를 받다가 중반 이후 급격하게 호평이 많아졌다. 특히 다섯 출연자가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동안 캐릭터 몰입과 미스터리 해결 능력이 점점 좋아지면서 일종의 '성장형 서사'를 완성한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큰 재미를 안겼다.
이 성공에 당연히 후속 시즌 제작이 이어졌고 2022년 시즌 2, 2024년 시즌 3를 공개했다. 다섯 출연자는 그대로 유지됐는데, 시즌 3는 정종연PD가 제작사를 옮기면서 시즌 1부터 함께 연출한 임수정PD가 메인PD로 제작에 투입됐다. 두 시즌 모두 시즌 1 대비 평가가 좋지 않은데, 대체로 출연자들이 '눈치'로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이나 제작진에서 준비한 힌트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환승연애>

티빙이 낳은 또 하나의 히트작이라면 <환승연애>가 빠질 수 없다. <환승연애>는 생전 처음 보는 남녀가 서로의 짝을 찾아가는 여느 연애예능과 달리 ex, 그러니까 과거 연인이었던 참가자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정기석(사이먼 도미닉), 이용진, 김예원, 유라가 고정 패널로 참석해 각 참가자들의 행동을 리뷰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즌마다 참가자의 기질에 프로그램의 재미가 달라지는 여타 연애예능과 달리, '과거 연인이었던 사람'이란 공통점을 공유한 참가자들이라는 공통점에서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재미를 유발한다.
2021년 방영한 <환승연애>는 공개 전 기우와 달리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예능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흥행과 반응 모두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어 제작된 시즌 2는 시즌 1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며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달성하고, 참가자들의 서사로 수많은 패러디 영상이 등장하는 등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이어 2023년 시즌 3를 방영하였다. 시즌 2까지는 이진주PD가, 시즌 3는 김인하PD가 제작을 맡았다.

연애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프로그램만의 특징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데, 다만 열성적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회차별 시간이 너무 길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 회당 70분 내외로 구성하는 TV프로그램들과 달리 <환승연애>는 한 회가 길게는 100분에 달하기도. 연인이었던 참가자들의 서사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계를 모두 보여줘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처사지만, 시즌 3에 이르러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아져 시청자들의 불만도 점점 커졌자. 그럼에도 시즌 2 이상의 성과(유료가입기여자수, 시청시간 등)를 거둬 시즌 4 제작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