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최고의 무비스타, 그런데 요즘 성적을 보면 심상치 않다. 흥행 성적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구설수가 이어지며 더 이상 '쾌남' 이미지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프로레슬링 WWE 스타에서 할리우드로 넘어와 티켓파워를 과시했던 드웨인 존슨은 최근 여러 논란에 결국 직접 해명까지 하고 있다. 신작 나오면 무조건 흥행하며 '새로운 무비스타'라는 칭호를 듣던 시절을 지나 어느 순간 '또웨인 존슨'이란 비아냥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신세가 된 드웨인 존슨. 최근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구설수가 그의 행보를 제자리걸음으로 만들었는지 짚어본다.
지각대장? 사실 아냐!
드웨인 존슨을 대표하는 '상남자' 이미지는 이제 '지각'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계속된 폭로는 드웨인 존슨이 촬영장에 지각하는 일이 너무 잦아 작품 내외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개봉한 <레드 원> 현장에선 길게는 8시간을 지각한 적이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드웨인 존슨의 지각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약 5000만 달러 손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 보도에 앞서 그의 전작 <레드 노티스> 현장 일화까지 재소환됐는데, 당시에도 드웨인 존슨의 지각이 잦아서 라이언 레이놀즈가 크게 화를 냈었다는 소식이 있었기 때문. 다행히도 두 사람이 화해를 하면서 조용히 넘어가는 듯했으나 신작에서도 지각 이야기가 나오니 다시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드웨인 존슨이 과거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촬영하던 시절, 빈 디젤의 지각을 공개 저격한 전적.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는 규모가 커지면서 합류한 배우들이 꽤 있는데, 드웨인 존슨도 5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합류했다. 당시 빈 디젤이란 걸출한 액션스타와 슬슬 영화계에서 라이징스타로 자리매김하던 드웨인 존슨의 만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상남자 영화' 이미지를 한층 더 부각시켰다. 그러나 영화 속 '패밀리'와 달리 드웨인 존슨과 빈 디젤의 사이는 마냥 좋지 않았는데, 드웨인 존슨이 SNS로 “몇몇 출연진은 프로답지 못하다”고 언급했던 것. 그동안 '촬영장에서 빈 디젤이 자주 지각해 동료들의 불안이 쌓이고 있다'는 보도에 이 저격이 더해지면서 두 사람의 불화는 기정사실화됐고, 끝내 드웨인 존슨이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이후 본가 시리즈의 하차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현재는 본가 시리즈에도 복귀했고, 두 사람은 화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전사가 있기에 드웨인 존슨의 지각은 점점 부정적인 여론이 커져갔고, 결국 드웨인 존슨이 직접 인터뷰로 해명했다. 그는 지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보도에서만큼 자주, 길게 지각한 적은 결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작비를 그만큼 초과할 정도는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도가 점점 부풀려지면서 결국 <레드 원>의 감독 제이크 캐스단과 함께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도 입을 열었는데 두 사람도 존슨이 다른 할리우드 배우처럼 가끔 늦을 때가 있을 뿐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병에다 오줌 싸? 그건… 맞네
사실 <레드 원> 촬영장 구설수가 유독 눈길을 끈 건 지각 이상으로 자극적인 일화가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드웨인 존슨은 시간을 단축한다는 이유로 물병에 소변을 보고 스태프에게 처리를 맡겼다고 한다. 본인은 지각하면서 타인에게 소변 처리를 시키다니. 이 이중적인 모습은 특히 드웨인 존슨의 이미지 실추에 속도를 붙였다.

지각보다 더 큰 거부감을 주는 행동임에도, 드웨인 존슨은 오히려 이 부분을 인정했다. 지각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했지만, 물병에 소변을 눈 건 사실이라며 그 사유까지 덧붙였다. 평소 일과에 운동 루틴이 있는 드웨인 존슨은 운동 루틴 중 이런 습관을 생겼다며, 촬영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솔직히 대중 입장에선 이게 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인데, 드웨인 존슨은 쿨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지각 루머가 얼마나 억울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비호감에 방점을 찍은 자기중심적 기획
<레드 원> 현장 관련 보도를 제외하더라도, 최근 드웨인 존슨의 이미지는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자기복제가 점점 심해져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 1차 원인일 텐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본인이 자초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겠다.

<모아나> <쥬만지> <스카이스크래퍼> 등 <분노의 질주> 시리즈 외에도 흥행작이 늘어난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하차 후 다양한 작품에 제작까지 참여하며 프랜차이즈화에 힘썼다. 특히 그의 이런 브랜드화는 DC확장유니버스(DCEU)의 <블랙 아담>에서 가장 도드라졌다. <블랙 아담>은 슈퍼히어로 샤잠의 아치 에너미(숙적) 블랙 아담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인데, 드웨인 존슨은 블랙 아담 역과 제작을 맡아 영화의 중추 역할을 했다. 영화가 여러 차례 엎어질 뻔한 위기에도 그는 해당 작품을 끝까지 놓지 않아 영화의 '구세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한 후 드웨인 존슨식 브랜드화의 단점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 되고 말았다. <블랙 아담> 쿠키 영상은 슈퍼맨(헨리 카빌)이 카메오로 등장했는데,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동시에 의문점을 남겼다. 당시 DCEU는 이미 슈퍼맨 서사를 일단락 지어 슈퍼맨을 세계관에서 내려놓은 상황이었고, 헨리 카빌 또한 DCEU 신작이 없어 사실상 하차 직전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카메오 출연이 드웨인 존슨이 밀어붙인 결과라고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블랙 아담 캐릭터는 샤잠(제커리 레비)과 관련이 깊은 빌런임에도,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슈퍼맨과 연관성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드웨인 존슨의 큰 그림이었던 것. 문제는 당시 DCEU엔 그나마 <샤잠!>과 <아쿠아맨> 시리즈만 소생 가능성이 있었기에(어디까지나 그나마!!) 슈퍼맨을 출연시킨 것이 도리어 무리수가 됐던 것. 슈퍼맨을 등장시켜 세계관을 블랙 아담 중심으로 재편하려던 드웨인 존슨의 의도가 너무 빤히 보였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헨리 카빌이 하차하고 DCEU가 리부트 되는 것까지 발표되면서 해당 쿠키 영상은 드웨인 존슨의 오만함만 더 부각시킨 사례가 되고 말았다.

사실 위와 같은 부침이 있다고 해도, 드웨인 존슨은 현재 활동 중인 배우 중 가장 영향력이 강한 축에 속한다. 그렇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선 이 같은 구설수는 활동에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엔 이미 개봉했지만, 북미에선 이제 막 개봉하는 <레드 원>. 당사자가 직접 해명에 나선 만큼 이런 악재를 깨고 그를 무비스타의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북미 현지의 결과가 내심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