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수입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M&M international)은 한국의 씨네필 사이에서 안목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 씨네필의 사랑을 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영화 <트랜짓>과 <운디네>, <피닉스>, <어파이어> 4편을 개봉한 수입배급사로 잘 알려져 있다. 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역작 <큐어>를 개봉하기도 했다. 주로 예술 영화와 고전 영화를 선보이며 한국의 씨네필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2015년 11월 설립한 엠엔엠인터내셔널은 올해로 운영 9년을 맞았다. 영화 <반두비>의 주연 카림으로 출연하고 많은 작품에 얼굴을 비친 배우이기도 한 이마붑 대표와 임동영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평단과 씨네필 관객의 좋은 평가를 고루 받는 예술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다소 수익성이 낮을 수 있음에도 예술 영화를 수입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다. “우선 재미있는 영화를 수입하되, 합리적인 금액 안에서 수입한다.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어야 한다”. 엠엔엠인터내셔널이 뚝심 있게 걸어온 9년의 시간과 최근의 행보에 대해 돌아봤다.


엠엔엠인터내셔널은 당시 영화제를 통해서만 소개되었던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영화 <트랜짓>을 2020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극장 개봉했다. 이어서 같은 해에 <운디네>까지 개봉시키면서 페촐트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이후 <피닉스> 개봉과 감독전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어파이어> 개봉 당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국내 첫 내한까지 성사시켰다.


엠엔엠인터내셔널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에 이어 여전히 많은 예술 영화감독들의 작품과 대중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올해에만 이탈리아 여성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영화 두 편 <키메라>와 <더 원더스>를 개봉했다. 또 프랑스 영화감독 기욤 브락의 영화 <다함께 여름!>을 2021년 개봉했다. 2022년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영화 <어거스트 버진> 개봉에 이어 2024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호나스 트루에바의 영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수입했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도 이런 영화는 개봉되어야 한다”

엠엔엠인터내셔널은 최근 31년 동안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 이어서 다른 거장 감독의 영화들도 개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77회 칸영화제 칸프리미어부문에 초청된 레오 카락스 감독의 중편 영화 <잇츠 낫 미>와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쇼잉 업>의 수입 소식까지 알린 것이다. 지난 11월 6일에 개봉한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 이어 <잇츠 낫 미>가 12월, <쇼잉 업>이 내년 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사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와 <잇츠 낫 미>는 수입을 고려할 때, 러닝 타임의 제약을 생각해야만 하는 작품들이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러닝타임은 169분으로 대부분의 관객이 섣불리 관람을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다. 반대로 4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영화인 <잇츠 낫 미>는 장편 영화 위주로만 개봉하는 극장가에 개봉할 수 있을지, 그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되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임동영 대표는 “<잇츠 낫 미>는 거장 레오 카락스의 영화이지만 중단편 영화의 특성상 개봉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시도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저희가 아니더라도) 다른 단편 영화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쇼잉 업>은 예술과 노동의 관계를 탐구하며, 근대의 천재적인 예술가상을 밀어내고 현대의 새로운 예술가상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2023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올해 개최한 제11회 마리끌레르 영화제를 통해 상영됐다. <쇼잉 업>은 영화제에서 본 관객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영화 <퍼스트 카우>로 국내에도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팬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입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팬들 사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낳던 중에 지난 10월 수입 확정 소식이 알려졌다.

임동영 대표는 “<쇼잉 업> 같은 영화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때 극장 개봉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모든 사람이 영화제에 참석해서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극장 개봉을 통해 지역의 극장에서 볼 기회라도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이슈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여러 제한적인 계약으로 인해 저희가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개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내 씨네필의 보물섬 OTT ‘콜렉티오’

M&M 인터내셔널은 2023년 10월부터 아트하우스 시네마 컬렉션 OTT인 ‘콜렉티오’(collection)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예술 영화와 고전 영화를 서비스하는 콜렉티오는 다른 OTT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전 영화를 비롯해 주로 영화제에서만 소개되는 예술 영화감독들의 영화를 볼 수 있다. 콜렉티오는 국내에서는 불법적인 루트를 통하거나 시네마테크의 기획전, 한국영상자료원과 같은 영상자료를 보관하는 전문 기관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담고 있기에 가히 ‘국내 씨네필의 보물섬’이라 할 수 있다.


콜렉티오는 국내 씨네필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OTT 시장의 틈새를 정확히 공략한다. 콜렉티오를 만들게 된 취지에 대해 임동영 대표는 “국내에 많은 플랫폼이 있지만 해외의 ‘무비’(MUBI)나 ‘크라이테리언’처럼 아트하우스 영화들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원했다. 기다려도 소식이 없길래 저희가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가 말했듯 콜렉티오의 정체성은 선보이는 영화들의 면면에서 엿보인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사티야지트 레이의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해와 달을 보지 않고 사는 것과 같다”며 극찬한 인도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사티야지트 레이의 영화와 누벨바그 세대이지만 독자적인 길을 걸은 루이 말 감독,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M&M 인터내셔널의 대표 감독인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전작과 기욤 브락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임동영 대표는 콜렉티오의 비전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생각을 드러낸다. 그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고전과 아트하우스 영화의 매력을 느끼고 또 다른 아트하우스 영화를 찾아 극장으로 가길, 그래서 극장도 아트 영화를 더 적극적으로 편성하길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