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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만두…에서 발견한 감동부터 공포까지

성찬얼기자
〈대가족〉
〈대가족〉

 

눈이 즐겁다 대신 '배가 고파졌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영화 <대가족>. 아예 만둣국으로 티저포스터를 꾸민 이 영화는 38년 전통의 만두 맛집을 배경으로 한다. 만두 명가를 이끄는 함무옥(김윤석)이 예상도 못한 손자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는 요리영화가 아닌 가족영화지만 그래도 카메라에 만두를 담을 때면 군침이 꼴딱 넘어간다. 아시아 전역에서 공유하는 식문화인 만두는 그래서 다양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늘은 <대가족>처럼 만두로 이야기를 풀어간 영화들을 소개한다.

* 문화권마다 다양한 만두가 있지만 편의를 위해 구분 없이 만두로 통일해서 서술함을 명시한다.


슬픔 편 ~ <바오>

〈바오〉
〈바오〉

 

정말 짧고 굵은 영화 <바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단편 <바오>는 한 중국인 여성이 만든 만두가 갑자기 살아움직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성은 깜짝 놀라지만 만두를 알뜰살뜰 보살피고 만두는 점점 커나간다. 하지만 점차 과보호에 질린 만두는 떠나기로 마음먹는데… 영화는 일견 동화처럼 보이지만, 영화 말미에 이 만두가 그녀의 자식을 빗댄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모성애와 타지로 떠나 삶을 꾸려온 이민자의 정신을 만두로 은유해 표현했던 것. 소재가 무엇이든 의인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만의 특색을 활용한 가족드라마이자 디아스포라 영화인 셈이다. 자녀가 언제나 나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가족이었음을 바라지만, 사실 그들은 이미 내가 자란 땅이 아니라 현재 발 딛고 있는 땅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 또한 그렇다고 아비 어미의 시간에 새겨진 문화를 완전히 등질 수는 없는 것. <바오>의 마지막 장면은 그리하여 각자의 거리를 조정한 가족이 다시 '식구'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공개 당시 눈이 작은 동양인 묘사와 극단적인 모성애 묘사 등으로 '오리엔탈리즘'이란 비판도 받았지만, 영화를 연출한 도미 시 감독 또한 중국계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동양인'보다 '동양계 이민자들'이라고 접근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이다.


후회 편 ~ <검정고무신> ‘만찐두빵’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

 

만두 소재 영화로만 채워보고 싶었지만, 기자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를 빼고 소개하자니 양심에 걸린다. 이영일·이우영 작가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검정고무신>의 '만찐두빵' 에피소드는 학교 앞에서 만두와 찐빵을 파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철은 친구에게서 '만두를 말짱 먹으면 빵을 두 개 더 준다'는 빵집을 알게 된다. 심지어 할머니는 계산한 돈보다 더 많은 거스름돈을 주기에 이 빵집은 삽시간에 학교 학생들에게 소문이 난다. 맹하다고 '맹할머니'라고 불리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기철이와 기영이는 '만찐두빵'이 사실은 '만두찐빵'이었으며 평범한 빵집이었으나 할머니가 학생들을 이뻐하는 마음에 그 모든 것을 넘어갔음을 알게 된다. <검정고무신>을 본 시청자라면 모를 수 없는 명에피소드인데, 어린 시절 어르신들의 정을 느껴본 적이 있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른 척 넘어갔다가 양심에 찔린 기억이 있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 무엇보다 이런 일을 사죄할 기회조차 없이 지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라서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검정고무신>이 여러 법적 문제를 겪으며 이우영 화백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던 카페 만찐두빵은 여전히 운영 중에 있다. 어쩌면 <검정고무신>으로 이우영 화백이 그려내고 싶은 당시의 추억은 '만찐두빵' 맹할머니의 정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공포 편 ~ <쓰리, 몬스터> 중 <만두>,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

 

노파심에 말하자면, 아래 내용은 '공포'에 걸맞은 꽤 수위 높은 묘사들을 다루고 있다. 스틸컷이나 사진 자료는 그런 묘사가 없는 것으로 게시했으나 본인이 그런 서술조차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라면 제목 정도만 알아두고 읽는 것을 멈추는 것도 좋다.

세상에 괴담 없는 것이 있겠느냐마는, 만두는 유독 괴담이 많은 음식 중 하나다. 아무래도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진 음식이자, 만들기도 꽤 편한 대중적인 음식인 데다, (야사에 가깝지만) 사람 머리를 본뜬 것이란 탄생비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 괴담에 불을 붙인 건 1990년대 퍼진 '팔선반점 일가족 학살 사건'이었다. 실제 사건은 1985년 발생했지만 바다 건너 한국에선 90년대까지 대표적인 도시괴담 중 하나로 변모했다. 팔선반점 일가족 학살 사건은 마카오에서 한 남자가 도박 빚을 갚지 않은 상대방과 일가족을 살해하고 식당을 운영한 사건이다. 물론 일가족 살해라는 파렴치한 사건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살인 사건임에도 그 식당에서 만두를 팔았던 탓에 '시체를 만두의 재료로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져 괴담으로 자리 잡았다. 후에 수사에서도 이것이 밝혀진 바는 없기에 이른바 '인육만두 괴담'이란 것이다. (여담이지만 2014년 브라질에서 실제 인육만두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 국내 비디오 표지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 국내 비디오 표지

해당 사건이 마카오에서 벌어졌기에 중화권에서 특히 큰 충격을 남겼고, 이어 영화화되기도 했다.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원제 <팔선반점의 인육만두>,1993)는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의 시선과 범인 황씨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로 기획된 것의 초점은 인육만두라서, 실제보다 더 잔인하고 섬뜩한 묘사가 많다. 그렇지만 황씨가 사건을 저지른 경위나 수사 이후 그의 행적 등은 그대로 반영됐다.

〈만두〉
〈만두〉
〈만두〉
〈만두〉

반대로 이 인육만두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도 있다. 국내엔 옴니버스 <쓰리, 몬스터>의 한편으로 소개된 <만두>(2004)다. 프룻 첸 감독의 <만두>는 91분짜리 장편영화지만, 옴니버스 특성상 <쓰리 , 몬스터>에는 35분짜리 편집본으로 수록됐다. 릴리안 리 작가의 단편소설 「교자」(영화도 원제는 교자)를 바탕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만두에 빠져드는 한 여성을 그린다. 어떤 면에선 이 이야기가 위의 인육만두보다 더 끔찍한데, 바로 만두의 재료가 낙태한 태아이기 때문. 극중 (특수효과이긴 하나) 태아의 사체가 나오다보니 몇몇 사람들은 <쓰리, 몬스터> 중 이 작품이 가장 지독하다고 기억하곤 한다. 실제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 처음부터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터라, 제작사측에선 장편에다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담은 이런 작품을 받게 돼 무척 난감했다고. 장편에서 덜어내는 작업으로 <쓰리, 몬스터>에 수록할 수 있는 적당한 수위로 맞출 수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