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인터뷰

[인터뷰] “워라벨 뇌수술 받아보실래요?”, Apple TV+ 시리즈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벤 스틸러, 애덤 스콧

씨네플레이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배우 애덤 스콧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배우 애덤 스콧

가만있어 보자.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가 한동안 좀 나왔다. 당연한 듯 출퇴근을 반복하는 어느 날, 문득 나는 지금 어디인가 고민해 봤던 이들에게 이만큼 어필하기 좋은 종류도 없다. 이 분야의 대표 캐릭터는 역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의 월터(벤 스틸러)다. 15년간 청춘을 바쳐 「라이프」 지에서 근속했는데, 하루아침에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월터라는 남자가 뜻하지 않게 대단한 일에 휘말리는 어드벤처물인데, 그때 월터를 해고하려고 득달같이 와서 괴롭히던 상사가 애덤 스콧이 연기한 테드였다. 둘은 그러니 앙숙관계쯤 되려나.

 

Apple TV+ 시리즈 <세브란스: 단절>은 그로부터 10년 후 그 영화를 연출하고 월터를 직접 연기한 벤 스틸러가 역시 연출을 한 작품으로, 전작이 평범한 직장인용 판타지물이었다면 이 시리즈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울림을 주는 출발선은 같지만, 장르는 시리즈 <블랙 미러>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일정 부분 연상되는 SF 스릴러물에 가깝다. 벤 스틸러는 이번에 직접 주인공 마크를 연기하는 대신, 그때 앙숙 연기를 한 애덤 스콧을 그 자리로 불러온다. 설정이 아주 기발하고 기이한데, 이게 과연 현실 가능한가, 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다. 주인공 마크는 루먼인더스트리 사의 직원인데, 그는 회사 생활과 개인 생활을 분리하는 세브란스(단절) 수술을 받았고, 회사 내에서도 수술을 받은 이들이 모인인 ‘단절 층’에서 근무한다. 제목에 대해 부연하자면 시리즈 원제가 ‘Severance’인데 한국에서는 ‘단절’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아무래도 우리에겐 ‘세브란스’ 하면 병원, 응급실 이런 이미지가 너무 강해, 이 작품 본래의 소재나 장르에 혼선을 줄이기 위한 선택인 듯하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어쨌든 루먼에서 일하는 이상, 일과 일상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곳에서는 퇴사도 해고도 쉽지 않다. 마치 종신고용이 된 것처럼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마크는 새로운 팀원 헬리(브릿 로어)의 필사의 탈출 시도를 부서장으로서 저지하지만, 실은 마크 본인도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이곳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마크는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단절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살아 있었고, 그는 이제 미스터리한 회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1은 남 일 같지 않은, 그저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기니피그처럼 활용하여, 우리의 복잡한 뇌 속으로 들어가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제안했다.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효과적 구조로 만들어 내기 위해 이 시리즈가 택한 방식은 극강의 미니멀이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 되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설계된 미로를 지나 맞닥뜨린 오피스 환경을 근무 시간 동안 강박적으로 들려오는 미니멀한 음악의 바탕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으로 매우 영리하게 활용한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가 2025년 1월 17일부터 3월 21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철벽 차단, 출퇴근의 정확성이라는 완벽한 워라벨이 보장된 어느 미래라면, 당신은 이 수술에 동의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의 기발함에 빠져 이 시리즈에 한번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시리즈를 넘어 질문이 거대해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는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나를 구겨가며 살고 있는지, 일과 일상의 완벽한 분리는 가능한지, 어느 길로 가도 자꾸만 철학적인 질문에 맞닿게 하는 거대한 이야기가 도출된다.

 

새해에 선택하고 정주행하기에 이만한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한다. 마침 새 시리즈의 시작 전, 시리즈의 연출을 한 벤 스틸러와 주연 마크를 연기한 애덤 스콧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작품을 보기 전 루먼 인더스트리의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기 위한 작은 힌트를 전한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시리즈의 팬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 왔다.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벤 스틸러 당신이 알고 있던 이 장소에 우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기까지는 정말 긴 시간이었지만, 두 번째 시즌이 이렇게 나오게 됐다. 이번 시리즈를 만들고 나서 우리가 첫 번째 시즌에 설정한 것과 동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다 확장되고 희망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게 됐다는 건 창의적으로 봤을 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는 진화했다. 우리 역시 이 시리즈를 보는 관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관심을 기울여 주고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애덤 스콧 시즌1을 깊이 파고들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시청자들이 (숨겨놓은 요소를) 알아차리고 감상한다는 것을 아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게 시즌1을 만들고 나서 우리에게는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 중 하나였다. 그 호응에 부합하고자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고 주의를 기울여 만들었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벤 스틸러, 당신은 제작과 연출을 겸하고 있다. 처음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나

벤 스틸러 <세브란스> 시리즈의 각본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댄 에릭슨이 이번 시즌도 각본을 썼는데, 글을 보자마자 작품의 톤과 가지고 있는 영향력에 매료됐다. 이전까지는 본 적 없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콘셉트를 가지고 전개한,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친숙한 작품이었다. 읽자마자, “대단하다, 이 작가가 누구지?” 하고 애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덤은 내가 마크라고 생각한 첫 번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애덤 스콧과 당신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또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시청의 ‘공원 및 여가’ 부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시트콤. <오피스>와 같은 모큐멘터리 스타일), <파티 다운>(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파티 대행업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시트콤)과 같은 코믹 베이스의 오피스물에서 활약해 왔는데, 작품이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데는 그런 영향도 있나.

벤 스틸러 맞다. 대본을 읽자마자 애덤 스콧이 떠올랐다. 나 역시 함께 일하기도 했고 그의 팬이었지만 그는 이런 종류의 작품에 있어 페르소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배우로서 우리가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작품에 제공해 주는 사람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마크 역에 많은 것을 줄 수 있고, 또 마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배우 애덤 스콧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배우 애덤 스콧

애덤 스콧, 역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애덤 스콧 정말 기분 좋은 말이다. 벤이 나한테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준 게 2017년 선댄스영화제에 참석해 눈 위에 서 있을 때인데, (웃음) 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정말 이전까지 누구도 탐구하지 않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은 아이디어였다. 몇 년 후 실제 대본을 보게 됐는데, 그건 정말 내가 시청자로서 보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작품이었다. 재밌는 직장 코미디와 불길한 분위기가 동시에 있는 작품이었다. 풍자와 스릴러적인 요소, 서스펜스와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캐릭터 중심으로 이런 장르적인 요소들을 갖춘 작품이었다. 배우한테는 꿈의 역할이었고, 마치 내가 이 작품을 평생 기다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덤 스콧, 당신은 일과 직업이 분리 된 삶을 살아가는 마크를 연기한다. 마크는 어떤 사람인가.

애덤 스콧 그는 일상생활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를 애도하고 있으며 더 이상은 움직이지 않고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단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직장의 문턱을 넘으면 그는 외부 세계에서 자신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다가 집으로 가면 자신이 직장에서 무엇을 하는지, 심지어 자신의 직업이 무엇인 지조차 알지 못한다. 외부세계의 삶은 일어나서 일하러 가고 집으로 운전하여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스위치를 끄면 8시간 동안 존재가 멈추는 것이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그런데 시즌2에 오면서 상황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히 마크의 경우 변화를 가지게 되는데.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나.

벤 스틸러 이 시리즈는 정말 스포일러를 피하고 대답하기가 너무 어렵다.(웃음) 죽은 줄 알았던 마크의 아내는 살아 있을 수 있다. 마크가 이 사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크의 이니(innie, 직장에서 일하는 나)과 아우티(outie, 직장 외부에 있는 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애덤 스콧 마크가 시즌 1이 끝날 때 비밀을 발견하고 시즌 2가 시작된다. 마크가 폭발력이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 사람은 저 아래서, 그걸로 무얼 하려는 걸까? 어떻게든 그것을 자신의 아우티에게 전달할까?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그걸 할까? 다양한 방향이 존재하고 있고, 어떻게 그의 정체성이 이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회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 장소와 저 아래의 사람들에 대한 감정들이 전달될 것이다.

 

벤 스틸러 시즌의 일부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질문이다. 내 생각엔 그 질문이 시즌 2의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다양한 장르가 포함되어 있다. 시리즈 <블랙 미러>같은 스릴러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블랙 코미디의 톤도 잃지 않는다.

벤 스틸러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비비스와 버트헤드>로 유명한 마이크 저지의 실사 영화 <뛰는 백수, 나는 건달>(Office Space, 1999) 같은 영화나 스티브 카렐의 <오피스>, 에이미 폴러의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같은 TV시리즈에서 본 코믹 오피스물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이상한 종류의 불안한 세계가 존재한다. 그것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 또 얼마나 친숙한지 낯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독특한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다.

벤 스틸러 (각본가이자 프로듀서인) 댄이 설정한 가능성의 가장 큰 장점은, 복도로 내려가서 문을 열면 거기에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시즌1보다 더 확장하기를 원했다. 이 시리즈에서 시각적인 측면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첫 시즌을 본 사람들은 이 세계의 독특한 시각적인 콘셉트를 확립하고 있다. 시각적인 구현은 이 쇼를 진행하기 위한 우리의 언어와도 같았다. 그걸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특히 복도 장면의 표현이 중요했다. 이곳에서 많은 장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창의적인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바깥 세계보다 회사 복도의 경우 더 넓은 각도의 렌즈를 사용하여 경직된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 또 하나는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이 각 에피소드에서 천장 조명이 여러 가지로 변하는 것을 보면 이벤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리즈에 참여하면서 일과 자신의 개인 생활을 분리하는 것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 것 같다.

애덤 스콧 난 일을 하지 않을 때 꼭 취미가 필요한 사람은 아니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일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좋다. 취미와 일의 성취가 거의 일치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삶의 균형이 완전히 엉망이고 거꾸로 되어 있다. (웃음) 취미로 테니스를 배워야 할지, 모형 비행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는 사람이다.

 

벤 스틸러 지난 5년여 동안 이 시리즈를 만들면서 일해 왔고, 일이 내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왔다. 뉴욕에 살면서 촬영을 하거나, 또 원격으로 편집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삶의 균형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내 가족 역시 쇼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시간 동안 쇼를 만들면서 가족들이 포커스 그룹(특정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소규모 모임) 같은 역할을 해줬다.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거다.

 

애덤 스콧 벤의 가족들은 정말이지, 이 시리즈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 같은 역할을 해줬다.

 

벤 스틸러 정말 그들의 피드백이 작업 과정 중에 정말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였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세브란스: 단절〉 시즌2

오늘날 세상은, 특히 미국 같은 경우 기업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높다. 이 작품이 그러한 ‘분노’를 어떻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나.

벤 스틸러 이 작품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은유와 비유가 있으며, 그것이 공명하는 영역도 다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종류의 얼굴 없는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확실히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시리즈의 멋진 점은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세상에 존재하는 일이고 나는 그것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애덤 스콧 확실히 몇몇 기업들에 대한 느낌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너무 거대해서 변화나 전환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은유 같은 것이다. 이 거대한 회사에 맞서려고 하는 움직임이 이 작품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