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나 팜>의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마리안느 페이스풀에 대해 ‘가디언’은 “지난 60년 동안 영국에서 가장 다재다능하고 개성 있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마리안 페이스풀에 사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마리안은 런던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몹시 그리울 것이다”라는 추모 기사를 썼다. 한때 연인이기도 했던 믹 재거도 자신의 SNS에 “마리안 페이스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너무 슬프다. 그녀는 오랫동안 내 삶의 많은 부분이었다. 훌륭한 친구였고 아름다운 가수였으며 훌륭한 배우였다. 그녀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는 추모 글을 올렸다.


1946년 런던에서 태어난 마리안느 페이스풀은 오스트리아 귀족 가문의 후손으로, 10대 시절 롤링 스톤즈의 매니저 앤드류 루그 올드햄을 만났고,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에게 1964년 데뷔 싱글 ‘As Tears Go By’를 써달라고 부탁해 이 곡은 영국 톱10에 올랐다. 이후 싱어송라이터로서 60년대 클래식 팝부터 강렬한 신스팝은 물론 닉 케이브, 워렌 엘리스, 루 리드 등과 성공적으로 콜라보 작업을 하였으며 패션계와 영화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장 뤽 고다르의 <메이드 인 USA>(1966)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했으며, 국내에 <그대 품에 다시 한번>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잭 카디프의 <모터사이클을 탄 여인>(The Girl on a Motorcycle, 1968)에서 알랭 들롱과 연기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토니 리처드슨의 <햄릿>(1969)에서 오필리어 역을 맡았으며 파트리스 쉐로의 <정사>(2001) 등에 출연했고,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2006)에서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틴 던스트)의 엄마이자 오스트리아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를 연기했다. 희귀병에 걸린 손자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폐업소에서 일하는 할머니를 연기한 <이리나 팜>(2007)으로는 유러피안 필름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70년대는 헤로인 중독으로 거식증에 시달리고 노숙자가 되어 지낸 시간이 길었으며, 재활 노력 끝에 1979년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앨범 ‘Broken English’로 컴백을 굳혔을 뿐만 아니라, 1985년에 마약을 영원히 끊었다고 발표했다. 2006년에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을 마친 경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