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다운 이미지, 근육질 몸짱, 누가 봐도 ‘상남자’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그는 누구보다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다. 배우 권상우는 지금까지 21편(미개봉작 제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8편이 코미디 영화다. 대부분 누아르 아니면 코미디로 구분이 가능할 만큼 그의 필모그래피의 지분이 상당한데 1월 22일 개봉한 <히트맨2>가 그중 하나다. 보는 사람의 기대를 절묘하게 엇나가는 것, 보기에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면 허당인 것. 코미디의 기본 같은 두 명제를 충족시키며 코미디 라인업을 선보인 권상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여겨볼 코미디영화를 골라봤다.
일단 뛰어(2002)


<화산고>로 스크린 데뷔를 마친 권상우가 처음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일단 뛰어>. 지금이야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지만 당시엔 송승헌, 권상우, ‘타조알’(시트콤에서의 별명) 김영준이 합을 맞춰 화제를 모았다. 도둑이 훔친 거액의 돈을 우연찮게 손에 넣은 세 학생이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경찰과 돈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포위망에 걸려든다는 내용. 세 배우와 20대에 첫 장편 연출에 도전한 조의석 감독(훗날 <감시자들> 연출)의 의기투합에도 영화는 얼렁뚱땅 전개의 연속이어서 큰 호응을 받진 못했다. 권상우와 송승헌은 이때 영화 출연을 인연으로 절친한 사이가 거듭났다고(그랬다가 권상우가 가정이 생기면서 잠시 멀어진 적도 있었단다). 에너지 가득한 영화인데다 배우들이 미남에 한류스타들이어서 일본 현지에서 개봉하는 등 나름의 성과는 거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2003)



흔히 한 번이라도 흥행 실패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영화판에서, 권상우는 다행히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만나며 흥행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현재의 인터넷이라 할 수 있는)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퍼진 일화와 그를 토대로 한 소설이 원작인데, 흔히 말하는 ‘일진’과 그의 과외선생님의 로맨스를 다뤘다. 한 성격하는 탓에 과외에서 계속 잘린 수완과 21살인데도 아직 고등학생인 지훈. 지금 보면 이런 ‘인쓰’(인간쓰레기) 지훈을 보는 게 꽤 괴로운데, 당시만 해도 나쁜남자가 인기 있던 시절이라 결국 둘이 미운 정이 들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인기를 모았다. 개봉 당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지금 본다면 웹소설과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 감성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두 배우는 이후 <청춘만화>에서 한 번 더 재회한다.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은 동갑내기로 출연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사이란 점이 차이점.


신부 수업 (2004)


결혼을 앞둔 여성이 집안일을 배운다는 뜻의 단어 ‘신부(新婦)’수업을 예비성직자 ‘신부(神父)’수업으로 비튼 영화. 신부 서품을 앞둔 신학생이 영성캠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권상우는 서품을 준비하는 신학생 규식 역을 맡아, 우연한 사건으로 악연이 된 봉희(하지원)와의 기묘한 로맨스를 풀어낸다. 어딘가 모자란 상남자 혹은 까불이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권상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말죽거리 잔혹사> 현수 같은 숙맥 캐릭터인 점이 포인트. 봉희의 방해공작(?)에 난감해하면서 사제가 되기 위해 외면하는 모습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보기 드문 모습이다. 권상우는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예비신자 수업을 받은 후 2004년 7월 30일 천주교 세례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영화는 120만 관객을 모아 흥행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극중 나오는 ‘여자를 내려주세요’라는 노래는 꽤 알려졌다. 성직자들이 축가로 ‘여자를 내려주세요’라는 가사를 부르는 것이 마치 <시스터 액트>의 흥겨운 합창 장면을 연상시킨다.
<탐정> 시리즈 (2015~2018)


권상우의 필모그래피 최초의 시리즈 영화. 2015년 <탐정: 더 비기닝>은 천재적인 추리 실력을 가진 만화책방 주인과 수사 실력은 뛰어나지만 성질을 못 죽여서 좌천된 형사가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담았다. 권상우와 성동일이 주연인데,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강대만 역 권상우 쪽이 코미디를 담당하고 성동일이 진득하게 경찰 일을 해온 노태수 형사로 극의 무게감을 잡는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추리/수사에 일가견 있는 캐릭터라 미스터리와 코미디를 오가며 케미스트리를 발산, 보기 드문 미스터리 코미디 장르임에도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성공에 힘입어 2018년 2편 <탐정: 리턴즈>로 (부제목처럼) 돌아왔다. 2편에선 미스터리의 강도를 다소 낮추고 대신 코미디에 힘을 주면서, 권상우-성동일 콤비에 이광수가 가세했다. 그 결과 2편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성과를 거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