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작가인가, 비밀요원인가, 테러리스트인가! 5년 만에 돌아온 <히트맨2>(감독 최원섭)에서 권상우의 자아는 3개로 확장된다. 그것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술김에 욱해서 그린 웹툰 ‘암살요원 준’의 성공으로 대히트 흥행 웹툰 작가가 된 준은 야심 차게 ‘암살요원 준’ 시즌2 연재를 시작하지만, 더 이상 그릴 과거가 없어지자 ‘폭망 뇌절작가’로 전락한다. 거기에 딸의 무시와 와이프의 구박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절치부심하고 그린 웹툰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준의 웹툰을 따라 한 모방 범죄가 실제로 발생하면서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되는데….
코믹 액션의 대가가 돌아왔다. 데뷔 이래 액션, 코믹,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권상우가 속편 <히트맨2>에서 생활밀착형 코믹 연기부터 타격감 넘치는 시원한 액션까지 업그레이드된 유쾌한 웃음과 재미로 또 한 번 코믹 액션의 새 역사를 쓸 예정이다. 1편이 240만 관객을 동원했는데, <히트맨2>는 ‘전편만 한 속편 없다’는 속설을 깰 수 있을까? 씨네플레이가 권상우 배우를 단독으로 만났다.

많은 관객이 기다리던 <히트맨2>가 개봉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히트맨> 1편이 2020년에 나오고, 시리즈로 2편이 개봉하니 배우로서는 영광이죠. 원작보다 더 나은 속편이 쉽지 않은 건 알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코미디 장르라 관객에게 지루하지 않은 영화면 좋겠어요. 영화 한 편에 다양한 걸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설날에 ‘딱’인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이번 영화에서 본인 연기에 대한 만족도를 표현한다면요?
배우들이 항상 자신의 연기에 100% 만족할 수는 없죠. 저도 그래요. 아쉬운 부분도 있고요. ‘왜 얼굴이 저렇게 나왔지?’ 하고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고요. 불완전한 모습이 제 눈에는 보이니까요.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거요.

주변 반응은 좀 어떤가요?
영화에 출연한 저는 객관적일 수는 없는 입장이잖아요. 쉽게 자신감을 얻으려 하지 않으려는 편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더더욱 냉철해지려고 했는데요. 시사회에 온 지인, 관객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뒤풀이에 오랜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무릎까지 꿇으셨던데 잘 되겠죠?
그래야죠! 이번 무대인사 콘셉트는 그걸로 가려고요.(웃음)
저는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극을 이끌고 가는 자신감이 느껴지더라고요. 2편 연기에서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히트맨2>는 사실상 시리즈이기 때문에 크게 변화를 줄 부분은 없었습니다.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1편에서 보여드린 저희만의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저희 제작진, 배우들이 더 추구한 점이었죠. 우리끼리는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만의 세계관에 막 몰두하고 있다가, 정신없이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요. 물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고, 불편하게 보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을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게 저희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히트맨2>에서도 역시 코미디가 최적화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코미디 연기에서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준’은 어찌 보면 비현실적 캐릭터잖아요. 현실적인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별로일 수 있지만, 팝콘 무비로서는 준 같은 비현실적 캐릭터가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스트레스를 풀러 극장에 오시는 관객들에게는 더 좋겠고요. 전설적인 암살기계라는, 엄청나게 초인적인 공격력을 가진 인물이 집에서는 와이프에게 구박받으면서 사는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양면을 가진 캐릭터라 연기하면서도 저도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또 스케일이 큰데 순 제작비 차원에서 구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이 커버해주니 좋았죠.
그러게요. <히트맨2>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오프닝 시퀀스부터 사용했고, 분량도 늘었더라고요. 콘티가 있긴 했겠지만, 촬영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엔 애니메이션 사용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설날에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는 영화라.(웃음) 하나 말씀드리면, 제작사 대표님이 피규어, 웹툰에 관심이 많고 지식도 많으세요. 그래서 좀 믿고 따라간 부분이 있죠. 캐릭터 디자인부터, 애니메이션이 영화에서 들어갈 부분을 적재적소에 세팅한 것까지 잘 된 거 같아요. 제 영화지만 시사회 때 보면서 새롭더라고요. 마치 영화 한 편 표 값으로 두 편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웃음) 그런 기분을 관객도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아깝지 않은 영화가 될 겁니다.

영화 속 애니메이션 장면 중에 기억에 나는 장면을 꼽아주신다면요.
당연히 ‘뇌절작가’가 되어버리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이죠. 영화에서 잘 전달되면 인터넷 밈으로 남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웃음)
<히트맨2>에서 가장 힘들게 찍었던 장면은 뭐로 기억하세요?
촬영을 2023년 여름에 3개월 꽉 채워서 했는데요. 폭염이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남았어요. 상암동 건물 옥상에서 액션씬을 촬영하는데, 공간을 빌리기로 정해진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했거든요. 그 와중에 비 소식도 있었고, 덥기는 너무 더웠던 기억이 납니다.

헬기 엔딩씬 말씀이군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정준호, 이이경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촬영 끝나면 술 한 잔씩 하는데, 이번에는 배우들이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마셨죠. 그래도 배우들 모두 <히트맨2>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촬영 현장에만 오면 뭔가 끈끈하게 느껴지는 건 있었던 거 같아요. 캐릭터에 대한 사명감이라고 할까요? 촬영 외에 특별히 시간을 가지진 못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친해졌죠. 또 정준호 선배랑 이이경 배우는 좀 나이 차가 나는, 간격이 있는 선후배 사이잖아요? 둘이 같이 출연하는 장면들이 좀 신선하기도 하더라고요.
말씀 듣고 보니 그러네요. 권상우 배우님이 낀 세대라 힘드셨던 건 아니고요?(웃음)
이경이가 워낙 발랄해요. 준호 선배도 편하게 대할 정도로요. 저는 사실 후배라고 해서 함부로 말 놓는 편은 아닌 편인데, 이경이는 어느 순간 제가 말을 놓고 편하게 대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되게 싹싹해요. 현장 오면 선배들 어려워서 잘 못 오는 후배들도 있는데, 이경이는 그런 면에서 편하고 고마웠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카메오로 최지우 배우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섭외를 어떻게 하셨는지, 카메오 제안에 최지우 배우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카메오를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또 부탁받기도 어려운 일이죠. 최지우 배우는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에요. 어느 날 감독님이 마지막에 나오는 카메오는 유명한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은근히 압박을 주는 겁니다.(웃음) 용기를 내서 전화했죠. 흔쾌히 허락해줘서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그렇군요. 이제 연기에 대해 질문을 드릴게요. 권상우 배우만의 캐릭터 분석 방법, 캐릭터 잡는 방법이 있나요?
일단 시나리오 받으면 제가 흥미를 느끼는가 아닌가, 그게 첫 번째인 거 같아요. 둘째로는 이 주인공이 나랑 어울릴까 하는 거죠. 사람들이 권상우가 연기하는 이 역할을 기대할까 하는 걸 생각해봐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인가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거기에 대해 자신감이 있으면, 캐릭터 분석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편입니다.

오랫동안 연기하셨는데, 자연인 권상우와 가장 비슷했던 캐릭터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동갑내기 과외하기>(감독 김경형, 2003)죠. 그때는 연기 경력도 거의 없어서, 날것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가장 저다왔던 20대 모습 같아요. ‘지훈’ 캐릭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날라리라고 보신, 그런 억울한 면도 좀 있긴 한데요. 술도 잘 마시고, 담배도 잘할 거 같은 그런 이미지요. 그런데 저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현장에 가면 하는 권상우 배우만의 루틴이 있나요?
저는 시나리오든, 책이든, 영화든 모든 건 상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출연할 영화나 드라마 대본이 나오면, 비슷한 작품을 찾아본다기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마음일지, 어떤 행동을 할지를 상상해요. 사람마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정도가 다르죠. 저는 혼자 드라이브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느낌입니다. 집에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 떠올랐던 느낌이랑 드라이브하면서 해보는 상상이 다르기도 해요. 그렇게 집중하는 편입니다. 모든 건 상상에서 시작되고, 그런 상상을 통해 혼자 감정 강도 조절을 해보는 거죠.

<히트맨2>에서는 어떤 상상을 많이 하셨나요?
<히트맨2>는 그런 고민이 많이 없는 장르의 영화죠.(웃음) 예를 들어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감독 원태연, 2009)나 <통증>(감독 곽경택, 2011) 같은 영화는 개연성이 중요하니 상상을 많이 했고요. <히트맨2>는 관객에게 줘야 하는 답이 정해진 영화잖아요. 가볍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장르죠. <히트맨2>에서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 영화처럼 의미를 찾으면 이상한 것처럼요. <히트맨2> 그렇게 판단하지 마시고, 유쾌한 영화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리어스’하게 접근하지 마시고, 재미있는 만화책 한 권 본다는 느낌으로요. 단순하고 덜 입체적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재미있는 팝콘 무비로 접근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마지막 헬기씬에서 반전이 있더라고요.
3편이 나와야 하니까요.(웃음)

부인에게 주식으로 날린 돈도 용서받고, 딸이 회개하게 만들기 위한 준의 큰 그림인가 하는 생각도 들던데요.(웃음)
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웃음) 준이가 그렇게 얄팍할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중견 배우에 접어들었는데요. 코미디면 코미디, 액션이며 액션, 멜로면 멜로, 모두에서 고른 연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본인이 강한 장르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생각하면 확장성이 제게 맞는 답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제가 이 나이에서 어떤 분야로 확장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보다는, 지금까지 도전해왔던 코미디, 액션, 멜로 이 세 장르에서 두루두루 잘해왔던 부분들이 더 떠오르죠. 전부 사랑받은 건 아니고, 실패한 작품들도 있지만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그래도 100점 배우는 아니니까 배우로서 열등감 또는 갈등, 갈증 같은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는 마음이 있죠. 저는 상업영화배우입니다. 누군가가 투자를 하면 그만큼 보여줘야 해요. 상업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그게 갈증이고, 흥행이 되고 싶은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흥행이 되는 안에서 세 장르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저는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권상우가 최민식이 될 수도 없고, 이병헌이 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최민식이 권상우가 될 수도 없고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저는 제 자리에서 저만의 캐릭터들로 완성해 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런 배우처럼 늙어가면 좋겠다는 모델이 있을까요?
배우로 보면 이병헌 선배죠.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니까요. 이병헌 선배는 가장 올바른 행보를 가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병헌 선배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이 보시기에 그래도 권상우라는 배우의 작품을 보면 뭔가 몸 사리지 않고, 잘 던지는구나, 권상우라는 배우가 되게 오래 잘하고 있네, 하는 말을 지금은 못 듣더라도 꼭 듣고 싶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권상우 배우가 그래도 잘 버티고 있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이제 중견 배우인데, 후배 배우들에게는 어떤 선배가 되고 싶나요?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병헌 선배를 모델로 꼽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 역시 후배들이 이병헌 선배를 바라보는 것처럼, 권상우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해주면 감사하겠죠. 하지만, 이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떳떳한 배우, 선배가 되면 좋겠다는 거요.

혹시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제가 코믹영화는 워낙 좋아하니까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계속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는 좀 센 느낌의 누아르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차기작 장르가 누아르인가요?
아직 결정된 건 아니고요,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음, 박훈정 감독님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와, 너무 이야기가 많은 감독님이시잖아요. 제가 <낙원의 밤>을 너무 좋게 봤어요. 요즘 유일하게 다시 꺼내서 자주 보는 영화거든요.

기대하겠습니다. 작은 질문 하나 드릴게요. <히트맨2>에서도 몸매가 여전합니다.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2004) 때부터 다부진 몸매를 유지하고 계시는데, 관리 비법 좀 알려주시죠.
<말죽거리 잔혹사> 때는 그냥 그 몸이었어요. 하루에 운동을 한 시간도 안 했던 거 같네요. 요즘은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에 3일은 운동해요. 웨이트도 꾸준히 하고요. 그건 액션에 대한 갈증,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가족들 보러 해외 나갔다오고, <히트맨2> 홍보 때문에 복싱을 두세 달 쉬고 있는데, 다시 해야죠. 체력이 많이 떨어지니까요. 또 다음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는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다 꿈을 위해서죠.
잠깐 영화 밖으로 새는 이야기이긴 한데요. 곧 설날이기도 하고, 새해 맞아 계획 세운 분들 많잖아요. 특히 다이어트는 새해 목표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전문가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웃음)
저도 나이를 점점 먹으니까 살이 안 빠지더라고요. 진짜, 여러분들! 새해에 다이어트하시려면, 일단 운동도 중요하지만, 소식해야 합니다. 삼시 세끼 다 먹으면서 살을 빼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저는 한 끼 반을 먹으려고 해요. 반은 아점으로 간단하게 과일 정도를 먹고요.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자는 주의입니다. 그런데, 그래도 잘 안 빠지더라고요.(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히트맨 3> 기대해도 될까요?
사실 저희 자체적으로는 3편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힘을 실어주시면 3편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웃음) 설날엔 역시 스트레스받지 않고, 딴 생각 안 나는 유쾌한 영화가 정답인 거 같아요.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