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조위와 두기봉 감독이 27년 만에 만난다. 홍콩 매체 ‘홍콩01’에 따르면, 홍콩 삼합회의 갈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갱스터 드라마로,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촬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 미정의 이 작품은 2027년 개봉 예정이다. 오래도록 꾸준히 영화를 연출해오던 두기봉 감독으로서는 고천락, 조미, 종한량 주연 <삼인행: 생존 게임>(2016) 이후 거의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셈이다. 그가 데뷔 이후 이토록 오래 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흑사회>(2005)와 <복수>(2009)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PTU>(2004), <대사건>(2004), <익사일>(2006), <마약전쟁>(2013) 등을 만들며 홍콩을 대표하는 거장이 된 두기봉은 과거 양조위와 <명일천애>(1991)와 <척도보: 사후환생>(1992), 제작을 맡은 <암화>(감독 유달지, 1997) 등으로 만난 적 있으나,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로는 함께 한 적이 없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혼돈과 질서: 두기봉의 길’이라는 제목의 회고전을 가진 두기봉은 “지난 몇 년 동안 홍콩 환경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쇠약하여 창의성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홍콩을 떠날 생각은 없지만, 과연 달라진 홍콩에서 어떻게 작업을 해나가야 할지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양조위는 <무간도> 이후 유덕화와 20년 만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골드핑거>(2023) 이후,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2017)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헝가리 출신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신작 <조용한 친구>(Silent Friend) 촬영을 끝낸 상태다. 한편, 양조위와 두기봉 감독은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