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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후〉 후계 전쟁' 〈28주 후〉와 〈28년 후〉, 당신이 선택한 진짜 속편은?

이진주기자
영화〈28일 후〉
영화〈28일 후〉


2003년,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작가가 선보인 공포 스릴러 <28일 후>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연출과 강렬한 감염자 설정으로 좀비 영화의 판도를 바꿨다. 기괴한 몸동작으로 느릿하게 다가오는 기존의 좀비와는 달리 ‘달리는 좀비’라는 개념을 유행시켰다. 이후 수많은 좀비 영화에 영향을 미친 이 작품은 월드와이드 8,400만 달러(약 1,122억 원)의 흥행을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의 후속작 자리를 두고 두 편의 속편이 경쟁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바로 2007년 개봉한 <28주 후>와 2025년 공개될 <28년 후>다. 두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 속편’의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바이러스와 인간의 전쟁, 더욱 확장된 세계 <28주 후>

 

영화〈28주 후〉
영화〈28주 후〉


<28주 후>는 2007년,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 없이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28일 후>의 결말에서 이어지지 않고, 전혀 새로운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사건 발생 24주 후, NATO군이 영국을 점령하며 재건을 시작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설정을 확장하는 ‘무증상 보균자’ 개념이다. 감염되었음에도 증상을 보이지 않는 앨리스(캐서린 맥코맥)의 존재는 백신 개발의 희망으로 보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남편 돈(로버트 칼라일)의 감염을 유발하며 다시 한번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을 집어삼키는 계기가 된다. 거기에 NATO군이 생존자까지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모습은 기존 좀비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충격적인 전개를 만들었다.

흥행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월드와이드 6,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원작자인 알렉스 가랜드와 대니 보일은 이 작품을 ‘정식 속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가랜드는 심지어 “<28주 후>는 프랜차이즈를 끝장낼 뻔했다”며 혹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주 후>는 특유의 스릴과 긴장감으로 여전히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28일 후>의 유일한 속편으로 남아 있었다.


바이러스는 진화했고, 공포는 되돌아왔다 <28년 후>

 

영화〈28년 후〉
영화〈28년 후〉


2025년 개봉 예정인 <28년 후>는 원작 감독 대니 보일과 각본가 알렉스 가랜드가 다시 손을 잡으며, ‘공식 후속작’이라는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또한 <28일 후>의 주인공이었던 킬리언 머피가 직접 기획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28년 후>를 시작으로, <28년 후 파트 2: 뼈의 사원>, 그리고 제목 미정의 3편까지 계획되어 있다. <28주 후>가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끝났다면, <28년 후>는 보다 장기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지난해 12월 10일 소니 픽쳐스는 영화 <28년 후> 공식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2078만회(2025년 2월 기준)를 넘기며 화제를 모은 이 영상을 통해 <28년 후>가 <28일 후>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28년 후>는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28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감염자들의 위협이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 예고편을 통해 바이러스가 변이하며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더했다. 원작에서 감염자들은 보통의 인간처럼 음식이 없으면 굶어 죽었지만, 28년이 지난 시점에 감염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진화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제이미(에런 테일러-존슨)와 아일라(조디 코머) 부부, 그리고 그들의 아들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이다. 배우 랄프 파인스가 맡은 닥터 켈슨은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의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어, 이번 영화가 생존 스릴러뿐만 아니라 드라마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승자는 누구인가?

 

영화〈28주 후〉(왼), 〈28년 후〉
영화〈28주 후〉(왼), 〈28년 후〉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28년 후>가 명실상부한 ‘진짜 속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원작자들이 직접 참여해 <28일 후>의 맥락을 보다 충실하게 계승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3부작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이야기의 중심축을 만들려는 야심까지 갖추고 있다. 한편, <28주 후>은 원작자들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좀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라는 개념과 군의 강압적인 대응 방식은 이후 좀비물에서 자주 차용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28주 후>는 ‘비공식 속편’으로 남고, <28년 후>가 프랜차이즈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물론 <28년 후>가 원작의 맥락을 충실히 따른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28년 후>를 포함해 앞으로 전개될 트릴로지 시리즈가 대중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는지에 따라 진정한 후계자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