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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쁘띠유림' 한유림의 본체, 윤경호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성찬얼기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윤경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윤경호
〈중증외상센터〉윤경호
〈중증외상센터〉윤경호

신스틸러, 감초, 미친 존재감, 시선 강탈… 단번에 눈을 확 끈다는 수식어를 다 끌어모아도 <중증외상센터> 속 윤경호의 존재감을 표현하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동명의 소설·웹툰을 옮긴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는 천재 외상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윤경호는 일반외과장 겸 대장항문외과장 한유림 역을 맡았는데 작품 곳곳에서 폭소를 유발하는 명장면을 남겨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맛깔나는 캐릭터 연기로 영화와 드라마 모두 활약하고 있는 윤경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경호를 알린 2016~2018 삼신기

윤경호는 2002년 <야인시대> 단역으로 데뷔했다가 좀 더 실력을 쌓아야겠다 느껴 연기 공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방송, 영화계 활동 시작은 2006년경. 그러다 대중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히트작에서 얼굴을 비춘 것이 컸다. 윤경호 본인이 기억하기론 드라마 <기억>에 출연하면서 급격히 캐스팅이 이어졌다고. 먼저 2016년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의 김우식 역이 눈도장을 찍었다. 역모로 목숨을 잃고 도깨비가 된 김신(공유)과 인연이 있는 인물로, 전생엔 김신을 충직하게 따르던 부하였으나 김신의 부탁으로 그에게 칼을 꽂은 인물.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현생에서의 이름이 김우식으로, 김신은 그를 알아보고 그에게 전생의 충직함에 보답하고자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충신의 얼굴과 현생의 잔뜩 긴장한 지원자로서의 얼굴이 대비돼 시청자들이 김신의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을 만든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윤경호 (사진 출처=tvN 유튜브 채널)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윤경호 (사진 출처=tvN 유튜브 채널)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윤경호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윤경호
〈비밀의 숲〉방송 장면
〈비밀의 숲〉방송 장면
〈비밀의 숲〉윤경호
〈비밀의 숲〉윤경호

이어지는 삼신기는 2017년 <비밀의 숲>. 검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스폰서’를 쫓는 검사 황시목(조승우), 형사 한여진(배두나)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윤경호는 극중 후암동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강진섭 역을 맡았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극구 주장하지만, 과거 절도 전과와 검찰 측의 용의주도한 법정 전개에 끝내 징역형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윤경호는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자처한 속없는 성격과 , 동시에 아무도 믿지 않아 점점 무너지는 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깊이 있는 연기로 <비밀의 숲>의 미스터리를 여는 역할을 했다. 

〈완벽한 타인〉윤경호
〈완벽한 타인〉윤경호

2018년은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옮긴 완벽한 타인은 7명의 친구가 저녁식사 중 ‘연락 오는 모든 것을 공개한다’는 내기를 걸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사실 공개 당시만 해도 윤경호의 인지도는 다른 주연 배우 6명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에 비하면 낮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연기는 제목처럼 더없이 완벽했다. 허물없는 사이 같은 이들이 사실은 겉모습만 그럴 뿐, 각자 진심을 내비치지 않는 모습에 누구보다 상처받는 영배 역을 통해 첫 주연작부터 활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영화에서 윤경호는 영배의 캐릭터를 분석하며 준모(이서진)를 짝사랑한다고 해석했는데, 이후 시나리오 작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각색했다고 밝혔다. 윤경호의 탁월한 캐릭터 해석을 보여주는 부분. 

 

역대 최고 감량, 1억짜리 NG… <군함도>의 기억

〈옥자〉(왼)에서 〈군함도〉까지, 34kg을 감량한 윤경호
〈옥자〉(왼)에서 〈군함도〉까지, 34kg을 감량한 윤경호

최근 <중증외상센터> 출연으로 넷플릭스 웹예능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에 출연한 윤경호는 <군함도> 출연 당시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른바 ‘1억짜리 NG’. 영화 후반부, 미군의 폭격으로 군함도의 건물들이 폭발하는 장면이다. 건물들이 폭격을 받는 이 장면은 롱테이크로 길게 이어지는데, 환쟁이 역을 맡은 윤경호는 그 사이를 달려가는 인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선두를 지켜야 하는 윤경호가 실수를 하면서 위치를 지키지 못했고, 이에 세트장을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까지 번졌다. 세트를 짓는 비용과 걸리는 시간에 류승완 감독이 “당신 때문에 다시 찍는 거야”라고 말했다는데, 이후 이 NG를 윤경호와 배우들이 ‘N빵’으로 제작비를 메우겠다는 얘기를 하자 류승완 감독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상대로 안 좋은 말을 했다”며 사과했다고. 참고로 윤경호는 이 영화 직전에 <옥자> 출연을 위해 살을 찌웠다가 <군함도>의 극심한 노동 착취를 당한 조선인 노동자로 출연하고자 감량을 해야 했다. 그래서 103kg에서 69kg까지, 무려 34kg를 뺐다고 한다.

 

김민교, 정재영, 한석규… 윤경호가 말한 배우들

2019년 윤경호와 김민교(왼), 김민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윤경호
2019년 윤경호와 김민교(왼), 김민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윤경호

윤경호가 배우의 길을 들어설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한 배우는 김민교라고 한다. 지금은 SNL에서의 활약으로 유명한 김민교는 연극배우이자 연출자로도 활동했는데, 윤경호는 김민교가 연출한 연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그와 친해졌다. 김민교는 윤경호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김수로에게 그를 소개해 줘 영화에도 출연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또 연예 매니지먼트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김민교가 유튜브 채널 '김민교집합'을 시작하자 윤경호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며 여전한 우정을 보여주었다.

〈듀얼〉정재영(왼)과 윤경호
〈듀얼〉정재영(왼)과 윤경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한석규(왼)와 윤경호 (사진 출처=MBC드라마 유튜브 채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한석규(왼)와 윤경호 (사진 출처=MBC드라마 유튜브 채널)

윤경호는 또 다른 배우들과의 기억을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는데, 먼저 2017년 드라마 <듀얼>에서 호흡을 맞춘 정재영이다. 평소 정재영을 동경한 윤경호는 후회 없이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기에 자신이 한 애드리브가 편집되자 정재영에게 ‘잘 받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러자 정재영은 ‘받쳐주는 연기, 받아주는 연기 따로 있냐’며 ‘네 나름의 연기를 한 거지 않냐’고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고. 덕분에 윤경호는 조연/주연이 아닌 배우 본연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다. 최근엔 2024년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한석규가 윤경호에게 큰 힘을 주었다는데, 윤경호에게 “넌 계속 필요한 배우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배우니까 믿고 해라”라고 독려해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