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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관통한 메디컬 활극의 흥행 질주 〈중증외상센터〉 TMI

이진주기자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중증외상센터>는 <오징어 게임2>를 제치고 전 세계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1월 30일 기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멕시코, 칠레 등 19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넷플릭스 최대 가입자 시장인 미국에서도 9위에 진입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증외상센터>는 빠른 전개와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펼쳐지는 긴박한 스토리가 결합되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내용적으로는 한국 의료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고 장르적으로는 메디컬 드라마의 틀을 깬 '신개념 메디컬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의사가 직접 집필한 원작, 리얼리티를 더하다

 

<중증외상센터>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필명 한산이가)이 집필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원작으로 한다. 실제 의료 현장을 경험한 의사가 쓴 이야기인 만큼, 의학적 디테일과 의료 시스템의 현실적인 문제점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해당 작품은 '메디컬 판타지' 장르이기에 현실의 이치와 맞지 않는 부분도 상당하다.) 웹소설은 2019년 웹툰으로도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약 9개국어로 번역 연재되며 글로벌 흥행의 초석을 닦았다.

 

한편, 작가 한산이가의 '본캐' 이낙준 전문의는 1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기도 하다. 내과 전문의 우창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과 함께 ‘닥터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들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최근 해당 채널에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로 극 중 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을 꼽았다. 촬영장에서 배우 윤경호를 만난 에피소드를 공개했는데, 윤경호가 “소설 잘 봤다”고 인사를 건넨 뒤,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감정을 잡고 오열 연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특히,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 촬영하면서도 감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그의 연기력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이하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드라마 vs 현실: 병원 적자인가, 예산 운영의 문제인가

 

극 중 보건복지부 장관 감명희(김선영)은 중증외상센터 운영비로 100억 원을 지원하지만, 병원 기획조정실장 홍재훈(김원해)은 외상외과 적자가 4억이 넘는다며 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백강혁(주지훈)은 정부 지원금 100억 원을 받았으니 적자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병원 측은 지원금이 병원 전체 예산이라는 이유로 중증외상센터 운영에 충분한 자금을 배정하지 않는다.

 

이는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다. 이국종 교수는 2020년 아주대병원을 떠나면서 “정부에서 연간 60억 원을 지원하지만, 정작 외상센터 운영에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에서 중증외상센터 운영을 위해 예산을 책정하지만, 병원 측이 시설 투자 등에 우선 배정하면서 실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지원금이 존재하는데도 적자라는 논리를 펼치는 이유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닥터헬기 도입, 누구를 위한 예산인가

 

백강혁은 중증외상센터의 핵심인 닥터헬기 도입을 주장하지만, 병원과 정부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이를 외면한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여론이 들끓자 병원은 결국 닥터헬기 운영을 승인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석해균 선장을 살리기 위해 이국종 교수는 에어 앰뷸런스를 요청했지만, 비용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2017년, 귀순 중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린 후에도 닥터헬기 도입을 주장했지만, 예산 문제와 행정 절차로 인해 현실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라마 속 닥터헬기 논쟁은 실제 한국 의료계에서 끊임없이 논의되어 온 문제와 맞닿아 있다.


‘싸우는 의사’, 기존 의학 드라마와의 차별점

 

<중증외상센터>는 기존 의학 드라마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인 의학 드라마가 희생하는 의사의 모습을 조명했다면,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경영진과 대립하고, 언론을 활용해 부조리를 폭로하며, 정부와 맞서는 ‘싸우는 의사’의 모습을 그린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메디컬 드라마가 의료인의 헌신과 도덕성을 강조했다면, <중증외상센터>는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타파하려는 인물의 행보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백강혁의 문신, 그 속에 담긴 의미

 

드라마 초반부터 등장하는 백강혁의 팔에 새겨진 문신은 그의 화려한 과거를 짐작케 한다. 그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터에서 활동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며, 국제평화의사회 소속으로 블랙윙즈 작전에 참여했던 배경을 가진다. 그의 팔에 새겨진 칼, 뱀, 기도하는 천사 문양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로고와 유사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연상시킨다. 이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즉 치료와 생명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극 중 백강혁은 “총알이 다 피해간다”고 말하며 이 문신을 언급하는데, 이는 그가 수많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인물임을 암시하는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