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김태리)이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 사계절의 시골 생활을 하는 광경을 편안하게 지켜보면서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수능 시험이 끝난 혜원을 두고,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떠난 혜원의 엄마(문소리)는 어떤 심정일까. 영화 중간마다 나오는 혜원의 기억 속에 엄마는 왕따를 당하고 돌아와도 침착하게 위로해주던 사람, 남편 없는 것도 별스럽지 않고, 하나뿐인 예쁜 딸에게 레시피를 알려주던 사람이었다. 착한 엄마, 좋은 엄마였는데, 혜원 엄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딸이 성장하자마자 집을 탈출해 혜원에게 배신감을 안긴다. 혜원은 커다란 다툼이 없어도, 특별한 미움이 없어도, 엄마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야 이해한다. 나도 혜원처럼 엄마를 대단한 어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순간에는 괜찮은 '척'했던 것이었음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혜원과 엄마가 함께 토마토를 먹던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