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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팬도 잡고, 신규 유입도 하고 럭키비키잖아? 평행우주적 리부트 선보인 프랜차이즈들

성찬얼기자

대체로 오래된 건 좋다. 문화재도, 음식점도, 브랜드도 오래되면 그만큼 신뢰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팬을 유입해야 하는 미디어 프랜차이즈라면 오래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긴 시간 쌓인 작품들이 곧 장벽이 되곤 하니까.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오래될수록 열성팬이 원하는 속편과 신규 팬을 유입할 새로운 이야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 내리는 명답. 바로 세계관을 적당히 리부트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프랜차이즈가 이미 정설이 된 이야기를 살짝 비튼 평행우주 리부트로 꽤 효과를 본 바 있다. 이번에 방영하는 ‘기동전사 건담’의 신작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를 비롯해 평행우주적 관점으로 리부트한 시리즈를 소개한다.



전쟁의 승자가 바뀐 [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메카, 로봇 장르에 관심이 전혀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건담. 1979년 <기동전사 건담>을 시작으로 벌써 46주년을 맞은 이 프랜차이즈는 그간 수많은 작품, 그리고 관련 굿즈로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길어진 프랜차이즈는 역시 장벽이 생기고 만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모든 작품이 연계되는 건 아니지만 무수한 작품 수에 입덕하기가 겁이 난다. 제작사 반다이남코 또한 이 사실을 인정하는지, 최초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2022)를 방영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동전사 건담〉의 하얀 건담은 〈지쿠악스〉에서 지온 공국 손에 들어가 붉은건담이 된다.​
〈기동전사 건담〉의 하얀 건담은 〈지쿠악스〉에서 지온 공국 손에 들어가 붉은건담이 된다.​


그 결과 2025년 공개하는 신작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이하 지쿠악스)도 평행우주 세계관으로 기존 팬덤과 신규 팬덤을 모두 잡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쿠악스>는 ‘지온 공국이 건담을 탈취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지온 공국이 지구연방정부의 신무기 건담을 파괴하려다 실패하는 것으로 시작한 시리즈의 시초 <기동전사 건담>를 비튼 것이다. 이런 평행우주는 원작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오직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비기닝>에서 이 과정을 자세히 그릴 뿐, 본편에선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원작 팬들이 좋아할 떡밥은 남기되,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게 마츄-냐안-슈우지 삼인방을 이야기를 중심에 세운다. 신규 팬들에게 장벽이 될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원작 팬들에겐 기존 시리즈 세계관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신규 팬들에겐 적당한 선에서 시리즈 전체의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반다이의 선택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쿠악스> 방영 이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쿠악스〉주인공 삼인방. 너무 어린 아이들 같지만,〈기동전사 건담〉 프랜차이즈는 대대로 소년병의 이야기이다.
〈지쿠악스〉주인공 삼인방. 너무 어린 아이들 같지만,〈기동전사 건담〉 프랜차이즈는 대대로 소년병의 이야기이다.


시간여행에 가족 잃었다 [ 스타 트렉: 더 비기닝 ]

이른바 ‘세계 3대 SF’라고 칭송받으며 50여 년 사랑받은 <스타트렉> 프랜차이즈도 한때 힘에 부쳤던 시절이 있다. 프랜차이즈 내 시리즈를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었지만 역시 오래되다보니 유입팬이 점점 적어지는 추세였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 같은 ‘세계 3대 SF’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프리퀄로, 드라마 <닥터 후>가 뉴 시즌으로 호황을 이루던 것과 대비되고 있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스타트렉>을 현대에 맞춰 새로운 방향으로 펼쳐 보이고 싶었고, <앨리어스> <로스트> 등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던 J. J. 에이브람스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스타트렉: 디 오리지널 시리즈〉
〈스타트렉: 디 오리지널 시리즈〉
〈스타트렉: 더 비기닝〉
〈스타트렉: 더 비기닝〉


로베르토 오씨와 알렉스 커츠만이 집필한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당시 큰 충격을 가져왔다. 시리즈의 원조 <스타트렉>의 주인공 제임스 커크와 스팍을 데려오는 대신, 제임스 커크에게 변화를 준 것이다. 그의 아버지 조지 커크가 시간을 거슬러온 로뮬란에 의해 사망하자 제임스 커크가 원작과 달리 좀 더 직설적이고 터프한 성격이 된 것. 이처럼 평행우주 설정을 통해 커크와 스팍의 우정을 보다 새로운 전개로 풀어내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나 원작을 아는 팬 모두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다만 <스타트렉> 팬들에겐 이렇게 극적인 변화로 비난도 받았다. SF배경이라고 하나 대체로 외교와 교류, 생명에 대한 고찰 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원작 드라마와 달리 액션과 스릴러 위주의 이야기로 채워진 것이 올드팬들에게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스타트렉> 프랜차이즈에 별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덴 성공했는데, 특히 <스타트렉> 특유의 팬덤이 적은 한국에선 108만 관객을 동원하고 호평을 받는 등 SF영화로는 꽤 고무적인 성적을 냈다.

 

속편 겸 프리퀄 겸 리부트 [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앞선 사례와 달리 리부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유별난 영화인데, 속편임과 동시에 리부트이며 프리퀄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고 하니 당시 <엑스맨> 시리즈는 <엑스맨> 본편 삼부작과 <울버린> 프리퀄 시리즈, 누군가는 리부트로 말하고 누군가는 프리퀄로 불렀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이렇게 3트랙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이렇게 여러 시간대를 그리면서 영화간 설정이 상충하기 시작했던 것. 같은 캐릭터의 나이대가 다르다거나 캐릭터 간의 첫 만남 시점이 다르다거나.

이에 20세기폭스는 <엑스맨> 전체 시리즈를 아우르는 한 편의 영화로 세계관 질서 정리를 실시했는데, 그 영화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다. 본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속편으로 기획됐으나 여기에 기존 삼부작의 내용을 더해 전체적으로 세계관을 리부트하고 미래(<엑스맨> 삼부작)와 과거(<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이후)를 별개 세계로 설정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신규 팬 유입을 목적으로 하는 리부트와는 정반대로 두 세계관을 모두 알아야 볼 수 있는 리부트였지만, 빼어난 완성도와 넘치는 팬서비스 모두 성공적으로 담아내 역대 최고의 <엑스맨> 영화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