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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에테르나우타〉, 아르헨티나 작가의 비극적 가족사 재조명

데일리뉴스팀
〈에테르나우타〉 시리즈 길가 포스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에테르나우타〉 시리즈 길가 포스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중남미 공상과학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영원한 항해자 에테르나우타」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하면서 원작자 엑토르 헤르만 오스터헬드의 비극적 가족사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어권 최초의 그래픽 노블로 인정받는 〈에테르나우타〉 는 지난달 30일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로 재탄생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에테르나우타」는 아르헨티나 출신 오스터헬드의 글과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의 그림으로 1957년부터 1959년까지 주간 연재 형식으로 발표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총 6부작으로 된 공상과학 재난 시리즈로 재해석했다. 드라마는 한여름 중남미에 갑작스럽게 내린 독성 눈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이후 정체불명의 외부 세력이 조종하는 위협에 맞서 일반 시민들이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국민 배우 리카르도 다린이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방영과 함께 원작자 오스터헬드의 삶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스터헬드는 1919년 아르헨티나에서 유럽계 중산층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계, 어머니는 스페인계였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으나, 학문보다 창작 활동에 더 큰 열정을 보인 그는 프론테라(Frontera)라는 만화 출판사를 설립하고 1957년 「에테르나우타」의 연재를 시작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서는 공상과학 장르물이 거의 전무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하고 평범한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에테르나우타」는 작가인 오스터헬드 가족의 일상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어 독특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리카르도 다린 아르헨티나 배우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리카르도 다린 아르헨티나 배우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오스터헬드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으며, 체 게바라와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 같은 아르헨티나의 상징적 인물들에 관한 만화 스토리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4명의 딸에게도 이어져, 이들은 모두 1970년대 청년페론당에 가입하며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

오스터헬드 가족의 비극적 운명은 1976년 3월 아르헨티나에서 군사 독재 정권이 재집권하며 시작됐다. 1976년 6월, 20세였던 셋째 딸 베아트리스가 군부에 의해 납치됐다.

두 달 후에는 임신 중이던 둘째 딸 디아나마저 군부에 납치됐으며, 디아나의 남편은 납치 후 살해당했다.

1977년 4월 27일에는 오스터헬드 본인이 납치됐다. 군사정부가 운영하던 비밀수용소에서 고문으로 건강이 악화된 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었으나, 그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1일에는 장녀 에스텔라가 총격전 이후 납치됐다. 당시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정보만 있을 뿐, 현재까지 그녀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극은 계속됐다. 1977년 11월, 임신 8개월이었던 막내딸 마리나가 남편과 함께 납치됐다. 비밀수용소에서 출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아기에 대한 정보 역시 전무한 상태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스터헬드의 아내 엘사 로페스는 생전에 "내 남편, 4명의 딸과 태어났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2명의 손자 그리고 3명의 사위, 총 10명의 가족이 군사 독재 정권 때 실종되거나 살해됐다"고 증언했다.

엘사 로페스는 평생을 실종된 가족을 찾는 고통 속에서 살다가 2015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