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 영화를 보며 왜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아주 문득문득 생각해봤다. 고백하자면 나는 기쁨 앞에서 훨씬 자주 우는 사람이다. “이 봐라 슬프지?슬프지?” 하는 장면에서 별 수 없이 울어버리고 나면, 누가 간지럼을 태워 바닥에 자지러진 것마냥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슬픈 걸 보고 울었을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물을 의심해야 직성이 풀린다. 기쁨은 슬픔처럼 이래저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세상 떠나가라 웃을 필요도 없이 그저 아무렇지 않게 스치듯 보여줘도, 영화 속 인물들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들이 나와 전혀 닮지 않더라도 상관 없다. 아니, 오히려 비슷하지 않을수록 감흥은 커진다. 나와 전혀 닮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나만 이해할 것만 같은 표현을 목격할 때, 덜 외로워졌다.
루카 구아다니노와 그레타 거윅은 환희의 순간을 입밖에 내지 않은 채 제대로 보여줬다.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기타로 연주한 바로 그 멜로디를 피아노로 아주 똑같이 따라치고서야 올리버(아미 해머)가 비로소 엘리오 곁에 앉아 그 소리를 음미할 때,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는 올리버의 말에 엘리오가 “그때는 말이 됐나보죠” 대답하자 “근래 들은 가장 다정한 말이네” 하고 휙 굴러 물에 빠져버릴 때(…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수많은 순간들).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이 연극 합격자 명단에 자기 이름만 쏙 레이비 버드라고 고쳐쓰고 자리를 뜬 후 친구 줄리(비니 펠드스타인)가 자기 이름을 가만히 쓰다듬는 걸 ‘구태여’ 보여줄 때, 첫 남자친구 대니(루카스 헤지스)와의 사랑이 한창 무르익던 날 잘생긴 카일(그러고보니 여기도 티모시 샬라메)에게도 하트가 켜질 때(…그리고 <레이디 버드> 속 수많은 순간들). 대단한 꾸밈 없이 슥 지나가는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 구아다니노와 거윅이 진작 그걸 귀신같이 해냈기에, 복숭아에 묻은 정액을 들킨 수치심에 울어버리는 엘리오를, 같은 일자리에 비슷한 복장을 하고 면접을 보러 온 아빠와 오빠를 보는 크리스틴을 보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