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것도 없이 시간만 훌훌 흘러 다음 주면 6월이다. 새해 결심은 어느덧 흐려진지 오래,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삶이 고단하게 느껴지기 일쑤다. 이런 순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늘 힘이 된다. 지치고 힘든 지금, 주인공에 빙의해 볼 수 있는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아래 영화들은 5월 26일(토)부터 6월1일(금)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 에단 호크
<죽은 시인의 사회> 바로보기

"Carpe Diem(카르페 디엠)." 카카오톡 친구 목록의 상태 메시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이 구절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문 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님 존 키팅, 그는 아이들에게 '현재를 즐기라(Carpe Diem)'고 말하며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준다.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살아가는 목적을 기억하라고, 패배하는 순간에도 싸우라고 말이다. 부와 명성을 쌓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으로 여겨지는 것과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로 인해 자유를 잃은 학생들의 모습까지,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자신의 삶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말을 건넨다. 마지막 즈음엔 책상에 함께 올라서 "오 마이 캡틴"을 외치고 싶어질 수도.

죽은 시인의 사회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

개봉 198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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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 2012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영화의 제목인 '월플라워'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학교에서 찰리(로건 레먼)는 월플라워 같은 존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는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풋볼 경기장에서 이복남매 패트릭(에즈라 밀러)과 샘(엠마 왓슨)을 만나고, 이 둘을 통해 찰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워간다. 친구가 없는 찰리,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샘,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하는 패트릭. 스스로를 '불량품'이라 부르는 주인공들을 보면 저들만큼이나 미숙했던 학창시절이 떠오르고 만다. 성숙하지 못한 것은 어른이 된 지금도 유효하지만. 영화는 그런 우리를 담담하게 위로한다. '평균 이하'여도 괜찮다고, 우린 모두 그렇다고.

월플라워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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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
Queen of Walking, 2016

감독 백승화
출연 심은경
<걷기왕> 바로보기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두 발 달린 오토바이부터 네 발 달린 어떤 차도 탈 수 없는 만복(심은경)은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 다닌다. 이렇듯 걷는 것 하나는 세상 제일 자신 있는 만복은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경보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어중간한 마음으로 시작한 경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죽어라 노력한 끝에 전국체전에 나갈 기회를 얻지만 참가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영화는 만복이 도전하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금 느려도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마'라며 우리의 어깨를 두드린다.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걷기왕

감독 백승화

출연 심은경, 박주희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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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す一ちゃん まいちゃん さわ子さん, 2015

감독 미노리카와 오사무
출연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바로보기

이상하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결혼'이라는 단어가 일상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침투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제목만 보고도 강렬하게 끌려버린 작품이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30대 여성의 꿈과 일, 결혼과 사랑, 노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짧은 러닝타임 동안 푹 빠져 보게 된다. 별일 없는 것마저 별일인 것 같은 그 나이대의 막막함이 너무도 격하게 공감이 된달까. 영화는 제목에 대한 답을 끝내 주지 않는다. 사실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그 정답은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 아닐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감독 미노리카와 오사무

출연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

개봉 201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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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ちょっと今から仕事やめてくる, To Each His Own, 2017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바로보기

역시 제목만 보고 봐버린 영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무턱대고 취직해버린 다카시(쿠도 아스카)는 계속되는 야근과 실적에 대한 압박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정신을 놓아버린 퇴근길 다카시는 지하철 선로로 떨어질 뻔하고, 마침 지나가던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가 그를 구해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는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친해지는데, 어느 날 다카시는 야마모토가 이미 3년 전에 죽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야마모토의 존재를 통해 미스터리가 가미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중요한 건 회사에 목숨 걸던 다카시가 '인생엔 정규직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 걸 깨달으며 변화해가는 과정이다. 퇴사해도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그러니 너무 힘들다면 죽을힘을 다해 참지 않아도 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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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