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낮 2시.
저는 씨네플레이 사무실이 아닌,
서울역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방팔방 열일 하더니만
드디어 휴가를 가느냐고요?
네!
...니요!
일하러 가는 중입니다!
영화와 영화인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저 문부장,
영화 <덕혜옹주> 부산 무대인사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주연 손예진, 박해일, 정상훈 씨에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님까지
함께 KTX와 버스를 타고
부산 영화의전당으로 찾아가
무려 3000명에 달하는
관객을 만나는 일정이었습니다.
금요일에 출발해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 스케줄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이틀 전 인터뷰로 만난
손예진 씨의 아름다운 얼굴을
또 알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덥썩!
"제가 가겠습니다!" 외쳤죠.
14:25
"헐.. 박해일 아냐?"
"야 빨리 찍어찍어"
평일 대낮에 나타난 박해일 씨를 본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맨눈에 반팔 티셔츠만 입으셔도
후광이 번쩍 비출 텐데
화사한 분홍 재킷까지 입으시니
확 눈에 띌 수밖에요.
<덕혜옹주> 팀이 탑승한
부산행 KTX 열차 안입니다.
분명 <덕혜옹주> 팀과 같이 가는 건데도
저 멀리서
좀비 승무원이 달려들 거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가방에 종이랑 물이 있던가?"
1초간 생각했습니다.
14:30
짠!
4년 만에 신작 <덕혜옹주>로 돌아온
허진호 감독님입니다.
오랜만에 뵙는 건데도
인자함과 나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풍모는 여전하시더군요.
그런데 손예진 씨는 어디 있냐고요?
그러게요.
열차 타자마자 사방을 둘러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벌써 미리 부산에 도착하셨다고요.
"자~ 밥 먹자!!"
아침부터 일찍 GV 스케줄을 마치고 온
박해일 씨가 옷을 갈아입자마자
크게 외쳤습니다.
손예진 씨 볼 생각에
점심 밥을 못 넘겼던 터라
그 외침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아참!
밥 얘기하다보니 정상훈 씨의
소개를 거르고 있었네요.
<덕혜옹주>에서 장한과 덕혜옹주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믿음직한
복동 역을 맡았습니다.
그 역시 부산행 KTX 열차에 올라
지방 무대인사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직접
저렇게 CF 포즈를 시전해주심.
천상 '연예인 미소'입니다.
15:00
식사를 끝낸 두 배우분들,
무엇을 하며 부산행 여정을
보내는지 볼까요?
네,
정상훈 씨는 세상 모른 듯
잠들어 있으시고요.
박해일 씨는 신문 열독 중.
제가 저 뒷자리에 앉아서
몰래 훔쳐봤는데
진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완전 정독하시더라고요.
스마트폰 삼매경
왠지 <은교>의 이적요가 생각나는 모습이죠?
그리고 음악과 함께 취침.(feat. 뒷자리 문부장)
17:10
2시간 40분을 달려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남았죠.
영화의전당이 있는
해운대로 가려면,
이 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박해일 씨가 다른 일정으로 따로 움직이고
정상훈 씨와 허진호 감독님이
버스로 동행했습니다.
이른 일정으로 바삐 움직이다보니
여기가 부산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저 으리으리한 풍경을 보니
대번 부산에 왔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18:35
영화의전당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저 문부장이,
부산에 온 이유!
손예진 씨♥가
도착하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짜고짜
악수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부산의 매체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손을 거두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꽃단장을.
19:00
그 사이에 복동과 장한,
아니 정상훈, 박해일 씨는
관객분들께 드릴 싸인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정직한' 서체로 화제를 모았던
박해일 씨의 싸인.
이름 아래 '장한역'이라고 쓴 것도
너무 글씨체와 잘 어울립니다.
싸인을 마친 후엔
사진 한 방!
덕혜옹주-장한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복동과 장한의 투샷.
손예진 씨도 인터뷰 사이사이
틈날 때마다 꼭꼭 눌러 싸인을 하셨습니다.
19:30
무대인사 30분 전,
<덕혜옹주>의 주인공들과
함께 짤막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에게 이제 개봉을 목전에 앞두고
3천석 대규모 시사회에서 관객을 만나는 기분을,
두 주연 손예진, 박해일 씨에게는
"영화 속 희미하게 엿보이는 로맨스를
어떻게 만들어나갔는지" 물었습니다.
부산 오기 전, 50대 이상 분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GV를 마치고 왔어요. 아침인데도 열기가 뜨겁더라고요. 눈물도 많이 흘리시고. 질문도 굉장히 날카로웠어요. 역사적인 사실, 소설과 영화의 차이 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어요.
현장에서 예진 씨를 "예진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요. 늘 "옹주님" 했죠. "옹주님, 어떻게 연기가 괜찮으셨습니까?" "리액션이 불편하진 않으셨는지요?" 하고요. 한 천번 가까이는 불렀을 걸요. (웃음)
- 박해일
언론시사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좋은 반응은 지금까지 영화 하면서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기분 정말 좋은데, 지금은 오히려 흥분을 좀 낮추려고 하고 있어요.
딱 2년 전에 <해적>으로 여기(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시사회를 했어요. 어마어마했었어요. 이번 시사가 조금 급하게 진행됐는데, 얼마나 와 계신지 모르겠어요. 여름이라 정말 더운데 기다리는 분들 걱정도 돼요. 그땐 이렇게 덥진 않았는데.
- 손예진
언론시사 후에 술 한잔 마시면서 여러분들의 솔직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좋은 감상 많이 전해주셨어요. 저희가 오랫동안 테이블을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와서 끝까지 기다리셔서 다양한 질문을 해주셨어요.
영화 자체가 10년 만이니 이런 무대인사는 처음이죠. 그런데 3000명 관객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때 뵌 적 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웃거나 울 때의 그 반응을 전 알고 있죠. 더군다나 여기는 공간이 노천극장이라 앞에서 보면 반응이 바로 보일 텐데, 기대가 커요.
- 정상훈
하루종일 빡빡한 일정과
중요한 자리를 앞두고
빙 둘러 앉아 서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20:10
보이시나요?
야외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3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모여
무려 3500명의 관객들이
자리를 채우셨습니다.
<덕혜옹주>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겠죠?
<덕혜옹주> 주역들이 무대에 오르자
영화의전당 전체가 우웅 울릴 정도의
거대한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차례차례 인사를 올릴수록
환대는 더욱 뜨거워졌죠!
영화 상영 전 약 20분간
<덕혜옹주>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영화를 위해 땀을 흘린
배우들이 직접 전하는 영화 소개,
이날 야외극장에서 함께한
관객들이 누린 호사가 아니었을까요?
많은 인파가 모인 만큼,
3대가 모두 방문한 가족분들이 있어
그들을 무대로 모시고
특별한 선물 증정과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0분 남짓한 무대인사였지만
짧은 만큼 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덕혜옹주>를 기다린
3500명의 관객들과 함께 :D
에필로그
정신 없는 시간을 지나
무사히 <덕혜옹주> 무대인사를 마쳤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버스에 나란히 앉아
밝게 웃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이날 무대인사가
<덕혜옹주> 제작진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을지
확확 느껴집니다.
금요일의 일정을 마치고
저는 함께 고생한 배우들과 함게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왜 사진은 없냐고요?
맞네~
술자리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카메라를 놓고 있었나 봅니다.
흐흐흐흐.
(사실 사진은 전문 사진가가 찍었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