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고를 때 어떤 걸 보고 선택하는가. 감독, 배우, 시놉시스에 따라 선택하거나 영화를 제작·배급하는 곳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선 ‘무비 알쓸신잡’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 유명 중소 영화사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A24

지난 몇 년간 ‘상 받았다더라’하는 영화를 챙겨봤으면 A24는 친숙할 것이다. 데이비드 카츠가 설립한 A24(구 A24 Films)는 제작보다 배급에 주력하지만, 선보이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고 있는 신진 영화사 중 하나이다. 2013년 <어 글림프스 인사이드 더 마인드 오브 찰스 스완 3세>를 시작으로 2014년 <에너미>, <언더 더 스킨>, <모스트 바이어런트>, 2015년 <엑스 마키나>, <에이미>, <룸> 등을 배급했다.

‘슬레이트닷컴’과 ‘가멋 매거진’이 만든 A24 이미지

2016년에는 <랍스터>, <스위스 아미맨>,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슈퍼소닉>, <우리의 20세기> 등을 내놓았는데, 그중에서도 흑인 성소수자의 인권을 세심하게 그린 <문라이트>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해 A24의 안목을 입증했다. 2017년에도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이디버드>, <고스트 스토리>, <굿타임>, <디재스터 아티스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필모그라피를 선사했다. 국내에 아직 개봉하지 못한 <유전>, <킬링 디어>, <우드 쇼크>, <어 프레이어 비포 던>, <클라이막스> 등도 A24의 필모그래피를 풍성하게 할 것이다.

해외 영화팬들이 만든 ‘A24 토너먼트’
문라이트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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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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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하우스 프로덕션

극장을 들락날락하는 관객이라면, 이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진 않을 것이다. 제이슨 블룸이 창립하고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첫 작품을 내놓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이후 <인시디어스> 시리즈, <오큘러스>, <더 퍼지> 시리즈, <위자> 시리즈 등을 제작했다.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한 공포 영화 시리즈들의 주인이라 흥행 면에서는 여느 메이저 영화사 부럽지 않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제작 작품 포스터.

그렇다고 비평적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단편 <위플래쉬>의 장편 제작을 지원해 데이미언 셔젤를 주목받는 신인 감독으로 만들고, 한참 밑바닥을 찍었던 M. 나이트 샤말란의 <더 비지트>와 <23 아이텐티티>를 제작해 그가 재기할 발판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조던 필레 감독의 <겟아웃>을 제작하면서 ‘공포 영화 전문’에서 주목해야 할 독립 영화사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블랙클랜스맨>도 블룸하우스의 위상을 더욱 높여줬다. 현재 <스폰> 리부트를 제작하고 있다. 

2017년 블룸하우스를 책임진 <겟아웃> (위), <23 아이덴티티> (아래)
겟 아웃

감독 조던 필레

출연 브래드리 휘트포드, 앨리슨 윌리암스, 캐서린 키너, 다니엘 칼루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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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

감독 오렌 펠리

출연 케이티 피더스턴, 미카 슬로앳, 마크 프레드릭스, 애슐리 팰머, 엠버 암스트롱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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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픽처스

브라운관 TV의 파장을 재현한 듯한 안나푸르나 픽처스의 로고만 봐도 설레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2011년 매간 앨리슨이 설립한 안나푸르나 픽처스는 단독 제작보다는 플랜B(Plan B), 콜롬비아 픽처스, 소니 픽처스 클래식, A24, 아마존 스튜디오 등 타 회사와의 공동 제작을 주로 한다. 작품 수는 적지만, 그만큼 양질의 영화들을 뽑아내고 있다. 첫 작품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보다 두 번째 작품인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투자를 받지 못해 폴 토마스 앤더슨조차 포기하려던 <마스터>를 안나푸르나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세상의 빛을 봤단 일화는 시네필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어서 스파이크 존스의 <그녀>와 데이비드 O.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베넷 밀러의 <폭스 캐처>,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 마이클 밀스의 <우리의 20세기>, 캐서린 비글로우의 <디트로이트>,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를 줄줄이 내놓으며 ‘클라스’를 입증했다. 현재는 파블로 로레인 감독의 차기작 <트루 아메리칸>, 크리스찬 베일이 딕 체니 역을 맡은 <백시트>,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신작 <더 시스터스 브라더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안나푸르나 픽처스 제작 작품들.
디트로이트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안소니 마키, 존 보예가, 알지 스미스, 윌 폴터, 제이콥 라티모어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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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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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커 스트리트

블리커 스트리트는 다른 영화사들과 달리 배급만 전문적으로 한다. 앤드류 카펜이 2015년에 설립한 후 지금까지 21개 영화을 배급했는데, 네 작품을 제외하면 모두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 마크를 획득한 탁월한 안목이 특징이다. 2015년 <대니 콜린스>로 시작을 알린 후 <세기의 매치>, <트럼보>, <아이 인 더 스카이> 등 다소 차분한 영화를 배급해왔다. 물론 <엘비스와 닉슨>, <캡틴 판타스틱>처럼 분위기가 전혀 다른 작품들도 틈틈이 소개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는 <나는 부정한다>, <잃어버린 도시 Z>, <메건 리비>, <패터슨>까지 호평받은 영화들을 배급해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한 바 있다. 2018년 초 배급한 <노스텔지아>가 혹평 일색으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최근 배급한 <디서비디언스>가 호평받으며 다시 기지개를 피고 있다. 현재 <빠삐용>, <콜레트>, <왓 데이 해드>가 준비 중에 있다.

블리커 스트리트의 배급 작품들.
패터슨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골쉬프테 파라하니

개봉 2016 프랑스, 독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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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판타스틱

감독 맷 로스

출연 비고 모텐슨, 조지 맥케이, 사만다 이슬러, 애너리즈 바쏘, 니콜라스 해밀턴, 슈리 크룩스, 찰리 쇼트웰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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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20세기 폭스의 자회사인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는 1994년 설립됐다. 독립 영화 제작이나 배급을 중점적으로 하며, 20세기 폭스와 매우 유사한 로고 덕분에 기억하기 쉬운 편이다. 설립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이름 떨쳤다. 2001년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웨이킹 라이프>를 시작으로 2003년 <28일 후>, 2004년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사이드웨이>, 2006년 <미스 리틀 선샤인>, 2007년 <원스>, <주노>, 2008년 <슬럼독 밀리어네어>, <레슬러> 등을 공개했다.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의 제작 및 배급 작품들.

2010년엔 발리우드의 다르마 프로덕션과 공동 제작한 <내 이름은 칸>으로 호평을 받고,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2013년엔 <노예 12년>으로, 2014년엔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상 작품상을 연이어 가져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키>, <브루클린>,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쓰리 빌보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형태> 등 화려한 라인업을 뽐내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중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마이클 섀넌,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더그 존스, 샐리 호킨스, 리차드 젠킨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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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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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처스 클래식

소니픽처스가 1992년 소규모 영화 배급을 위해 만든 자회사. 미국 내에선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 <하얀 리본>, <아무르>, <해피엔드>의 배급을 전담하는 등 거장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했다. 첫 작품은 1992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하워즈 엔드>. 90년대엔 <무언의 목격자>, <파리넬리>, <동사서독>, <로라 런> 등을 배급했고, 2000년대엔 <내 어미니의 모든 것>, <기쿠지로의 여름>, <와호장룡>, <쿵푸 허슬> 등 ‘클래식’이란 사명에 걸맞게 미국 외의 작품들도 주로 소개하는 배급사로 유명세를 얻었다. 2010년대엔 <미스터 터너>, <레비아탄>, <사울의 아들>, <줄리에타>, <토니 에드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소개했다. 

소니 픽처스가 배급한 주요 작품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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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의 아들

감독 라즐로 네메스

출연 게자 뢰리히

개봉 2015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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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