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 영화에도 시리즈가 생기는 걸까? <탐정: 더 비기닝>(2015)의 속편 <탐정: 리턴즈>가 지난 6월 13일 개봉했다. 약 3년이란 오랜 공백기를 지나 스크린으로 돌아온 권상우X성동일 콤비. 전편을 봤는데 가물가물하시거나 혹은 아직 전편을 안 봤는데 속편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탐정> 시리즈 5분 만에 만나기.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는 1남 1녀의 가장, 만화방 사장이자 국내 최대 미제 살인사건 카페 운영자다. 원래 경찰대에 지원했지만 다리 문제로 불합격한 강대한은 친구인 이준수(박해준) 형사가 있는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은근슬쩍 범죄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이준수의 파트너 노태수(성동일) 형사는 그런 대만이 못마땅하다.
태수(성동일) 때문에 쫓겨나는 대만
이준수(박해준) / 용규(이승준)
대만은 용규(이승준)와 술 한 잔을 하고 다음 날 그의 집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용규의 아내 한서영(이언정)이 살해당한 것. 멈춘 손목시계로 사망시간이 추정되는 가운데, 태수는 “아내가 살해당하면 무조건 범인은 남편”이라며 용규와 대만을 용의선상에 넣는다. 그러나 용규와 대만의 알리바이가 확인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한서영이 사건날 이준수를 만난 것, 서영의 오피스텔 명의가 준수라는 정황 증거들과 흉기가 그의 집에서 발견되면서 이준수는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구속된다. 대만은 준수가 누명을 쓴 것이라고 확신하고, 태수는 자신을 조롱하는 서팀장(이해영)에게 2주 안에 진범을 잡지 못하면 경찰을 관두겠다고 선언한다. 두 사람은 준수를 위해 함께 움직이기로 한다. 계속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지만, 대만은 아내 미옥(서영희)에게 태수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꽉 잡혀 산다는 의외의 공통점(?)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좀 더 신뢰하게 된다.
두 사람은 탐문수사를 통해 장호(지대한)에게 용규의 집에서 의문의 괴한이 봤다는 증언을 듣는다. 그러나 사건의 실마리를 잡기도 전, 이번엔 마형사(윤경호)의 아내 양민아(이청희)가 도자기 공방 가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범인이 피해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사망 추정 시간이 확인된다. 태수는 사건 현장의 혈흔으로 공범이 있는 2인조라는 가설을 세운다. 대만은 첫 번째 사건의 시계, 두 번째 사건의 사진 등 추정 시간을 의도적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미제 사건인 양재천 살인사건이 관계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장호(지대한) / 이유노(조복래)
조사 결과, 양재천 살인사건의 용의자이자 과거 마형사에게 검거됐던 이유노(조복래)가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다. 그러나 흉기인 자전거 체인이 발견돼 민아의 내연남이 용의자로 구속되고, 태수와 대만만이 사건을 계속 쫓게 된다.
태수는 마형사에게 이유노가 마지막으로 남긴 연락처를 전달받고 대만과 함께 그곳을 향한다. 이유노는 이미 두 사람을 해치기 위한 파놓은 함정을 파 놨고 두 사람은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탈출한다. 사선을 넘나들게 되자 태수는 형사로서 대만에게 사건에서 손 떼라 충고하고, 대만은 준수와의 우정을 털어놓으며 끝까지 같이 하자고 한다. 태수는 대만과 연락도 끊은 채 자신과 연이 있는 조폭을 동원해 이유노 수색에 나선다.
강대만과 이미옥(서영희)
태수와 연락이 끊기고, 미옥에게 잔뜩 욕 먹으면서도 대만은 수사를 계속했고, 태수에게 마형사와 이유노가 함께 공모해 이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이유노를 추적하다 놓치지만, 그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음을 알고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본다. 범인이라고 확신했지만, 데이터는 이유노가 그 어떤 범행 현장을 간 적이 없단 걸 말한다.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판일을 맞이하고, 준수는 30년형을 선고받는다.
마지막 반격을 위해 이유노를 잡아 추궁하려는 태수. 대만은 마형사가 이유노 말고 룸살롱 운영자인 장호, 가정폭력범 한태웅(권혁)을 끌어들여 교환 살인을 했다는 가설을 세운다. 그래서 한태웅이 유치장에 있는 마지막 날인 오늘, 그의 아내 선혜(염지윤)가 죽을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수는 그런 교환 살인이라면 장호가 목격자 행세를 할 필요가 없음을 피력하고 홀로 이유노를 뒤쫓는다. 이유노를 만난 태수는 죽을 위기를 겪으며 이유노를 제압하고 그를 추궁한다.
한태웅에 대한 조서.
대만은 한대웅의 아내 선혜를 찾아 나선다. 선혜의 행선지에서 그가 맞닥뜨린 건 마형사와 장호가 아닌 용규. 용규는 아내와 준수가 바람피우는 사이였다고 말하지만, 대만이 가져온 준수의 편지를 보고 준수가 아내를 설득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용규가 더 이상 의욕을 보이지 않자 마형사가 권총으로 대만을 쏘려는 찰나, 간신히 쫓아온 태수가 그를 사살하며 사건을 마무리한다.
대만이 사건 현장에서 만난 건 마형사와 용규.
결국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면서 서팀장은 자리에서 쫓겨난다. 태수는 서팀장의 자리 대신 탐정 사무소를 차리겠다며 은근슬쩍 대만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동업자가 된 두 사람이 탐정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그리고 미옥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대만을 용서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3년 만에 돌아온 탐정, 뭐가 달라졌을까?
2015년 9월 24일 추석 시즌 노림 → 2018년 6월 13일 여름 시즌 노림
<탐정: 더 비기닝>은 2015년 추석 시즌에 개봉했다. 당시 먼저 개봉했던 영화는 <앤트맨>, <사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등이 있었고, <서부전선>과 9월 24일 같은 날 개봉했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아 한국 영화 선택률이 높은 추석 시즌의 특성을 정확히 노려 265만 관객을 모았다. <탐정: 리턴즈>는 전편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6월 개봉을 선택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시작으로 5월 동안 쏟아진 외화 공세를 적절히 피해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38억 원 → 38+a 억원
탐정의 순 제작비는 약 38억 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제작된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에 딱 맞아떨어진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 개봉 10일째인 10월 3일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탐정: 더 리턴즈>의 순 제작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성동일의 인터뷰를 참고하면 1편에 비해 조금 늘었다고. 아마도 손익분기점도 전편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200만 명 정도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개봉 6일 째인 6월 18일 기준, 11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김정훈 감독 → 이언희 감독
<탐정: 더 비기닝>의 감독은 김정훈.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을 2015년에야 영상화를 했으니 그로서는 무척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탐정: 더 비기닝>이 공모전에 당선됐지만 그의 장편 데뷔작은 <쩨쩨한 로맨스>. 이후 <간첩>과 <방황하는 칼날>의 각색을 맡기도 했다. 반면 속편 <탐정: 리턴즈>는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03년 <…ing>으로 첫 장편 영화를 선보였고, 2007년 <어깨 너머의 연인>을 공개했다. 2016년에는 <미씽: 사라진 여자>로 여성 영화 가뭄이 계속되던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듀오 → 트리오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라 했던가. <탐정: 더 비기닝>에서 손발이 안 맞아서 웃겼던 대만과 태수가 이제 마음이 통하게 됐으니, <탐정: 리턴즈>에선 여치(이광수)를 새로운 동료로 투입시켰다. 전직 사이버 수사대인 여치의 등장으로 발로 뛰는 수사였던 1편의 방식을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권상우X성동일 콤비의 코믹 패턴도 더욱 다양화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