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체 <인디와이어>가 북미 비평가들에게 물었다. 각자가 꼽은 플롯 트위스트(Plot twist) 영화의 최고작은 무엇인가. 흔히 반전 결말을 가진 영화로 해석될 용의가 있는 플롯 트위스트. 그러나 꼭 반전에 한정된 단어는 아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기막힌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최고의 영화를 묻는 질문으로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영화가 선사하는 최상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이야기일까.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은 10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연도순)

※ 치명적 결말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자 했으나, 보기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싸이코>
알프레드 히치콕  l  Psycho  l  1960

영화의 진행에 있어 중요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장면으로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법을 맥거핀이라 한다. 맥거핀 기법의 창시자라고 볼 수 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 <싸이코>는 많은 시퀀스들을 트릭처럼 사용하고 있다. 가령, 유부남 애인과의 결혼을 위해 회사의 자금을 훔쳐 달아나는 마리오(쟈넷 리)의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 , 줄곧 마리오의 행적을 좇아가던 영화는 정작 마리오를 주인공으로 상정하고 있지도 않다. 마리오는 노먼 베이츠(안소니 퍼킨스)의 모텔에서 스러진 하나의 희생양일 뿐이다. 이런 식의 전복을 수차례 거치는 <싸이코>야말로 꼬이고 꼬인 플롯을 가진 영화의 대명사로 여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싸이코>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멀었다. 결정적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서야 밝혀지니까.

싸이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안소니 퍼킨스, 베라 마일즈, 존 게빈

개봉 196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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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존 포드  l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l  1962

존 포드의 영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기본적으로 서부 영화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한 구역을 지배하는 악당과 그에 맞서는 선한 주인공, 결국 주인공의 승리로 찾게 되는 이 구역의 평화. 하지만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전통적인 구조에 지극히 창의적인 플롯을 쌓은 작품이다. 랜스는 서부로 넘어가던 길, 그 지역을 장악한 악당 리버티 밸런스에게 강도와 구타를 당한다. 법학자인 랜스는 리버티를 법과 질서로 무너뜨려 보려 하지만 서부는 법보다는 총의 세계였다. 총의 위력을 실감한 랜스가 드디어 모두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리버티 밸런스를 쏴 죽이겠다는 결심을 한다. 마침내 랜스는 리버티를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그로 인해 랜스는 상원 의원에 당선돼 오랜 정치활동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뒤집는 사실 하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자는 랜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고전 서부극의 핵심은 하나의 반전 플롯 그 이상이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가 누구였건 세계는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진실이다.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

감독 존 포드

출연 존 웨인, 제임스 스튜어트

개봉 196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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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스>
스티븐 스필버그  l  Raiders of the Lost Ark  l 1981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1984),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으로 이어지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시작에 해당하는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했으며 조지 루카스가 각본을 썼다. 낮에는 고고학자로 일하면서 다른 시간에는 탐험에 나서는 인디아나 존스의 어드벤처물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에서 탄생된 만큼 이 영화도 단순한 구식 모험담을 지나 다채로운 플롯으로 채워졌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역대 최고의 캐릭터 인디는 대담한 탐험가인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모세가 십계명을 새긴 석판을 보관해 두었다고 전해지는 황금 궤짝을 찾아 온 세계를 헤매는데 불행히도 무적의 군대를 만들려는 야욕에 사로잡힌 나치 역시 그것을 찾고 있다. 슈퍼 히어로는 못될 주인공 인디는 이 과정에서 험난한 여정을 겪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궤를 둘러싼 이야기 <레이더스>는 기록할만한 다수의 명장면을 남겼다.

레이더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해리슨 포드, 카렌 알렌, 폴 프리먼

개봉 198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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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게임>
닐 조던  l  The Crying Game  l  1992

아일랜드의 감독 닐 조던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푸줏간 소년>(1997), <플루토에서 아침을>(2005) 등의 걸출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중 <크라잉 게임>은 닐 조던 특유의 파격적 스토리텔링에 방점을 찍으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영화는 IRA(북아일랜드의 독립 지하조직)의 인질이 된 조디(포레스트 휘태커)와 조디를 감시하는 퍼커스(스티븐 레아)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친구가 된다. 그러나 당국의 협상은 결렬되고 조디는 죽음을 맞는다. 퍼커스는 런던으로 돌아와 지미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고, 조디의 연인 딜(제이 데이비슨)을 찾아간 순간 둘은 사랑에 빠지는데. 그러나 <크라잉 게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파격으로 나아간다. 개봉 당시 반전 결말에 대해 함구해 줄 것을 신문광고에서까지 내세웠던 영화다.

크라잉 게임

감독 닐 조단

출연 포레스트 휘태커, 미란다 리차드슨, 스티븐 레아, 제이 데이비슨

개봉 1992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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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데이빗 핀처  l  Se7en  l  1995

데이빗 핀처는 명실상부 최고의 이야기꾼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두 명의 평론가가 이 리스트에서 데이빗 핀처를 지목했다. 1995년작 <세븐> 2014년작 <나를 찾아줘>. 모건 프리먼과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세븐>은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인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와 연관된 인물을 차례로 죽여나가는 연쇄 살인을 다룬 스릴러다. 관록의 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과 신참내기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전담해 벌이는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가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날을 벼린 20세기의 명작이 됐다.

세븐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개봉 199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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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l  Gone Girl  l  2014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 닉과 에이미. 결혼 5주년 아침 에이미가 실종되고 유명 동화 시리즈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유명인사 아내가 사라진 사건에 세간이 떠들썩해진다. 한편, 경찰은 집안 곳곳에 드러나는 단서들로 인해 남편 닉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다. <나를 찾아줘>는 한 치 앞을 가늠키 힘든 미스터리로 똘똘 뭉친 이야기가 끊임없이 롤러코스터를 태운다. 149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은 것은 분명 핀처의 완벽주의가 만들어낸 성과일 것이다. 스릴러의 장인 데이빗 핀처는 20년 뒤에도 이렇게나 건재하다.

나를 찾아줘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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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
M. 나이트 샤말란  l  The Sixth Sense  l  1999

기본에 충실한, 그러나 가장 정직한 대답일 <식스 센스>. 인도 출생의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대단한 반향을 불러온 작품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를 반전영화가 <식스 센스>일텐데 모두를 놀라게 한 결말도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충격을 안겨주겠다는 목적만으로 양산된 수많은 반전영화의 더미에서도 <식스 센스>는 여전히 빛난다.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브루스 윌리스)는 여덟 살의 아이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상담 치료를 맡는다. 자신의 무성의한 치료에 앙심을 품고 총을 쏜 뒤 자살한 환자를 기리기 위해 말콤은 이 치료에 더욱 애정을 쏟는다. 치료 과정이 진척될수록 두 사람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이 모든 이야기는 종국의 한 장면으로 모조리 뒤집힌다.

식스 센스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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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l  The Others  l  2001

<떼시스>(1996)라는 독특한 스릴러 공포를 만들고 이 한 작품으로 스페인의 기대주로 떠오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스페인의 히치콕으로 각광받던 그는 자신의 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디 아더스>는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진 그의 첫 작품이다. 햇빛을 보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는 두 아이와 어둠 속에 살아가는 그레이스(니콜 키드먼)의 저택에 세 명의 하인이 찾아온다. 그 뒤로부터 이 집에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레이스와 아이들은 미스터리한 공포에 휩싸인다. 반전 결말에 집착해 영화를 본다면 <디 아더스>가 보내는 훌륭한 메시지들을  놓칠 수도 있다. <디 아더스>는 타자에 대한 공포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명민한 공포 영화이다.

디 아더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니콜 키드먼

개봉 2001 미국, 프랑스,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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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l  The Orphanage  l  2007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의 기세가 극장가를 달구는 지금,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첫 연출작 공포 영화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에서 보여준 그의 역량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로라(벨렌 루에다)는 가족들과 함께 과거 어린 시절을 보낸 고아원 저택에 이사를 온다. 하지만 아들 시몬(로저 프린셉)이 이 집의 친구들로부터 자신이 입양된 아이이며 곧 죽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로라는 비밀을 알아버린 시몬에 당황하지만 아이의 장난으로 여기는데, 어느 날 시몬이 갑작스럽게 실종된다.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의 반전결말은 그 자체로 놀랍지만 다시 이 결말로 인해 관객들은 지독한 슬픔에 빠진다. 호러 무비를 표방한 새드 무비라는 찬사가 따라붙은 이 영화는 신선한 전개와 깔끔한 연출이 두드러진 바요나 감독의 될성부른 떡잎을 입증했다.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벨렌 루에다, 페르난도 카요

개봉 2007 멕시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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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쉬가르 파라디 / A Separation / 2011

이란의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의 대표 작품. <아름다운 도시>(2004), <어바웃 엘리>(2009),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 <세일즈맨>(2016)에 이르기까지 이란이라는 국가의 전통적 배경에 뿌리내린 독창적 걸작들을 만들어온 감독이다. 영화는 이민에 대한 의견 차이로 별거를 선택한 씨민과 나데르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씨민(레이라 하타미)이 떠나자 나데르(페이만 모아디)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간병인 라지에(사레 바이아트)를 고용했지만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고 간병인은 해고당한다. 그러나 이때 화가 난 나데르가 라지에를 밀쳐 뱃속의 아이가 유산됐다는 혐의를 쓰고 살인죄에 기소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파라디 감독의 독특한 구성의 플롯이 빼어난 작품으로, 관객들은 어떤 사실도 확정할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인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야기를 구성해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샤하브 호세이니, 레이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사레 바이아트

개봉 2011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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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 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