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멘터리는 오프닝에서 잠시 사진가 메이플소프가 빚은 논란을 보여줄 뿐, 그의 업적이나 미학, 영향 등에 큰 관심이 없다. 때때로 그의 작품에 찬탄하는 큐레이터들의 모습이 포착되긴 하나 대부분 지인의 인터뷰와 그가 남긴 자료 등으로 로버트가 살아온 시간을 되짚어볼 뿐이다.
그래서 사실, 다큐멘터리 <메이플쏘프> 자체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가족, 애인, 지인들의 인터뷰와 당시 자료화면을 엮어낸 전개는 여느 다큐멘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버트를 잘 아는 관객이라면 이 다큐멘터리가 무의미한 동어반복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메이플쏘프>는 무척 특별한 잔상을 남기는데, 헐벗은 남성들의 몸(과 성기)을 쏟아내듯 스크린에 그린다는 점, 인간 로버트의 매력과 결함을 모두 담았다는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