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하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입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남반구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실 지금 겨울입니다. 하계 올림픽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군요.
어쨌든 4년 마다 돌아오는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가 열립니다. 올림픽과 영화, 무슨 연결 지점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난 런던 올림픽을 떠올려봤습니다. 축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땄고, 박태환 선수는 은메달을 땄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인상적인 개막식이 기억납니다. 2008년까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죠. 허구연 해설의원의 “됐스요”가 생각나는군요. 박태환 선수는 수영 종목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4년 만 더 뒤로 가볼까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앗, 생각났습니다. 당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은메달을 땄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그 경기가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올림픽 기간이 되면 올림픽이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씁니다. 영화 기자라면 극장가 관객수가 관심 거리죠. 정치부 기자라면 올림픽 기간 중 대통령 지지율 같은 게 궁금할 겁니다. 경제부 기자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합니다. 씨네플레이의 에디터 역시 올림픽 기간 중 극장가 분석을 하려 했으나 네이버 검색 몇번 해보니 4년 마다 거의 비슷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 걸 알고 됐죠. 결론은 이겁니다. “올림픽과 영화 흥행은 별 상관이 없다”입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극장, 영화 관계자들이 한결 같이 얘기했습니다. “올림픽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생각한다.” 관계자들은 “올림픽보다 월드컵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왜 영향이 없을까요? 시차가 중요합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이 열린 영국과 한국은 8시간의 시차가 있었습니다. 런던에서 저녁에 경기가 있으면 한국에선 새벽에 볼 수 있습니다. 새벽에 극장 가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그러니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2008년은 좀 달랐습니다. 당시 연합뉴스에서 “올림픽 직격탄에 극장가 '울상'..관객수 '뚝'”같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멀티플렉스 주말 관객이 9~14% 감소했다”는 내용입니다. 8월 9~10일 주말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기사인데요. 8월10일에 박태환 선수가 400미터 남자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베이징은 우리나라와 시차 1시간입니다. 그냥 없다고 봐도 됩니다.
자, 그러면 이번 리우 올림픽으로 인한 극장가의 관객수 변화는 어떻게 될까요? “영향이 없다”입니다. 벌써 “극장가, 성수기 겹치는 '리우올림픽' 앞두고도 태연한 이유”와 같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 배급사 관계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개봉작들은 (관객 동원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낮과 밤이 바뀌어 경기를 중계하다보니 올빼미족들은 새벽 시간에 챙겨보지만 ‘오늘 저녁에 빅경기 있으니 모이자’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게다가 브라질과의 시차는 무려 12시간! 브라질에서 저녁 7시에 빅 경기가 열리면 한국에선 아침 7시에 중계합니다. 출근해야 합니다! 또, 지금 극장 볼 만한 영화가 얼마나 많습니까.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제이슨 본> <덕혜옹주> <수어사이드 스쿼드> <터널> <국가대표2>… 에고. 숨이 찰 지경입니다. 볼 영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4년 전 런던 올림픽이 열릴 때에는 무슨 영화가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모르시겠죠? 당연히 모를 겁니다. 내가 본 영화가 언제 개봉했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에디터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올림픽과 영화를 어떻게든 연관시켜야 하니까요. 결국 에디터의 즐겨찾기 페이지인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에 접속했습니다. 지난 런던, 베이징, 아테네 올림픽이 열린 기간의 월별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기간 2012년 7월27일~8월12일 시차 -8시간
1위 <도둑들> 7월25일 개봉
2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8월8일 개봉
3위 <다크 나이트 라이즈> 7월19일 개봉
4위 <이웃사람> 8월22일 개봉
5위 <새미의 어드벤쳐 2> 8월1일 개봉
6위 <토탈리콜> 8월15일 개봉
7위 <R2B: 리턴투베이스> 8월15일 개봉
8위 <아이스 에이지 4: 대륙 이동설> 7월25일 개봉
9위 <스텝업4: 레볼루션> 8월15일 개봉
10위 <나는 왕이로소이다> 8월8일 개봉
*2012년 8월 박스오피스 순위
▶<도둑들>은 올림픽이 끝난 8월15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개봉한 전작 <다크 나이트>보다 평단이나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관객 동원(6,396,528명)은 <다크 나이트>(4,087,355명)보다 훨씬 앞섰다.
▶런던 올림픽 기간, 7~8월 관객수는 각각 2096만 4476명, 2423만 8713명이었다. 2011년 7월(1833만 3347명)과 8월(2006만 1970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박태환 선수의 남자 자유형 400미터와 200미터 결승전 경기는 각각 7월28일과 30일에 열렸다. 박태환 선수는 두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기간 2008년 8월8일~8월24일 시차 -1시간
1위 <다크나이트> 8월6일 개봉
2위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7월30일 개봉
3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7월17일 개봉
4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7월31일 개봉
5위 <고死: 피의 중간고사> 8월7일 개봉
6위 <월·E> 8월6일 개봉
7위 <다찌마와리> 8월14일 개봉
8위 <님은 먼 곳에> 7월24일 개봉
9위 <아기와 나> 8월14일 개봉
10위 <CJ7: 장강7호> 8월21일 개봉
*2008년 8월 박스오피스 순위
▶<다크나이트>는 솔직히 올림픽 중계보다 재밌다.
▶CJ CGV가 2008년 9월4일 내놓은 ‘8월 영화산업’ 분석자료에 따르면 8월 전국 극장 관객수는 1768만명(서울 549만 706명)이다. 2007년 8월에 비해 19.3%나 하락했다. 그러나 CGV는 올림픽의 영향이라고 보지 않았다. 2007년 8월에 각각 800만, 700만 이상 관객을 기록한 <디워>와 <화려한 휴가>가 관객을 모았지만 2008년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제외하면 대형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2008년 8월22일 금요일 오전 10시30분, 한국 야구대표팀은 일본과의 4강전을 치뤘다. 결승전은 23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열렸다. 상대는 쿠바였다.
▶2008년 8월10일 일요일, 박태환 선수가 남자 자유형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 기간 2004년 8월13일~8월29일 시차 -6시간
1위 <바람의 파이터> 8월12일 개봉
2위 <시실리 2km> 8월13일 개봉
3위 <아이, 로봇> 7월30일 개봉
4위 <알포인트> 8월20일 개봉
5위 <반 헬싱> 7월30일 개봉
6위 <신부수업> 8월5일 개봉
7위 <분신사바> 8월5일 개봉
8위 <늑대의 유혹> 7월22일 개봉
9위 <터미널> 8월27일 개봉
10위 <누구나 비밀은 있다> 7월30일 개봉
*2004년 8월 박스오피스 순위
▶<바람의 파이터>는 극진가라데의 창시자, 재일조선인 최배달을 다룬 영화다.
▶아테네 올림픽이 열린 2004년 8월은 전달인 7월과 다음달인 9월에 비해 오히려 관객수가 많았다. 2004년 8월 전국 관객수는 1천551만명으로 각각 그해 7월과 9월 관객수인 1천528만2천명, 1천124만1천명을 웃돌았다.
▶2004년 8월29일 열린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대표팀은 덴마크에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경기는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2008년 1월 개봉했다.
이상 리우 올림픽 개최를 맞아 준비해본 ‘지난 올림픽 때, 무슨 영화 봤었지?” 였습니다.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각각 베이징 올림픽과 런던 올림픽 개막 직전에 개봉했다는 점이 조금 신기해보이기도 합니다.
올해 리우 올림픽으로 인한 극장가의 영향은 미미할 거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올해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정말 뜨겁습니다. <부산행>은 곧 천만 관객 돌파를 할 예정이고, <인천상륙작전>은 400만 관객을 넘었습니다. <제이슨 본>은 200만명이 넘게 관객이 극장을 찾아 관람했습니다. <덕혜옹주>와 <터널>도 관객들의 기대를 받는 작품입니다. 올림픽과 영화 둘다 놓칠 수 없는 2016년 여름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