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씨플 재개봉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하면 당장 보러 갈 영화, 실제로 재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 만나볼 영화는 2004년 개봉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인크레더블>이다. 7월 18일 개봉을 앞둔 <인크레더블 2>를 위한 예습 혹은 복습의 시간이다.

인크레더블
감독 브래드 버드 목소리 출연 크레이그 T. 넬슨, 홀리 헌터, 사무엘 L. 잭슨 개봉 2004년 12월 15일 상영시간 121분 등급 전체 관람가

인크레더블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크레이그 T. 넬슨, 홀리 헌터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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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의 속편 <인크레더블 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크레더블 2>는 미국에서 이미 개봉해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뒀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북미 흥행 수익 5억 달러를 달성했고 <도리를 찾아서>가 가지고 있던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위 자리도 차지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인크레더블 2> 관람 예정 관객이라면, 지금 전작 <인크레더블>을 다시 볼 적절한 시기다.

인크레더블 2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사무엘 L. 잭슨, 홀리 헌터, 크레이그 T. 넬슨, 사라 보웰, 헉 밀너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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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슈퍼히어로의 탄생
<인크레더블>의 핵심은 가족이다. 아빠 밥/미스터 인크레더블(크레이그 T. 넬슨), 엄마 헬렌/엘라스티 걸(홀리 헌터)은 슈퍼히어로라는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간다. 악의 무리를 물리치던 영웅의 삶에서 은퇴한 지 15년. 밥은 배가 불룩 나온 복부 비만 보험회사 직원이고 헬렌은 아이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엄마이자 주부다. 두 사람은 물 위에서도 뛸 수 있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아들 대쉬(스펜서 폭스)와 투명인간 딸 바이올렛(사라 보웰)에게도 타고난 슈퍼히어로 유전자의 힘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고 이른다.

슈퍼히어로의 삶을 그리워하던 밥은 말하자면 중년의 위기에 빠진 남자다. 결국 동료 루이스/프로존(사무엘 L. 잭슨)과 함께 비밀스러운 밤 외출을 하기 시작한다. 경찰 무전을 몰래 엿듣고 정체를 감추기 위해 복면을 쓴 채 악당, 범죄자들을 막는 것이다. 그러다 밥은 정체 모를 누군가로부터 진짜 슈퍼히어로 특명을 받게 된다. 다시 몸을 만들고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기 시작하지만 망망대해 외딴 섬에서 진행된 그 특명에는 함정이 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팬이었던 버디 파인/신드롬(제이슨 리)이 과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에게 복수를 계획한 것이다. 그렇게 위기에 빠진 밥을 구하기 위해 헬렌과 아이들이 슈퍼히어로의 쫄쫄이 슈트를 입게 된다.

슈퍼히어로 액션의 쾌감
<인크레더블>의 액션은 마블 슈퍼히어로의 액션과는 다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니메이션만이 만들어내는 매력이 가득하다. 스펙터클 면에서 다소 부족할지 모르지만 액션의 완성도는 손색이 없다. <인크레더블>이 개봉할 당시에는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소니픽쳐스의 <스파이더맨 2>(2004)와 비교되곤 했다. 실사 못지 않다는 표현이 칭찬으로 쓰였다. 14년 전에는 애니메이션이 이정도로 정교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야심찬 <인크레더블>의 액션의 스펙터클은 슈퍼히어로의 능력에서 비롯된다. 먼저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강한 힘이 주요한 능력이다. 슈퍼히어로의 임무를 부여받은 밥이 기차 객차를 들어올리며 몸을 단련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는 치고박고 부수고 폭발하는 온갖 액션을 담당한다. 엘라스티 걸은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것처럼 몸이 늘어난다. 밥을 구하기 위해 비행을 하던 그가 격추 당하는 시퀀스, 빌런 신드롬의 비밀기지에 잠입하는 시퀀스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보다 더 쫄깃한 액션의 긴장감을 제공했다. 얼음을 만들어내는 동료 슈퍼히어로 프로존은 마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보는 듯한 액션의 속도감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
중년 가장의 위기를 기본으로 한 가족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액션을 결합한 <인크레더블>에 추가할 키워드는 코미디다. 초반부 슈퍼히어로 가족의 저녁 식사 테이블 장면을 보자.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힘이 넘치는 밥, 자신의 슈퍼파워를 이용하고 싶어 안달난 대쉬, 중2병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소심한 바이올렛, 아직 아기지만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궁금한 신스틸러 잭잭 그리고 가족 모두를 걱정하고 챙기는 슈퍼맘 헬렌까지 각 캐릭터의 특성이 이 장면에서 모두 드러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웃음을 생산한다.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는 밥, 슈퍼파워를 사용하며 싸우는 남매, 이들을 말리는 엄마 헬렌, 심지어 아기 잭잭까지 제몫을 다하며 유쾌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에드나 모드라는 슈퍼히어로 슈트 디자이너도 <인크레더블>의 코미디에 한몫을 담당한다. 주문하지도 않았지만 미리 헬렌과 아이들의 슈트를 만들어 놓고, 밥이 위기에 처할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슈트에 위치추적기를 달아놓았다.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캐릭터지만 에드나는 <인크레더블>에 없어서는 안 될 조연이다. <007> 시리즈의 장비 담당 Q에 해당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헬렌이 밥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찾아간 에드나의 집에 찾아간 시퀀스에서 이 작고 앙증맞은 디자이너 선생님 캐릭터가 보여주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가족, 액션, 코미디까지 더하고 보니 <인크레더블>은 영락없는 블록버스터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언 자이언트>(1999)를 하기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건 내가 어릴 적 봤던 모험영화와 스파이영화, 코미디, TV쇼, 만화책을 뒤섞은 스튜인 셈이다. 거기에 내 가족 이야기를 섞었다. 어릴 적 함께했던 가족과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지금의 가족 말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성공작
<인크레더블>은 브래드 버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다. 그는 <심슨 가족>,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메이징 스토리>(1985) 등에 참여했다. 그후 불멸의 명작 <아이언 자이언트>를 내놓았다. 평단에서 열광했으나 흥행에서는 참패하고 말았다.

브래드 버드 감독.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픽사의 존 라세터였다. 지금 성추행 파문으로 픽사에서 퇴출된 라세터는 당시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니모를 찾아서>까지 다섯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픽사의 성공 신화를 한창 쓰고 있었다. 그는 이 신화를 이을 사람으로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Art) 동기 브래드 버드를 선택했다. 버드는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다. <인크레더블>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만족시킨 완벽한 작품이었다. 전 세계에서 6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고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이 목소리 연기한 슈퍼히어로 슈트 디자이너 에드나 모드.

<인크레더블> 이후 버드 감독은 <라따뚜이>(2007),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등을 연출하며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실사영화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감독이 됐다. 2015년 <투모로우랜드>로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했지만 <인크레더블 2>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참고로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에서 에드나의 기가 막힌 목소리를 연기했다. 에드나는 <인크레더블 2>에도 등장한다.

라따뚜이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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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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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2>

<인크레더블>은 14년 만에 나온 속편 <인크레더블 2>를 보기 전 꼭 다시 봐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인크레더블 2>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크레더블 2>는 국민히어로 엘라스티 걸로 다시 활약하는 헬렌을 대신해 밥이 육아를 책임진다는 설정이다. 물론 새로운 악당이 등장해 이 슈퍼히어로 가족이 위기에 빠질 것이다. 참, <인크레더블>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DVD에 수록된 단편 <잭잭의 공격>에서 살짝 엿본 아기 잭잭의 슈퍼파워가 <인크레더블 2>에서 공개된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