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아수라>(2016) 네 작품을 함께 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이일 터. 관객과의 대화 내내 서로의 말을 경청하며 말을 받아주기도 했다. 그럼 김성수 감독이 본 정우성은 어떤 사람일까?
김 <비트> 시절의 정우성은 수줍고 내성적이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저거 써놓고 읽는 거 아냐?’ 싶을 정도로 말을 너무 잘한다. 그 당시엔 같이 일하는 사람과 허물없이 지내는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활발하게 지내는 성격이 아녔다.
함께 작업한 영화의 현장을 얘기하며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이 참 말을 안 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스스로 힘든 일을 결코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김 <비트>의 당구장 액션 장면을 찍는데, 하룻밤 만에 정신없이 찍어야 했다. 우성씨가 그때 허리를 다쳤는데 촬영하면서 얘기를 안 했다. 계속 인상을 쓰고 있다가 갑자기 잠깐 나가서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더라.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갔다 와라, 보냈더니 나중에 다른 스태프가 우성씨가 허리 붙잡고 우는 걸 봤다고 했다.
정 땀 흘리며 씩씩거리고 있으니까 우는 걸로 본 거다.(웃음)
그렇다면 정우성은 감독 김성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비트> 때도 정우성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배우로서의 생각은 어떤지 자주 물었다는 김성수 감독. 정우성은 그에 대해 ‘늙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정 <아수라>로 오랜만에 같이 작업할 때, 김성수 감독님이 늙지 않았다는 게 제일 좋았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스스로 잘해야지 하면서 고민하고 방황을 하는 게 청춘이지 않은가. 김성수 감독님은 그런 면이 있었다. 나 자신도 늘 같은 마음으로 일한다 생각했는데, 감독님을 보고 스스로 경종을 울렸다. 사실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밉기도 했다. 내가 연기한 한도경도 계속 궁지에 몰리는데, 감독으로서 배우를 몰아세우는 에너지가 너무 강했다.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골절되셨는데 너무 좋았다(웃음).
김 우성씨가 처음으로 ‘힘들다’란 말을 했던 게 <아수라>다. 내가 다리 부러진 걸 보더니 복권 당첨된 표정을 짓더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