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20일 새벽,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미국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됐다. 미 공군이 영국 및 호주와 연합해 바그다드 곳곳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시는 불길에 휩싸였다. 첨단 무기로 주요 군사시설에 정밀 타격을 가해 군사 체계 및 통신망을 마비시켰고, 정부 청사와 방송국 등 주요 기관이 초토화됐다. 미국 <CNN>을 비롯한 언론들은 이 끔찍한 광경을 뉴스룸 화면에 띄우며 일제히 “쇼크 앤드 아”(Shock and Awe)라고 보도했다. 충격과 공포. 일시에 압도적인 타격을 입혀 적의 전투 의지를 상실케 만드는 무력화 전술을 의미하는 군사 용어로 ‘신속 제압’(rapid dominance)이라 불리기도 한다. 걸프전의 해군 구축함 함장이었던 할란 울먼과 전 국방부 차관 출신인 제임스 웨이드가 고안한 이 개념은 1996년 그들의 저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2003년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실제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론적으로는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면서 적진의 사기를 꺾자는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위압적인 군사력과 제한적인 정밀 타격이 가능한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
공식적으로 ‘이라크의 자유’(Operation Iraqi Freedom)라 불렸던 이 작전은, 1991년 걸프전과 비교할 수 없이 진일보한 최첨단 무기를 사용해 이라크의 방공포대와 레이더 시설 등에 막강한 타격을 입혔다. 반경 300~400m 내 전자장비를 마비시키는 극초단파 전자폭탄을 사용해 이라크군의 무기, 통신 체계를 붕괴시켰다. 크루즈 미사일 1200기, 스마트 폭탄 800여발 등 처음 이틀간 폭격에 사용한 비용만 1천억원에 이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창안한 충격과 공포 전술은 현재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참수, 화형 등의 인질 살해 동영상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방식에서도 그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IS의 동영상은 압도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테러의 효과와 동시에 잔혹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으로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