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떻게 증류되고, 사회진출 초창기 시절 어떤 통 안에서 어떻게 숙성되었느냐를 거쳐 어떻게 삶을 소비했느냐가 인간의 일생을 결정하지 않을까. 그렇게 따져 보자면 인간의 삶을 위스키와 나란히 놔 보는 것은 꽤 괜찮은 표현 방법이 아닐까 싶다.
위스키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재료, 발효, 증류기의 모양과 화력, 커팅(증류 초반과 마지막 부분의 질이 떨어지는 증류 원액을 버리고 중간 부분의 질 좋은 증류 원액만 취하는 것), 숙성 통의 재질, 크기와 그 품질, 숙성 환경 등 무수히 많다. 재료가 좋다고 결과물이 꼭 좋은 게 아니고 제조 과정에서 증류 시 커팅을 조금 잘못했더라도 또 궁합 맞는 통에 담아 좋은 환경에 숙성시킨다면 질 좋은 위스키가 나온다. 반대로 커팅을 잘 했어도 질이 좋지 않은 통에 담아 안 좋은 환경에서 숙성시킨다면 안 좋은 위스키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얼핏 안 좋은 맛의 위스키(싱글몰트)라고 하더라도 마스터 블렌더의 손길을 거치면 명품 블렌디드 위스키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삶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지금 힘들더라도, 조금 더 어렵더라도 기회만 잡으면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인생에 더 좋은 오크통과 더 좋은 환경을 만날 그런 전기가 찾아오기를. Sl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