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방영한 <배리>(Barry)는 첫 장면부터 사람이 죽는다. 정확히 말해 사람이 죽은 직후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배리(빌 헤이더)는 호텔 방 안에 서 있고, 그 옆엔 대머리 사내가 이마 중앙에 총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는 채 죽어 있다. 이 정도까지 묘사한다면 배리가 그 남자를 죽인 걸 분명한데, 그의 표정은 사람을 죽인 것 같지 않다. 마치 인쇄소 직원이 복사기 안에 걸린 용지를 빼낼 때처럼, 배리에겐 살인 사건이 성가시고 불만이 생길 만큼 일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총에서 소음기를 제거한 후, 그는 떠난다.
물론 살인은 웃기지 않다. 하지만 배리가 이 모든 일에 심드렁하다는 점은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그 뒤에 나오는 노골적으로 비꼼 가득한 장면들이나, 올해 에미상 코미디 시리즈 최우수 작품 후보 지명을 받은 것을 봐도, <배리>는 코미디다. 그것도 매우 특정한 타입, 바로 살인 코미디다.
살인 코미디는 주로 2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하나는 웃기거나 최소한 웃기려 시도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캐릭터(주로 주인공)가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나 사고로 죽이는 것이다. 살인 코미디는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살인 미스터리, 범죄 수사, 누아르 스릴러 등 다른 장르의 요소를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드라마와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한다 해도, 살인 코미디의 핵심은 시청자를 웃기는 것이다. 사악하게 낄낄대는 것도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