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에서의 피아노 연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의 상영과 전시 그리고 핸드프린팅까지. 사카모토 류이치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유는 이토록 많다. “작년엔 <남한산성>(2017)의 영화음악 작업을 했고, 올 봄 서울에선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를 했고, 이번에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맞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오게 됐다. 최근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고 즐겁다.” 한국어 공부까지 하고 있다며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넨, 세계적인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를 만났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핸드프린팅 행사 (공식 데일리팀 제공)

아시아 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음악상(<마지막 황제>(1987)) 등 그동안 여러 상을 받았는데, 그것은 모두 음악 작업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아시아’ 그리고 ‘영화인’이라는 두 단어에 담긴 의미 때문에 남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 국적 혹은 국가의 차이를 넘어서려고 노력해왔지만, 아시아에서 아시아인으로서 평가 받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뿌듯하다. 또 영화음악 감독인 내게 상을 줬다는 것은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을 중요하게 평가했다는 것인데, 영화음악의 의미를 알아줘서 기쁘다.

시즈노 코분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영화의 관련 자료를 받고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한·중·일 공동제작 영화에 참여한다는 것도 의미 있었고, 데즈카 프로덕션이 제작한다는 점도 결정하는데 큰 요소가 됐다. 데즈카 오사무 감독의 팬이긴 하지만 감독님을 잘 알지는 못한다. 대신 데즈카 오사무 감독의 자녀분들과 인연이 있어 괜히 데즈카 프로덕션에 친근함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을 보고 나도 음악감독으로 함께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1987) 이후 30년만의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이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거의 처음 같은 느낌이었다. 감독에 따라 음악작업의 방식이 다를 텐데, 시즈노 코분 감독은 캐릭터별로 테마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이게 일반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신선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실사영화의 음악을 작업할 때와는 그 방식이 달랐나.
실사영화의 경우 아무리 미리 계산을 해도 영화를 만들다 보면 우연이 생긴다.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생기고 생각지 못한 장면이 들어간다. 그래서 실사 영화는 사람이 100% 컨트롤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사람이 100% 컨트롤할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다. 곡 작업을 할 때도 영화의 보편적 정서를 고려했을 것 같다.
확실히 보편적인 음악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타협하지 않고 사카모토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중요했다. 내게 이 음악 작업을 의뢰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사카모토의 음악’을 원했을 테고, 동시에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듣고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원했을 것이다. 그런 점을 모두 충족시키려니 개인적으로는 허들이 높은 작업처럼 느껴졌다. 평소엔 이런 방식의 작업은 잘 하지 않는다. 이번이 예외였다. (웃음)

다양한 것들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 것으로 안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음악작업에도 영감을 준 것들이 있을텐데.
실사영화는 영상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실사영화 음악작업을 할 때 가능하면 영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을 만들려 한다. 초창기에는 음악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음악이 영화에 방해가 되든 안 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웃음) 반면 애니메이션의 경우 영상이 다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해 상상을 많이 해야 했다. 시나리오도 여러번 읽고, 미야니시 타츠야의 원작 그림책인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도 여러권 쌓아놓고 펼쳐보면서 작업했다.

영화제 기간에 전시 ‘IS YOUR TIME – BUSAN VERSION’도 열린다.
영화제 개막 한달쯤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측으로부터 전시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들었다. 실현이 되면 멋진 일이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쓰나미 피아노’ 전시가 실현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살아남은 피아노를 부산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 듣자하니 부산이 고리원자력 발전소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 원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쁘다.

안녕, 티라노

감독 시즈노 코분

출연

개봉 201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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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현·사진 최성열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