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다시 한 번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재패니메이션을 이르는 말, Anime)에 매혹됐다. 그간 일본영화계는 아니메, 만화 원작 실사영화를 만들어 ‘폭망’이란 결과만 초래했다. 과연 할리우드는 다를까. 할리우드에서 재탄생할 일본 아니메를 기대 포인트, 불안 포인트로 짚어봤다.
<진격의 거인>
원작: 이사야마 하지메 <進撃の 巨人>(2009~)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진격의 거인>은 2009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로, 거대한 신인류의 등장에 인류가 궁지로 몰린 세계가 배경이다. 호러에 가까운 극단적인 전개, ‘입체기동장치‘라는 병기를 통한 스피디한 액션 등으로 2010년대 대표 만화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연재가 계속되면서 작가의 우익 논란, 빈약한 연출력, 늘지 않는 작화는 많은 팬들을 등 돌리게 했다. 일본에서 2부작으로 영화화했으나 질 낮은 완성도로 사실상 없는 영화 취급을 받았다. 현재 원작을 토대로 작화와 액션성이 업그레이드된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것>의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원작: 호리코시 코헤이 <僕のヒーローアカデミア>(2014년~)
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 X 슈에이 (원작사)
감독 미정
현재 일본 만화계에서 가장 핫한 작품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인류 8할이 ‘개성’(일종의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미래를 그린다. 무개성으로 태어난 주인공 미도리야가 자신이 동경하는 히어로 올마이트에게 능력을 물려받아 히어로가 된다는 내용이다. 개성을 다듬어 히어로를 양성하는 학교 히어로 아카데미아가 배경이라, 일본 특유의 소년만화 감성과 유쾌한 학원물이 잘 버무려져 호평을 받고 있다.
<아키라>
원작: 오토모 카츠히로 <AKIRA>(만화 1982~1990년, 애니메이션 1988년)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걸작 SF만화 <아키라>는 2010년 초반부터 꾸준히 영화화 떡밥을 던져왔지만 예산 문제로 좌초되기 일쑤였다. 최근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3차 세계대전 이후의 네오 도쿄를 배경으로 생체 실험과 초능력, 친구였으나 적이 된 카네다 쇼타로와 시마 테츠오를 다룬다. 과거 기획안에는 네오 맨하탄으로 배경을 옮길 예정이었으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원작대로 아시아계 배우들을 캐스팅할 거라고 이미 공언했으니 적어도 이상한 화이트 워싱은 없을 것이다.
<원피스>
원작: 오다 에이이치로 <ONE PIECE>(1997년~)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
감독 미정
연재 기간만 20년에 접어든 <원피스>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제작된다.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는 <프리즌 브레이크> 총괄 프로듀서 마티 애델스타인의 회사다. 원작 만화는 대륙보다 바다가 더 넓은 가상의 세계에서 해적왕 골 D. 로저가 남긴 보물 ‘원피스’를 찾는 ‘밀집모자’ 루피 일행의 이야기다. 아직도 한참 연재 중인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각색할지가 궁금하다.
<건담>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機動戦士ガンダム>(1979)부터 시작한 일련의 시리즈
제작사 레전더리픽처스 X 선라이즈(<건담> 시리즈 애니메이션 제작사)
감독 미정
할리우드가 마침내, <건담>까지 제작을 확정지었다. 그동안 메카닉물이라면 <신세기 에반게리온>만 제작한다 만다 했다. <건담>의 경우는 원작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와 함께 공동 개발에 나섰다. 단순히 영화화 판권이 아닌 공동 개발로 못 박은 걸 보면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로봇물 영화 <퍼시픽림> 시리즈를 만들어본 레전더리 픽처스라 적어도 비주얼 걱정은 덜겠다.
<너의 이름은.>
원작: 신카이 마코토 <君の名は。>(2016년)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X 도호
감독 미정
2016년 일본 개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너의 이름은.>이 발 빠르게 실사화를 확정지었다. 2017년 9월, 미국 파라마운트픽처스와 일본 도호가 함께 실사화 제작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각각 도쿄와 시골에 사는 타키와 미츠하가 어느 날부터 몸이 바뀌는 꿈을 꾸는 내용의 <너의 이름은.>은 일본 박스오피스 최장기 흥행 기록을 세우고, 국내에도 일본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떡밥 장인 J.J. 에이브럼스가 제작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루토>
원작: 키시모토 마사시 <NARUTO>(1999년~2015년)
제작사 라이온스 게이트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를 고르자면, <나루토>를 무시할 수 없다. 서양권에서 늘 인기인 닌자 소재를 새롭게 해석한 <나루토>는 서양권에서 일본 현지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신체에 구미가 봉인된 우즈마키 나루토가 마을의 최고 닌자 ‘호카게’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겪는 고난들이 주된 내용이다. 소년만화의 라이벌 구도와 호쾌한 캐릭터성으로 인기를 모았으나 연재 말미에 주제 의식에 맞지 않는 전개로 혹평을 받았다. 실사화 발표 당시엔 연출작이 없는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이 발탁돼 팬들의 반발이 심했으나, <위대한 쇼맨>을 공개한 이후 감독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 사그라들었다.
앞서 소개한 영화 외에도 현재 <포켓몬스터> 대표 캐릭터 피카츄가 등장하는 <명탐정 피카츄>도 촬영 중이다. 다만 원작의 세계관이나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듯 보인다. 또 2000년대 대표 라이트노벨이자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도 할리우드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2019년 2월에는 <총몽>을 영화화한 <알리타: 배틀 엔젤>이 개봉 대기 중이다. 과연 어떤 영화가 원작의 명성에 무너지지 않고 훌륭한 성과를 남길까.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