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감독 네 사람의 페르소나가 됐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아이유의 시리즈 영화 <페르소나>를 제작하기로 밝힌 이래 지난 7, 네 편의 영화 스틸컷을 공개했다. <페르소나>는 여러 편의 드라마로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이유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첫 영화가 될 것이다.

이경미 <러브 세트>
임필성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전고운 <키스가 죄>
김종관 <밤을 걷다>

공개된 스틸 사진 외에 개봉일이나 극장 또는 TV 개봉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욱 호기심을 모은다. 여기에 기대감을 더하는 건 프로젝트에 합류한 네 감독들의 이름이다. 한 명의 배우를 두고 각기 다른 스타일의 감독들이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지 궁금해지는데.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네 감독들의 이력과 스타일부터 미리 확인해보자.

페르소나

감독 임필성, 이경미, 전고운, 김종관

출연 아이유, 배두나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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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
이경미 감독

조금 괴랄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이경미라는 이름 석 자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 기괴하고 이상한 이경미만의 작품 세계를 향해 이경미 월드라 부르는 말도 있다. 늦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 공부를 시작한 그는,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미장센단편영화제를 비롯한 다수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박찬욱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렇게 박찬욱의 영화사 모호필름에서 일하게 된 이경미가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친절한 금자씨>의 스크립터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당시 일을 너무 못해서 "나는 최악의 연출부였다"고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다.

<미쓰 홍당무>

그렇다 한들 지금의 이경미는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다. 입봉작 <미쓰 홍당무>는 짝사랑했던 유부남이 바람난 이야기를 듣고 실망했던 이경미의 실제 경험에서 떠올린 기발한 코미디였다. 당시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우주에서 날아온 놀라운 코미디라는 코멘트를 하기도. 어디로 튈지 몰라 엉뚱한 이경미만의 독특한 유머 코드는 독보적인 신인 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비밀은 없다>

차기작 <비밀은 없다>는 스릴러라는 장르 영화의 구조에도 이경미 특유의 괴랄한 매력이 여전했던 영화다. 아쉽게 손익분기점에는 못 미쳤지만 이경미 월드에 빠진 관객들과 평단은 환호를 보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수상한 기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후 TV 예능 <전체관람가>에서 3천만 원의 제작비로 찍은 단편 <아랫집>은 동료 감독들의 질투 섞인 감탄사를 불러 모은 작품이었다. <친절한 금자씨>로 인연이 된 이영애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했다.

<아랫집>

최근 이경미 감독은 그의 단편 영화와 동일한 제목의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을 발간했다. 그의 영화에 엿보이던 이경미만의 독특한 머릿속 회로가 읽히는 에세이는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
잘돼가? 무엇이든

감독 이경미

출연 최희진, 서영주, 맹봉학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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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감독 이경미

출연 공효진, 이종혁, 서우, 황우슬혜, 방은진

개봉 200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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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출연 손예진, 김주혁

개봉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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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감독 이경미

출연 이영애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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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필성 감독
임필성 감독

부쩍 TV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과 친숙해진 임필성 감독이다. 임필성의 대표작은 장편 데뷔 영화 <남극일기>. 재난 영화에 공포 장르를 섞은 <남극일기>는 평균 온도 영하 89도의 남극 도달불능점으로 향하는 탐험대의 이야기로, 90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한 작품이었다. 높은 제작비도 한몫했지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류의 영화는 아니었던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남극일기>는 극한의 상황에서 조용히 폭발하는 대원들의 불안과 광기를 인상적으로 느낀 관객들에게 그동안 저평가된 수작이라는 말을 들으며 재평가되고 있다.

<남극일기>

그 밖에 <마담 뺑덕>,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장편이 극장 개봉을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김지운 감독과 함께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가 되려 흥미롭다. 좀비 바이러스로 멸망에 이르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 <멋진 신세계>, 당구공 하나로 시작된 멸망 직전의 지구를 B급 코미디로 풀어 낸 <해피 버스데이> 두 에피소드를 임필성이 연출했다. 다소 어이없을 수 있는 설정에 관객들은 혹평을 보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

<해피 버스데이>

임필성 감독은 뜻하지 않게 배우로도 여러 번 출연했다. 절친인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다 그를 염두에 둔 역할을 만들어 놓았던 것. 극중 박해일의 운동권 동기였지만 결국 배신하는 역할인 뚱 게바라.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행인 역할로도 출연해 두 가지 역할을 해냈다.

<괴물> 뚱게바라

임필성 감독은 이후 <인류멸망보고서> <멋진 신세계>에서 봉준호를 카메오로 캐스팅해 복수했다. 극중 TV 토론 패널로 나온 괴짜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봉준호. 의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을 볼 수 있다. 임필성은 봉만대 감독의 삼고초려로 <아티스트 봉만대>에도 본인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멋진 신세계>에 카메오 출연한 봉준호 감독.

이경미와 마찬가지로 예능 <전체관람가>에서 단편 영화를 찍었다. 무려 전도연을 주연으로 한 임필성의 <보금자리>는 <전체관람가>가 배출한 단편들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였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과 전도연, 아역 김푸름의 연기력이 뒷받침한 결과였다. 지난 5월에는 살인마와 평생을 살아온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웹툰 <후레자식>의 영화화에 임필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됐다.

<보금자리>
남극일기

감독 임필성

출연 송강호, 유지태

개봉 200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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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

감독 임필성

출연 정우성, 이솜, 박소영

개봉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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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감독 임필성

출연 천정명, 은원재, 심은경, 진지희, 박희순

개봉 200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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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보고서

감독 김지운, 임필성

출연 류승범, 송새벽, 김강우, 송영창, 김규리, 고준희, 진지희

개봉 20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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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감독 임필성

출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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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운 감독
전고운 감독

<족구왕>, <범죄의 여왕>, <소공녀>··· 근래 한국 독립영화계에 한줄기 빛이 된 영화들이 신생 제작사 광화문시네마’에서 쏟아졌다. 광화문시네마의 공동 대표로 있는 전고운은 <소공녀>를 연출했다. <소공녀>는 (아직은)유일한 전고운의 장편 영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동창이었던 김태곤, 권오광, 우문기, 이요섭 감독과 함께 만든 제작사 광화문시네마는 그간 히어로 영화의 전유물이었던 쿠키 영상을 첨부하며 재미 요소를 추가했다.

광화문시네마 로고

청춘들의 초상이기도 한 이들이 만든 영화들도 대부분 청춘을 테마로 삼았다. 때문에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난 신선한 소재를 살린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배우 안재홍은 광화문시네마의 단골 배우다. <1999, 면회>부터 <족구왕>, <범죄의 여왕>, <소공녀>까지 모두 출연했다.

<소공녀>

광화문시네마를 알린 작품은 <족구왕>이었지만, 감독 전고운을 알린 것은 올해 극장 개봉을 한 <소공녀>. <소공녀>는 소재도 주제도 흔치 않았다. 집이 없어 친구네 집을 전전하는 20대 미소(이솜)가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당장의 곤궁함 때문에 취향마저 포기해야 했던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며 팬층을 모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지의 영화제에 초청돼 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자이언티 '눈' 뮤직비디오

<소공녀>를 인상 깊게 본 관객들에게 추천하고픈 영상이 있다. 자이언티(Zion. T)이라는 뮤직비디오는 <소공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이 뮤직비디오의 연출을 전고운 감독의 남편인 이요섭 감독이 맡았기 때문인데, <소공녀>에서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 역을 담당했던 배우 안재홍이 출연해 <소공녀>의 여운을 더했다.

소공녀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개봉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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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
김종관 감독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로 섬세한 감수성을 채색한 김종관 감독은 첫 장편 <조금만 더 가까이>를 발표하기 전까지 십여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단편 멜로의 고수였다. 많은 단편들 중에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의 배우 정유미의 풋풋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단 6분 안에 사랑의 떨림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박수를 받은 작품. 이후 장편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정유미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하며 재회 했는데. 풋풋한 짝사랑의 감수성을 보여주던 정유미에게 옛 애인을 스토킹하는 역할을 줬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최악의 하루>

보통 장편영화로 발을 디딘 감독들이 계속해서 단편 영화 작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김종관은 그랬다. 데뷔작 이후로도 단편을 찍어왔고, 6년 만에 장편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로 돌아온 다음에도 단편영화 <채씨 영화방>, <모르는 여자>, <별 시>를 연이어 내놨다. 감독 스스로 나는 느리게 가는 사람이라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

<더 테이블>

사실 70분짜리 장편 <더 테이블>도 단편 영화다운 구색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카페의 어느 테이블을 하나의 장소로 설정해 두고, 이곳을 방문하는 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네 배우가 참여한 <더 테이블>은 어떤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김종관다운 멜로 드라마로 관객들을 감화시켰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감독 김종관

출연 정유미, 이정민

개봉 20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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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가까이

감독 김종관

출연 윤계상, 정유미, 윤희석, 요조

개봉 201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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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하루

감독 김종관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개봉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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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감독 김종관

출연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개봉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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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