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개봉을 앞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북미 반응이 심상치 않다. 우선 언론시사를 통해 작품을 접한 전문가들의 호평으로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12월13일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매력이 있는지 미리 살펴본다.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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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출연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니콜라스 케이지, 제이크 존슨, 리브 슈라이버, 마허샬라 알리,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개봉 2018.12.12.
6명의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2014년에 발간된 코믹스 <스파이더버스>(Spider-Verse)를 원작으로 한다. 마블의 스토리작가 댄 스롯이 다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 <스파이더맨: 섀터드 디멘션즈>를 구상하던 중 이를 확장하는 개념으로 시작된 이벤트였다. 댄 슬롯은 다른 작품에서도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을 통합하여 보여주는 데 일가견이 있던 작가다.
‘스파이더버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평행우주의 스파이더맨 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는 총 6명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우선 극을 이끄는 주인공은 10대 흑인(정확히는 흑인과 히스패닉 혼혈)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가 있다. 원작에서는 피터 파커의 죽음을 본 후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다. 사실 등장 초기에는 토큰 블랙(token black: 인종차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스테레오 타입의 흑인캐릭터)이라는 비난도 있었으나, 코믹스에서 꾸준히 매력을 어필하며 이제는 어엿한 ‘2대 스파이더맨’으로 자리를 굳혔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방사능 거미에 물려 생긴 능력에 당황해하는 마일스 모랄레스의 멘토로 등장한다. 피터 파커의 목소리는 크리스 파인이 맡았는데, <원더 우먼>에 출연했던 그는 이제 DC와 마블을 모두 연기한 배우가 된 셈이다.
스파이더맨 누아르는 최근 사이키델릭한 호러 영화 <맨디>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으며, 엄청난 코믹스 광팬으로 알려진 니콜라스 케이지가 목소리를 맡았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일본 망가의 영향으로 고안된 페니 파커는 과학자 아버지가 만든 메카닉 수트를 조종하는 파일럿이다. 그웬 스테이시의 스파이더 우먼과 꼬마 돼지의 형상을 한 스파이더 햄은 벌써 스핀 오프가 논의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력적인 빌런들
코믹스<스파이더버스>의 메인 빌런은 동물 능력자들의 생명력을 사냥하는 몰런인데, 다소 하드코어한 장면을 자주 동반하는 캐릭터여서인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굵직한 빌런들의 이름이 즐비하다. 우선 뉴욕의 범죄가를 주름잡는 보스 킹핀이 있다.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 3의 빌런으로 재등장해서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초능력보다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범죄세계 장악력을 내세우는 인물로 이번 작품에서도 빌런들의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스파이더맨>(2002)에서 대배우 윌렘 데포의 명연기로 완성되었던 그린 고블린, 그 후속편인 <스파이더맨 2>(2004)의 메인 빌런이었던 닥터 옥터퍼스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굵직한 이름만큼이나 흥미를 끄는 이름이 프라울러다. 그는 원래 마일스 모랄레스의 삼촌인데, 그가 연구소에서 도둑질하는 과정에서 가방에 붙어온 방사능 거미가 마일스를 물어 마일스는 원하지 않는 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이다. 또한 조카를 범죄에 이용하려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인물로 이번 작품에서도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청소년 마일스에게 가장 큰 시련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흑인인데다가 백색증을 앓는 바람에 따돌림을 당했으며, 그 아픔 속에 잔인한 살인마가 된 툼스톤, 원래 사립탐정이었다가 3대 베놈으로 활동하는 등 풍성한 스토리를 품고있는 스콜피온등 매력적인 악당들이 가득하다.
이외 재미 요소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작품 전체가 최신 트렌드가 가득한 팝아트 비주얼이다. 6명의 스파이더맨이 각자의 세계관을 유지하는 덕에 한 화면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레이어를 감상할 수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탠 리의 카메오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칭찬하는 것은 코믹스 안팎으로 그동안 쌓아온 스파이더맨의 광범위한 세계관을 한번에 관통하는 시나리오다. 또한 <슈렉 2>의 밥 퍼시케티, <레고 무비>의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등 이스터에그 장인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답게 마니아들의 재관람 욕구를 자극하는 깨알재미들이 잔뜩 숨어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왕국
넷플릭스는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에 이어, 최고의 인기작이었던 <데어 데블>까지 종영을 선언했다. 스트리밍 채널 디즈니 플러스를 준비하면서, 특히 마블과 관련한 영상물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디즈니의 거대한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판권은 여전히 소니픽쳐스가 쥐고 있다. 소니는 마니아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베놈>으로 엄청난 흥행을 일구어냈다. 특히 중국에서의 대성공으로 이후 스파이더맨 실사화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게 됐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전문가와 마니아들까지 만족시켰다. 소니는 이렇게 보유한 판권을 실사와 애니메이션, 투 트랙으로 무한 확장할 것이다. 이런 성공을 두 눈으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 디즈니로서는 배가 아플 일이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